[the300][한미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관세합의 세부협상을 전격 타결한 것에는 3500억달러(약 498조원) 대미투자펀드의 '연간 투자한도'를 놓고 회담 직전인 당일 오전 양측이 극적으로 200억달러(약 28조원)라는 절충점을 찾은 게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펀드 중 조선업협력펀드를 제외한 에너지·AI(인공지능)·첨단제조 등 분야에 2000억달러(약 280조원)를 장기적·단계적 투자하는 내용이다. 핵심 쟁점이었던 연간 최대 투자한도는 200억달러로 정해졌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말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1500억달러(213조원) 규모의 조선업협력펀드를 포함해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하고도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율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쟁점이 된 사안은 연간 투자한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한국의 2000억달러 현금 투자와 관련해 연간 투자한도를 250억달러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에 가해질 충격에 대해 우려하며 150억달러 이하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대통령은 한국 협상단에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을 전달하고, '상업적 합리성'이 상당부분 충족될 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양측은 정상회담 전날 밤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한때 '노딜'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당일인 29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서 출발할 즈음 분위기가 급변했다.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면서 결국 연간 투자한도 200억달러라는 절충점에서 실무적 합의가 이뤄졌다.
타결 소식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 도착한 뒤 정상회담 직전 국립경주박물관 방명록에 '위대한 정상회담의 아름다운 시작'이라고 적었다.
실제 매해 집행되는 대미 투자액은 200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미투자가 '캐피탈 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캐피탈 콜은 목표 투자금을 일시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자본을 조성해 투자를 집행하고 추가적인 자본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집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한미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달러를 투자한다"며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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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선을 집중시켰던 이 대통령의 '핵 잠수함 허용' 요청은 당초 예정되지 않은 '깜짝 발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핵 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요구한 순간 일부 참모진의 긴장한 표정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충분히, 자세히 설명을 못 드려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며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방향) 쪽 잠수함들을 추적하는 데 제한이 있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