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유감 표명 다행"…속내는 '갈라질 결심'

北 김여정 "유감 표명 다행"…속내는 '갈라질 결심'

정한결 기자
2026.02.13 14:08

[the300]

(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사진=(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사진=(베이징 AFP=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무인기 침투 사건' 관련 유감 표명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기존 담화보다 발언의 수위는 낮췄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대적인 대남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여정 "정동영 유감표명 다행…재발방지책 마련하라"

김 부부장은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나는 새해벽두에 발생한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사건에 대하여 한국 통일부 장관 정동영이 10일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했다.

김 부부장은 "나는 이를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으로 평가한다"며 "한국당국은 자초한 위기를 유감표명 같은 것으로 굼때고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 영공침범과 같은 엄중한 주권침해 사건의 재발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담보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성불가침의 주권을 침해하는 도발사건이 재발하는 경우 반드시 혹독한 대응이 취해질 것임을 예고해둔다"며 "여러가지 대응 공격안들 중 어느 한 안이 분명히 선택될 것이며 비례성을 초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한국당국이 내부에서 어리석은 짓들을 행하지 못하도록 재발 방지에 주의를 돌려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한국이 지난해 9월과 4일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도 그 다음날인 11일과 13일 담화를 내고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정동영 장관은 이에 지난 10일 정부 고위 관계자로서는 처음으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정 장관의 유감 표명 이후 3일 만에 발표됐다.

통일부 "北, 긴장 바라지 않아"…일각에서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 강화"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에 대한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에 대한 통일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정부는 북한의 이번 메시지를 긴장 완화 신호로 보고 있다는 입장을 즉각 발표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김 부부장의 '다행이다' 발언에 대해 "북한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우발사태 방지를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한반도 긴장을 바라지 않는 마음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소통해 나간다면 지난 정권에서 파괴된 남북 간의 신뢰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요구대로 무인기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 즉시 시행할 방침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발언의 비난 수위를 직전 발표한 담화보다 낮춘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13일 한국의 유화적인 제스처에 대해 '개꿈,' '실현불가능한 망상'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지지 않았다고 본다. 북한이 재발방지책에 방점을 두는 등 한국의 사과 제스처를 역이용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과거 무인기 침투는 언급하지 않고 한국의 사과를 받아내는 형식을 취했다"며 "정세 악화 책임이 한국의 '주권 침해'에 있음을 국제사회와 대내외에 선전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부장의 '비례성 초월' 발언도 한국의 경미하거나 의도치 않은 침범 시에도 군사적 대응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북 대화의 입구를 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책임론을 확정하고 재발을 경고하는 일방향적 메시지 성격"이라고 부연했다.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오히려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화국 령공', '주권 침해', '신성불가침 주권' 등의 표현을 재차 사용하면서 국가 대 국가 관계를 기정사실화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달 말로 예고된 제9차 노동당 대회에서 오히려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특히, 이번 담화는 대외메시지를 전하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됐으며,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정창현 평화연구소장은 "북한 내에서는 남쪽을 적대국으로 계속 교육하고 있다"며 "북한이 적대적인 기조를 바꾸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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