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호황에 따른 정보기술(IT) 업종의 성과급 확대가 산업 전반의 임금 상승으로 번지면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일부 IT 대기업에 집중된 특별급여가 노동 이동과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을 통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경우 비용 측면과 수요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일부 IT업종 임금상승의 물가파급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목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4% 상승하며 지난해 말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임금 상승은 일부 부문에 집중됐다. IT 부문 특별급여는 60.6% 급증한 반면 나머지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일부 IT 기업들이 영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성과급 지급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호조세와 성과연동형 보상체계 확산 등을 감안할 때 내년 IT 대기업의 특별급여 증가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IT 업종의 높은 임금은 △숙련 인력 확보 경쟁에 따른 노동 이동 △선도 업종 임금을 기준으로 한 임금 협상 △소득 증가에 따른 서비스 수요 확대 등의 경로를 통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상적인 수준의 IT 특별급여 증가는 도소매, 음식숙박, 보건복지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업과 건설업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과 금융, 전문과학기술 등 고부가 서비스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IT 업종 성과급 확대에 따른 물가 파급 경로 가운데 서비스 수요 확대 효과가 지역경제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IT 종사자들의 소득 증가가 인근 지역 소비 확대로 이어지면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의 노동 수요와 임금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경기 지역에서는 반도체 생산시설과 인접한 주거지역인 성남·용인·화성의 카드 소비 증가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노동 투입 의존도가 높고 자동화나 생산성 향상을 통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수요 증가가 노동 수요 확대와 임금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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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동 이동이나 준거임금·기대 조정 경로를 통한 임금 확산 효과는 지금까지는 제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됐다. IT 업종의 특별급여 상승이 일시적인 보상으로 인식되는 데다 다른 산업과의 직무 차이도 커 임금 상승세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성과급 지급이 과거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특별급여 지급 규모가 큰 상위 10% 사업체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 소비자물가의 상방 압력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평균적인 수준의 특별급여를 지급하는 상위 40~60% 사업체 비중이 확대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통상적으로 특별급여 증가는 항상소득 증가로 인식되지 않아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을 크게 높이지 않았지만, 최근처럼 일부 IT 업종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성과급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임금 상승세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중 성과급 규모가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크 고 타 부문에서의 임금인상 요구도 높아지고 있어 향후 임금상승 경로를 통한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