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인천국제공항 통해 한국 찾은 '내고향여자축구단'
취재진 질문에 '침묵'…40여명 환영인파도

"오랜만에 방문인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
17일 오후 2시5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1층 입국장. 35명의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와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 가슴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찬 모습이었다. 선수단을 향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들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공항 밖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오는 20일 수원에서 남북 대결로 이뤄지는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여자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북한 스포츠 선수들이 한국을 찾은 건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방한한 인원은 총 35명이다. 당초 북측이 AFC에 통보한 예비선수 4명을 포함한 선수 27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이었지만, 예비선수 4명이 빠졌다. 통일부가 승인한 이들의 체류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경기장에서 수원FC위민과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승리할 경우 오는 23일 결승전을 치른 뒤 이튿날인 24일 출국할 예정이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문을 환영하고 응원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인천지역 대북 민간단체와 체육회 등 단체원 40여명은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적힌 푯말을 들고서 선수단을 맞았다.
이들은 선수들이 입국장으로 들어서자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 "잘 오셨습니다!"라고 외치며 선수들을 환영했다. 열띤 응원 열기가 더해진 현장이었지만, 선수단은 이들을 향해서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인천지구 함경북도민회장 및 이북도민연합회장을 역임한 이인철씨(71)는 "(북한 선수단 방문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의 방문에 우리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며 "남북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체육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수원위민FC와의 경기도 관람할 예정이라는 강춘근씨(64)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에도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러 간 적이 있다. 강씨는 "그간 (남북 대화의) 문들이 닫힌 상태에서 7년 반 만에 다시 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많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경기를 응원하기 위한 응원단도 꾸려졌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시민평화포럼, 자주평화통일연대 등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개 단체들은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을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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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경기는 한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특별한 만남"이라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하면서, 그 안에서 따뜻한 우의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세기의 남북 대결 현장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정 장관은 지난 12일 "(경기 관람 등)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8년 이후 (남북 간) 일체 민간교류, 체육 교류가 끊어졌다"며 "그런 자체(방남)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관련 질문에 "아직 확정된 건 없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이벤트를 통해 남북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철윤 단장과 리유일 감독 등 스포츠 실무진 중심으로만 선수단이 구성됐으며, 대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인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동행하지 않았으며 남북 간 접촉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