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는데만 15년, 뒤집는데는 단 5년...냉온탕 오간 '원전 정책'

짓는데만 15년, 뒤집는데는 단 5년...냉온탕 오간 '원전 정책'

이태성 기자, 박상곤 기자
2026.07.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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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탈정치화 下] 3대 메가프로젝트 정책폐기청구서 ③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영덕군이 정부의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은 18일 경북 영덕군 상공에서 드론으로 내려다본 석리, 매정리, 노물리 일대의 모습.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영덕=뉴시스] 이무열 기자 = 경북 영덕군이 정부의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은 18일 경북 영덕군 상공에서 드론으로 내려다본 석리, 매정리, 노물리 일대의 모습. [email protected] /사진=이무열

3대 메가 프로텍트의 핵심인 호남권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감원전'에 '신규 원전 건설'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어 온 에너지 정책 탓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 수요 급증과 기저전원 안정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여부를 전문가 검토와 국민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전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민주당 정권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정책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원전의 필요성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할 당시 경제·산업계에서 수없이 강조했던 부분이다. 재계에선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원전 비중을 낮추면 그 공백을 LNG 등 화력발전으로 메울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국제 연료가격 변동이 전기요금과 기업 원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처럼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의 경우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원전이 꼭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제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영향도 작용했으나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로는 부족하다'는 산업 현장의 의견보다 이념과 정치 논리가 국가 정책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고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계획은 중단하거나 취소했다.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 이전에 조기 폐쇄했다. 2023년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비용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47조 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전 발전량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생긴 비용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전력의 빚으로 쌓였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 산업의 경쟁력도 하락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출범 초기에는 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원전 신설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계를 중심으로 원전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안정적 전력 공급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 요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판단을 바꿨다.

문제는 시간이다. 정책은 국무회의 한 번이면 되돌릴 수 있지만 원전 건설과 산업 생태계 복원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핵폐기장 건설 등으로 인해 원전 건설에는 통상적으로 15년 가까이 소요된다. 정부는 광주 반도체 팹을 2030년까지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호남권 반도체 생산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취소된 원전은 신한울 3·4호기(각각 1.4GW급), 대진 1·2호기(각각 1.5GW급), 천지 1·2호기(각각 1.5GW급)로 모두 6기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40년 전력 수요가 급증해 대형 원전을 최대 6기가량 추가로 지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규모가 일치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주장했던 민주당이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탈원전 정책은 잘못한 것이라는 분명한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며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이념에 따라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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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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