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끊긴 죽음] (下)

가족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무연고 사망자 증가로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시신 안치와 빈소 마련, 운구·화장 등에 필요한 장례비용뿐 아니라 연고자 탐문·통보 등 행정 절차도 늘어나 사회적 청구서로 돌아온다.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 사망자의 장례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27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광역단체별로 받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건수는 사업을 시작한 2021년 99건에서 2025년 488건으로 약 5배가 됐다. 같은 기간 집행한 예산도 5460만원에서 1억8866만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하다. 서울특별시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집행액은 2021년 5억1804만원에서 2025년 12억1936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공영장례 건수는 같은 기간 864건에서 1496건까지 늘었다.
부산의 경우 공영장례 사업을 시작한 2023년 417건에 3억1503만원을 집행했으나 2024년 573건에 4억3475만원, 2025년 597건에 4억5643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2년 만에 지원 건수는 43%, 집행액은 45%가량 늘어난 셈이다. 울산시 또한 2021년 60건이던 공영장례 집행 건수가 지난해 149건까지 증가했다. 예산 집행액 또한 4822만원에서 1억274만원으로 두 배 이상이 됐다.

공공이 부담하게 되는 건 장례비용만이 아니다. 지자체가 시신을 보관하면서 가족을 찾고 인수 의사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행정비용 또한 발생한다. 인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 1건당 평균 안치 기간은 32일, 연고자 탐문 및 통보 기간은 평균 21일이 소요됐다. 울산은 각각 13일과 12일, 부산은 모두 11.5일이 소요됐다.
정부가 2024년 공영장례 표준조례안을 배포했지만, 여전히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편차도 존재한다. 경기도와 제주도는 무연고 사망자 1인당 최대 160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인천은 빈소 사용료와 장례서비스 등에 1인당 최대 80만원을 실비 지원한다.
한 광역단체 내 시·군마다 지원금액도 다르다. 충청북도의 경우 청주시는 120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반면 영동군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제급여의 250% 범위(최대 200만원)로 지원금액을 두고 있다. 이외 시·군 또한 지자체 조례에 따라 60만~200만원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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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연고 사망이 증가함에 따라 전국적인 공영장례 표준모델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잡아놓은 상태다. 복지부가 발표한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1년 42%였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 지원 비율을 2027년 7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지자체들의 예산 부족으로 무빈소 장례도 늘고 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무빈소 장례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빈소를 설치하지 않고 치러진 장례 건수는 2만5045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5672건이었는데 5년새 60% 늘었다. 무연고 장례를 돕는 한 시민단체의 활동가는 "무빈소 장례 등을 통해 장례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죠."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은 권칠승 의원은 연고자가 있는 무연고 사망이 늘고 있는 모순된 현실에 대해 "(망자) 개개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 장례 방법이나 시신 처리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개인이 삶의 어떤 과정에서 가족과 지역사회, 그리고 공적 돌봄 체계로부터 단절됐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연고 사망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외에도 가족 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장례비용 부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연고자가 왜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권 의원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고자가 있는데도 시신 인수가 이뤄지지 않은 사유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통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그에 맞는 정책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관계 단절의 경우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위기 가구는 단전·단수, 건강보험료·통신비 체납처럼 행정적 신호로 발견할 수 있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진 경우는 위기 신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무연고 사망을 고독사·사회적 고립 정책과 연결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무연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어떤 고립과 돌봄의 공백이 있었는지 분석해야 한다"며 "이를 위기가구 발굴과 지역사회 돌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로 장례를 포기하는 경우가 없도록 장제비 지원과 공영장례 제도를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권 의원은 '공영장례'를 "한 사람의 마지막 존엄과 최소한의 애도를 보장하는 생애 마지막 복지"로 정의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마지막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며 "국가가 최소한의 장례 의식과 서비스 수준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지역 여건에 따라 추가로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가족에게만 맡겨두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가족의 형태와 관계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돌봄 제도 역시 과거의 가족 중심 구조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권 의원은 "우리 사회는 그동안 돌봄의 상당 부분을 개인과 가족에게 맡겨둔 측면이 있다"며 "가족은 가족이 돌본다는 전제가 여러 제도에 깔려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지역사회와 공공이 어떤 역할을 나눌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권 의원은 마지막으로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정책의 목표를 '무연고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넘어 한 사람이 관계와 돌봄에서 완전히 단절된 채 마지막을 맞지 않도록 사회가 어떻게 연결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둬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가 지향할 돌봄 민주주의의 출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