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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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한복판의 높은 언덕 아크로폴리스 정상에 고대 그리스의 대표 건축물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 그 남쪽 기슭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의 유적이 있다. 디오니소스 극장이다. 그 옆에는 더 온전하게 남아 있는 고대 로마의 야외음악당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있다. 모두 밝은 대리석 건물이다. 로마에 있는 고대 원형극장 콜로세움도 밝은 대리석으로 덮여 있다.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물들이 원래는 화려한 색상으로 칠해져 있었음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수많은 대리석 조각상도 당시엔 채색돼 있었는데 오랜 세월이 그 물감을 지워냈다고 한다. 극장들도 마찬가지다. 경복궁과 불국사의 화려한 단청도 덧칠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색을 잃어버리듯 고대 극장의 색깔도 그렇게 사라져 갔을 뿐이다. 서기 4세기부터 로마와 유럽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지배되기 시작했고 극장 활동은 금지됐다. 그로부터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려진 극장에 칠해진 물감은 희미해지다 결국 색을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미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고 어느 대학의 석사 프로그램을 마쳤다는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몇 년 전 해외 대학의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듣던 학생들이 학점을 달라고 했을 때도 그랬다. 조만간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해외 대학들이 거세게 몰려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 온라인 학습 시대는 2001년 MIT가 '온라인 무료강의 서비스'(open course ware)를 제공하면서 서막이 올랐다. 전 세계 최고의 교수와 학생, 막대한 연구비를 자석처럼 끌어모으는 초일류 대학이 디지털 혁신의 불을 댕긴 것이다. MIT는 '개방형 학습 플랫폼'으로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교육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전 세계 누구나 지식의 창고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사람들은 MIT의 노력을 글로벌 대학의 교육적 책무로 해석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스파크랩은 도대체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데모데이 피치를 어떻게 준비하나요?" 지난 11년 동안 총 21회의 데모데이를 개최하면서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다. 스파크랩은 1년에 두 번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기수마다 약 16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국내 주요 투자자 앞에서 진행되는 비공개 데모데이로 마무리된다. 스파크랩은 데모데이 피치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 고유의 공식을 구축해냈다. 단 5분만에 투자자의 머릿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후속 미팅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사의 데모데이 피치를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데모데이 피치가 정형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데모데이 피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미팅을 잡기 위해 매우 한정된 시간을 할애해 진행하는 발표다. 스파크랩 피치는 공략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비롯해 △성장률 △현존하는 문제점 △이에
지난 1년 동안 운용자산(AUM) 기준 세계 100대 벤처캐피털들을 파악해 개별 기관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매월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해외 신규 스타트업들의 수행 사업을 검토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재 관심을 갖고 있거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술 유형과 서비스 모델들을 데이터 기반으로 포착하기 위해서다. 조사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투자 유치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된다는 것과 사업 아이템이 과감하다는 사실이다. 4차 산업과 관련된 초격차 기술들은 필연적으로 미래 시장을 겨냥하지만, 관련 글로벌 기업들은 생각보다 더 먼 미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당장 혹은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해외는 그 이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자율주행, 탄소중립, 우주 발사체 개발 등과 관련한 기술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자율 비행 (A
최근 일본 스타트업 시장이 눈부신 성장을 보이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급증과 그에 따른 투자확대가 있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CVC 투자건수 1, 2, 3위를 일본의 미쓰비시UFJ캐피탈, SMBC벤처캐피탈, 미즈호캐피탈이 차지했다. 노후화한 일본 대기업들은 CVC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으며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인프라와 경험을 활용해 성장을 가속화하며 일본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까. 한 학술대회에서 일본 교수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은 오랜 역사 속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높은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대기업 간부들은 전쟁 중 책임을 져야 하는 사무라이 장수와 같은 상황에 놓인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는 할복(하라키리)을 통해 책임을 져야 했기에 신사업에 대한 도전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여기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농어촌 등 도심에서 떨어진 지방의 일손부족은 일본 역시 겪는 큰 고민거리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조처가 완화되고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일본 여행업계는 이들을 맞이할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유력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해결하고 싶은 3가지 사회문제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첫 번째, 일본 전역에 좋은 사람, 제품 및 지역에 대한 가시성, 관심 및 인식부족. 두 번째, 만성적으로 방치되고 해결되지 않는 지역의 계절적·단기적 노동력 부족. 세 번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교통과 숙박비용 부담 등이다. 이런 3가지 사회적 고민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신개념 여행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 출신 한 여성 CEO가 창업한 회사로 일본어로 도움+여행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오테츠타비'(おてつだび)라는 인력매칭 플랫폼이 그
여러 번 들르는 N차문화가 있는데 이제 0차문화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0차문화는 유명 식당이나 카페 등 명소에 예약대기를 걸어놓고 근처 주변을 방문하거나 산책하는 행위들을 말한다. 1차로 시작하기 전에 앞서 무엇인가를 모색하는 집단적 흐름이 0차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문화적 현상이다. 특히 유명한 곳일수록 대기시간이 길기에 더욱 그 시간을 활용하고자 한다. 0차로 방문하는 공간이라고 해서 0차공간이라는 개념도 생겨났다. 앱이나 태블릿PC를 통해 편하게 예약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와 문화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웨이팅(줄서기) 문화의 일반화가 간접배경으로 작동한다. 그들에게 줄서기는 공정함이다. 그 누구도 줄서서 기다리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 성과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고 싶은 체험이다.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줄을 서서 꼭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싶지만 어느새 주변에서 줄을 서는 모습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기술의 홍수 시대이다. 특히 요즘 AI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AI는 단순히 정보 검색에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창의력을 대체하며 예술·문화의 영역마저 파고들어 삶의 양식 곳곳에 급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기업·중견·중소기업 모두 AI가 각자의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2016년 바둑으로 인간을 능가한 알파고(AlphaGo)의 등장 때 컸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소강상태였다. 그러다 2023년 생성형 AI의 일종인 ChatGPT(대화 기반 언어 생성형 AI)의 강렬한 등장으로 인해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 소강상태 기간 AI 말고도 다양한 기술들이 주목받았으나 관심은 이내 빠른 속도로 다른 기술로 옮겨졌다. 2020년에서 2022년 초반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다. 이때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던 기술은 백신 개발을 비롯한 바
한국에서 테니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진다. 하지만 테니스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이기도 하다. 서울의 주요 테니스장 중 실내 정식 코트에서 레슨을 받으려면 대기 리스트에 올리고 1년 이상 기다려야만 한다. 실내 코트의 장점은 무엇보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외는 비나 눈이 오면 레슨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우천으로 취소되더라도 다시 레슨일자를 잡아 보강하는 것이 아니어서 수강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주말에 테니스장을 예약하는 것은 거의 복권 당첨과 같은 일이 돼버렸다. 한 주 전이나 한 달 전에 예약사이트가 열리는 인기 테니스장은 예약 시작 후 1초 컷이 다반사다. 그렇게 열심히 레슨을 받고 드디어 동호회에 나가면 초심자들이 처음 맞닥뜨리는 장면은 K테니스 특유의 코트 예절일 것이다. 한 포털의 테니스카페에 친절하게 소개된 동호인 예절은 이렇다. "첫 서브를 넣기 전에 '안녕하세요' 하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
최근 며칠 동안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온라인쇼핑을 했다. 의심스러운 가격에 놀랐고, 너무도 쉬운 UI·UX에 놀랐고, 몰아주는 포인트에 다시 놀랐다. 이러한 놀라움은 쿠팡에서도 예전에 느낀 것들이긴 했다. 쿠팡은 결제의 편리함에 엄청난 배송속도가 더해져 당시 나의 쇼핑은 '대만족'이었다. 생각해 보면 1990년대 말에 인터파크에서 온라인쇼핑을 하고 난 이후 그 편리함에 다시 일어난 회상이었다. 다만 걱정이 앞선다. 최근 온라인쇼핑 바람을 일으키고, 우리나라에 지사를 세우고, 온라인 유통센터를 짓고, 파격적인 가격과 배송을 하는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 하물며 쿠팡까지 모두 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를 강타한 테무는 아마존이 10년 만에 만든 고객 수(5000만명)를 단 1년 만에 도달했다고 한다. 지난해 마케팅 비용만 10조원을 썼고 올해도 30조원을 투입한다는 JP모간의 보고서가 있고 알리익스프레스는 800만명이 넘는 국내 가입자를 보유했고 국내에 유통센
얼마 전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를 했다. 초행길인지라 길안내 앱에 의존해 전철을 갈아타며 서울 왕십리에서 인천의 재외동포청까지 가는 데는 거의 2시간이 걸렸다. 한국인과 재외동포의 심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졌다. 지난해 5월 재외동포기본법이 제정됐고 6월엔 재외동포청이 출범해 인천 송도에 자리잡았다. 올 1월30일엔 앞으로 펼쳐질 재외동포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기본계획이 확정·발표됐다. 이로써 윤석열정부 공약에 포함된 '지구촌 한민족 공동체 구축'을 위한 토대는 어느 정도 갖췄다. 이제 재외동포청 발족에 걸맞은 정책추진과 정책콘텐츠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기본계획은 대체로 촘촘히 구성됐고 종합적인 재외동포 정책을 담았다. 재외동포청 설립을 기점으로 정부 정책은 예전의 일방적 시혜성 정책에서 호혜적 동반성장으로의 변화를 지향한다. 과거엔 정책 대상이 해외에 체류·거주하는 동포에게 한정했으나 이번 기본계획부터 국내에 거주하는 재외동포까지 확대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두
한국 정치는 이제 게임이 됐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고 오직 승리를 위해 돌진하는 스포츠게임이 됐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이겨야만 하는 국가대표 대항전과 다르지 않다. 관객과 중계석에는 제 편을 응원하는 함성이 넘쳐난다. 우리 편 반칙에는 너그럽고 상대편 실수는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디어 플랫폼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정치콘텐츠가 넘쳐난다. 정치콘텐츠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 라디오, TV 등 전통미디어보다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히 유튜브에선 정치비평 토크쇼가 인기다. '진성호방송' '오마이TV' '신의한수' '매불쇼' 등은 저마다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이런 콘텐츠는 대부분 게임화(gamification) 전략을 활용한다. 게임을 중계하면서 시청자를 관객으로 만든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애쓴다. 편을 가른 뒤 우리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