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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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대한 지지가 부산을 크게 앞질렀다. 투표동향과 판세를 잘못 읽은 탓에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은 국민의 실망감은 배가 됐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여러 분석이 쏟아졌다. 지난여름 잼버리 사태가 벌어졌을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다는 자조도 나온다. 이 중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홍보영상이 가장 아쉽다. 33초 길이의 영상에는 '강남스타일'을 배경으로 삼아 정명훈, 조수미, 김준수, 몬스타엑스, 태민, 싸이, 이정재 등 K콘텐츠를 대표하는 연예인그룹이 차례로 출연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선택"과 "오직 하나"를 반복한다. 리야드의 홍보영상이 도시의 다양한 경관과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꾸민 점과 확연히 대비된다. 영상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부산 장면은 겨우 9초만 등장하고 철 지난 노래를 쓰고 유명인만을 내세웠다며 혹평이 쏟아졌다. 물론 유치에 성공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
투자는 방정식과 유사하다. 외부 환경이라는 미지수가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같은 방식의 투자라도 성패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비대면 호황을 이끌었던 코로나19가 지나가자 전쟁과 함께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고, 승승장구하던 플랫폼 기업들은 한순간에 자본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세계적인 투자사 a16z의 수장 마크 앤드리슨조차 '아메리칸 다이나미즘'(American Dynamism)을 내세워 첨단 제조업 투자에 힘을 싣는다. 불과 10여년 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고 했던 그다. 국경을 초월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던 정보화 시대는 코로나 백신과 함께 민낯을 드러냈다. 백신 생산국들은 수출 문을 굳게 닫고 자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우선시했으며, 공급망 붕괴에 따라 자국 이기주의와 기술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첨단 제조업이 국익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하드웨어 기반의 딥테크 스타트업은 어느 시기보다 많은 투자사의 주목을
최근 토큰증권(ST) 제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ST의 발행자, 유통을 중개하는 플랫폼, 투자자 보호 사이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ST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된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권리의 내용은 기존 증권과 동일하나 그 거래를 위한 시스템 구성 시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ST 제도는 '증권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해 기존에 충족시키지 못했던 다양한 자금조달 수요와 투자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제도 활성화의 전제로서 투자자 보호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일반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며 현재 발의된 법안 또한 이를 반영했다. 투자한도 제한은 기존에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서 이미 운용을 해본 경험이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운용경험은 공통된 결과를 가져왔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의 경우 2016년 도입 후 상당
얼어붙은 경기의 회복이 내년에도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투자 시장에 혹한기가 닥치면서 올해 스타트업업계는 정말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연초만 해도 "그래도 연말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 섞인 예측들이 있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얼마 전 모 경제지에 나온 전문가들의 경기회복 예측시점은 대부분 내년 하반기였고 심지어 2025년은 돼야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반면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본 분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만나는 벤처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필자가 주변에서 체감하는 바도 그러하다.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다. 스타트업에도 벤처투자사에도. 이런 시기에는 소위 옥석 가리기가 된다고 하지만 이러다가 옥과 석 모두 고사할까 걱정이다. 주변에 직간접으로 아는 스타트업 중 현금이 이미 소진된 곳이 적지 않다. 그 회사들이 방만하게 경영했다면 모르겠으나 역량 있
중국 고대 양나라의 왕이 맹자를 자신의 정원으로 초대했다. 커다란 연못 주위로 기러기가 날고 사슴이 뛰노는 모습을 보여주며 왕이 물었다. "현명한 분께서도 이런 걸 즐기시나요." 그러자 맹자가 답했다. "현명한 사람이라야 즐길 수 있답니다. 현명하지 못하면 이런 게 있어도 즐기지 못하지요." 왕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맹자는 말을 이어갔다. "옛날 주나라의 훌륭한 군주였던 문왕이 정원에 누대를 지으려 하자 백성들이 너도나도 돕겠다고 모여들어 하루 만에 완성했습니다. 문왕은 이 누대를 '영대'(靈臺)라 이름하고 백성들과 함께 정원을 즐겼습니다.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지요." '백성과 함께 즐기다'라는 뜻의 성어 여민해락(與民偕樂)은 여기서 온 말이다. 그러나 누구나 주나라의 문왕이 될 수는 없었다. 권력자나 부유한 사람들만이 갖고 누릴 수 있던 세상의 진귀한 물건들이 그들의 서재나 금고 밖으로 나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길이 모두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목표를 향해 갈 때 방향이 맞으면 속도가 느리더라도 언젠가 도착하지만 잘못된 방향을 설정하면 아무리 빠르게 가더라도 목표점에 도달할 수 없으니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맞는 말이다. (속도가 이미 속력에 방향을 포함한 벡터값이라 틀린 이야기라는 '이과적 감성'은 차치하자.) 하지만 현실에선 방향만큼이나 속도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시간이 무한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느리더라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특히 빠르고 유연한 것이 생명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방향과 속도는 꼭 잡아야 하는 두 마리 토끼다. 특히 스타트업에 대한 규제혁신의 속도를 보면 방향만큼 속도가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2017년 글로벌 100대 유니콘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국내 규제로 분석했을 때 56개사가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될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22년 동일 대상을 재조사하니 55개사의 사업이 규제에 저촉됐다. 그야말로 거의 진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다. 직경 0.8㎝, 높이 1㎝ 정도 되는 핵연료 소자 하나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약 1800kwh다. 이는 일반 가정의 6개월 소비량에 해당한다. 이러한 고에너지 밀도 특성 때문에 원전의 연간 우라늄 연료 소요량은 25톤에 불과하다. 같은 발전량을 내기 위해 석탄은 약 290만톤이 필요하니 그 차이가 엄청나다. 원전은 들어가는 연료가 적으니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양도 적다. 다만 사용후핵연료는 고방사능을 띠고 그 속의 일부 방사성 물질은 수천 년 동안 방사능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는 방사능 독성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는 안전하게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인식돼 많은 사람에게 기피와 두려움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사용후핵연료는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석탄이나 가스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나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을 바로 환경으로 방출하는 것과 달리 원전의
2024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정치권이 들썩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총선 역시 특별한 변화 없이 투표용지 기반의 전통적 투표방식이 적용된다. 생애 첫 투표 이후 20년 이상 다양한 투표를 경험했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신원확인 후 종이로 투표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디지털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에서 언제까지 종이로 투표하고 다음날 새벽까지 개표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소중한 한 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회비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불편이 따른다. 전통적 종이투표 방식은 오랜 시간 검증된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종이투표는 투표용지 제작·관리와 투표 및 개표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최종 결과확인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투표소로 가야 하는 구조상 신체장애 및 노약자 등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참여기회를 제
한국형 APRA-H 프로젝트란 보건복지분야 정부 연구사업 집행의 새로운 시도가 진행된다. 그 이름만 봐서는 무엇을 하는 사업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고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규 연구사업 규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미 국내의 많은 의생명분야 연구자들은 정부의 새로운 연구사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ARPA-H는 당면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임무지향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사실 이런 문제의식의 출발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고 고통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수혜를 본 사람이나 기업이 있고 연구분야도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명암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장 많은 수혜를 본 기업의 하나는 모더나의 mRNA 백신이고 국내 씨젠 같은 진단키트 회사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특히 모더나가 새로운 방식의 백신을 단기간에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국
지난해 11월에 등장한 '챗(Chat)GPT'는 우리 일상과 경제·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전 세계가 AI(인공지능)의 잠재력과 위험요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영국 주도로 개최된 'AI안전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는 28개국 대표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 등 기업이 참여해 안전한 AI 이용방법을 전 세계가 함께 모색하자는 '블레츨리선언'(Bletchley Declaration)을 채택했다. AI는 때로 무제한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허위정보 확산, 프라이버시 침해, 편향적 정보제공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AI가 도출한 창의적 결과는 게임 체인저로서 전방위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과학기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등 우리의 역사를 변화시켰으나 과학기술의 연구생산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빈틈이 많고 예
'박동우와 나는 상당히 취해 있었다. 주로 술은 박동우가 마시고 나는 듣는 편이었으나 두 병의 위스키를 나눠 마셨으므로 우리는 이미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취해 있었다. 그러나 박동우는 정신이 말짱하였다. 그는 자기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데 취해 있는 것 같았다.' 1999년 4월19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최인호의 연재소설 '상도'의 일부분이다. 그로부터 며칠 전 뉴욕의 한 호텔 방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묘사한 장면이다. 뮤지컬 '겨울나그네'를 마치고 다음 뮤지컬 '몽유도원도'를 제작하기 위해 창작진 몇 명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나는 내 오랜 우상인 최인호 선생님과 여행 내내 한방을 쓰는 행운을 얻었다. 선생님은 트렁크에서 위스키 한 병을 꺼냈고 나는 함께 술을 마시며 저 소설에서처럼 말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나의 우상인 선배님의 뒤를 따라 연세대학교에 입학했고 연세극예술연구회(연희극회)에도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도 연극을 하고 있다. 선배님이 나를, 내 인생을 여기까지 데리고
'글로컬대학'의 막이 올랐다. 10개 대학마다 1000억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간의 관심은 '어느 대학이 선정됐느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대학들이 '왜 선정됐는지'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이 봐야 하는 것은 보고서 디자인이나 과제목록이 아니다. 높은 평가를 받은 비전이나 과제를 도출하게 된 대학의 역량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겉모습보다 대학에 내재한 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성균관대 연구팀이 대학이 제출한 혁신보고서, 총장 인터뷰, 언론 기사 등을 검토해 글로컬대학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첫째, 대학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다. 미래세대와 지역사회를 위해 대학이 담당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구현할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다. 대학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생태계의 일부고 다른 요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따라서 대학이 해야 할 것은 '생태계 일부로서 대학에 부여된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거점 국립대의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