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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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크리처'는 미스터리가 됐다. 혹평과 호평을 오가는 정도는 국내외 온도차가 심했다. 하지만 그 혹평과 호평 사이의 온도차를 이해하지 못하면 K콘텐츠의 가능성은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2023년 말 최고의 기대작 '경성 크리처'가 공개됐을 때 혹평에 시달렸다. 70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보다 콘텐츠의 내용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비등했다.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 상당히 많은 데다 흥행코드를 대략 조합한 것으로 보였다. '스토브리그'의 정동윤 감독,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은경 작가에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서준, '마이네임'의 한소희, 여기에 '오징어 게임'의 위하준까지 쟁쟁했다. 스타 캐스팅보다 서사구조의 짜임새가 촘촘하지 않으며 전개가 답답하고 느린 점이 지적됐다. '스위트홈' 시리즈와 비교해 혹평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국식 크리처물의 탄생을 알린 '스위트홈'에 '경성 크리처'가 비교되는 일은 숙명과도 같다. 애초 '경성 크리처'는 '스위트홈'과 비슷한 포맷과 구조,
지난 몇 주간 인공지능(AI) 이슈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AI 회사 오픈AI(Open AI)의 수장 샘 알트먼(Sam Altman)은 지배구조 이슈를 뒤로한 뒤, 화려하게 복귀하자마자 더 강력한 AI 서비스를 공개했다. AI를 둘러싼 이슈는 그 성능이나 위협,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배구조나 글로벌 규제와 합의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엄청난 화젯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혁신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는 AI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빼놓고서는 기술과 혁신에 대해서 논할 수조차 없게 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AI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실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자리는 투자 유치·검토를 위한 미팅이나 데모데이 등의 행사다. AI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서는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창업가들의 절박한 대응이기도 하지만 AI로 인해 새로이 창출된 시장에 대
내가 속한 테니스클럽에서 최근 열성회원 한 명이 모임을 탈퇴하겠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했다. 탈회의 이유는 주말마다 부동산 임장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 모임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매물을 보기 위해 부동산카페의 회원들과 매주 어딘가를 나가야 하므로 우리 모임을 '버린' 것이다. 테니스가 주는 당장의 즐거움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수고로움을 택한 그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렇게 좋아하는 테니스를 버릴 만큼 매주 임장을 나가는 것이 그에게는 확실히 가치 있는 일이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으니까. 다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매주 임장을 다니는 것이 올바른 투자방법인지는 의심해볼 만하다. 누군가 말했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가 최선인 시기도 있기 마련이다(투자에 젬병인 내가 섣부르게 할 말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임장이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주지 못하는 테니스 동호회보다 더 나은 것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는데
지난해 말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게리 사피로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참가국 중에는 유일하다. 또한 그의 언급에 의하면 "한국은 자신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국가고 기술로도 뛰어나며 스타트업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방문에서 키워드는 'AI와 한국'이라는 것이다. 가끔은 해외에서 유명인사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에게 듣기 좋은 '용비어천가'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전시회(CES, MWC, IFA)에서 한국의 위상이 실제로 뛰어나다는 유명세는 이미 알려진 것이고 이는 한두 해 만에 얻어진 평판은 아니었다. 다만 사피로 회장의 언급이 갑진년 시작점에 개최되는 'CES 2024'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한 것과 우리나라의 위상이 진정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궁금함을 더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매해 참여하는 CES의 발표를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세상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혼돈의 시대다. 격변기에는 눈에 보이는 시계(視界)는 불투명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점 커진다. 보이는 것만 갖고 상황을 파악할 수 없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볼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그렇다고 보이는 대로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다. 프랑스 고어에 '개와 늑대의 시간'(L'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황혼 무렵을 의미하는데 해질녘에는 언덕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의 격변이 딱 그러하다. 자고 나면 세상이 변화하기에 변화를 식별하기 힘들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도 벅차다. 빠른 변화로 경계가 무너지고 융화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빅블러'(Big Blu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의 계절이 왔다. 양력과 음력의 시차 때문에 한 달 남짓 인사가 이어질 것이다. 이런 표현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치듯 주고받는 의례적인 인사 속에 우리 모두의 강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새해에 우리가 받아야 하는 '복'은 과연 무엇일까. 동양 고전은 복에 대한 여러 해석을 일러준다. '복'(福)이라는 한자는 왼쪽의 '시'와 오른쪽 '복'이라는 글자가 더해져 만들어졌다. 오른쪽은 '배'를 뜻하는 '복'(腹)의 원래 글자다. 배가 두둑한 모습을 그렸다. '복'은 배가 두둑한 데서 시작한다. '예기'는 '복이란 잘 갖추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갖추다'라는 말을 '모든 일이 순조롭다'는 뜻이라고 풀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새해에는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세요"라는 말과 비슷하다. 만사형통에 대한 기원이다. 이런 풀이는 '복'을 물질적으로 이해하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한비자'
필자는 의료 및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자로서 대학과 대학병원을 포함한 교수창업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교수창업으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사례도 봤지만 반대로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기능도 갖추지 못한 채 실패하는 무수한 사례를 보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스타트업 붐이 불면서 교수창업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성공한 교수창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교수창업은 긍정적인 일이다. 특정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그 기술을 개발한 교수 자신이므로 스스로 그러한 연구성과에 기반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일견 당연할 수 있다. 더구나 명망 높은 교수님은 기술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지도, 네트워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교수창업이 성공하려면 일반적인 창업과 다르게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할 부분이 많다. 그 출발점은 교수와 사업가에게 요구되는 역량, 책임, 의무가 크게 다름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수는 연구에는 프로페셔널이지만 사업에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대학원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대형 플랫폼에 대해 강력한 사전규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제정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자사우대 같은 경쟁제한행위에 대해 신속한 조사와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 또한 플랫폼 규제법안을 여러 개 발의해둔 터라 자칫 졸속 입법이 우려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이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예방하고 스타트업 등 다른 플랫폼들이 마음껏 경쟁하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스타트업 생태계는 반대입장이다. 스타트업, 투자자와 학계 모두 한목소리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생태계를 옥죄는 악법이라고 한다. 반대의 이유는 분명하다. 첫 번째로 과도한 사전규제이자 중복규제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참여자의 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용자와 참여사업자들을 만족시킬수록 점유율이 올라간다. 즉 어떤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가졌다면 그건 혁신의 결과
이달 초 제28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 청정에너지 확대에 관한 두 합의문이 발표됐다. 하나는 원전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로 늘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3배인 1만1000GW로 늘리자는 것이다. 원전확대 선언에는 22개국이 참여했고 재생에너지 확대 결의에는 123개국이 동참했다. 우리나라는 두 합의에 다 참여했다. 참여국 수만 놓고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대세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보면 원전확대가 더 유리하다. 일단 목표달성 기간이 재생에너지는 7년, 원자력은 27년이란 큰 차이가 있지만 다음에서 설명할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는 수력, 풍력, 태양광이다. 이 중 수력이 현재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이다. 수력발전소의 이용률은 세계 평균치가 36%를 상회해 28%인 풍력과 14%인 태양광보다 훨씬 높다. 이용률이 높고 발전시기 조절이 가능한 수력은
지난 11월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에 특화한 에코아이가 코스닥에 상장됐다. 에코아이는 아시아 최대 온실가스 감축 전문기업으로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소시키는 사업을 진행해 감축량만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나 사설 인증기관(Verra 등)으로부터 탄소배출권(상쇄배출권)을 발급받고 이를 판매하거나 거래해 수익을 창출한다. 에코아이의 상장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려주는 동시에 '탄소가 기회를 만든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런데 에코아이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 탄소감축사업을 진행했는데 '인증기관'이 인증해주지 않는다면? 끔직한 손해가 예상된다. 이런 가정은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에서 인증절차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탄소배출권은 규제시장과 자발적시장에서 거래되는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규제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른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는 시장으로 규제시장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할당되는 배출허용량인 할당배출권과
2023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의 시점에서 우리나라 의료계의 가장 큰 뉴스는 중입자치료의 시작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중입자치료는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 치료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중입자치료는 범위를 좁혀서 말한다면 아마도 탄소이온치료라 할 수 있다. 이 치료법에 대해서 최대한 간략히 설명하면 탄소이온은 극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압차에 의해 가속될 수 있고 가속기에서 계속 가속을 하면 빛의 속도의 약 70%까지 가속할 수 있는데 이런 초고속의 탄소이온을 몸속의 종양에 1㎜ 이하 오차범위로 매우 정밀하게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대부분 전자를 가속해 직접 종양에 조사하거나 엑스레이(X-ray)로 변환해 암세포를 없애는 방법이다. 그 외 양성자치료법이 있는데 수소이온인 양성자를 가속기에서 가속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탄소는 이런 전자나 양성자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중입자로 불리고 현재 임상에서 환자들의 치료에 대부분 적용되는 중입자치료는 탄소이온치료다. 이런 중입
과학기술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큰 공헌을 해왔고 자체적인 역량 측면에서도 비약적 발전을 했지만 R&D(연구·개발) 활동의 글로벌 개방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하는 연구·개발 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도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액 중 해외재원 비중은 0.3%인데 이는 2018년도 1.9%에서 매우 감소한 수치다. 또한 이를 미국(6.7%) 프랑스(7.7%) 영국(11.9%)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R&D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제 공동연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행한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의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우리가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의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선도그룹과 공동연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