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열립니다. 음악과 문화, 책이야기 등 부드러운 이야기로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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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에 갔다가 백제의 미(美)를 품은 부소산성에 들렀다. 정상에 가니 사자루라는 누각이 반겼다. 멀리 보이는 백마강과 부여의 전경이 아름다웠지만 눈길을 끈 것은 누각에 걸린 시판(詩板)과 기문(記文)들이었다. 다섯 자씩 네 행으로 이뤄진 한시(漢詩) 오언절구(五言絶句)도 보였다. 학창 시절 한문을 배운 덕에 띄엄띄엄 읽을 수 있었지만 내용을 음미할 수준은 못 됐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런 글들을 읽고 뜻을 전해줄 전문가들이 사라지면 백제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사라질까 걱정됐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자.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같은 역사왜곡이 날로 심해진다. 이를 이겨내려면 강한 경제력과 외교적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이나 문헌을 고증하고 해석할 국가적 역량이 없으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우리 것을 지켜내기 어렵다. 이렇게 보면 문학, 역사, 언어, 지리 같은 기초학문을 지원하는 것은 '시혜적 보호'가 아닌 '전략적 투자'로 봐야 한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3100만명을 넘었음에도 여전히 주변에서 코로나19로 진단되는 사례를 보게 된다. 확연한 감소 추세 없이 확진자 수가 1만명 이상으로 보고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19는 종식되기보다 감기 유발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토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대다수가 순차적으로 자연면역을 얻으면서 코로나19는 독한 감기 정도로 인식되는 반면 뒤늦게 독감과 호흡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중교통이나 밀집도가 높은 공간에서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환절기에는 다양한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호흡기내과를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데 지난 3년간은 환절기에도 호흡기 환자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내 마스크 자율화 이후 사람간의 접촉이 늘면서 독감과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게 되고 호흡기환자의 병원진료도 현저히 증가했다.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PCR검사를 시행한 결과 독감,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인공지능)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월 대통령이 행정안전부의 업무보고에서 공무원이 챗GPT를 활용해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을 언급한 이래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챗GPT 특강을 열고 활용방안을 홍보한다. 정부가 AI를 정책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AI를 구현할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과연 우리는 AI 도입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 등으로 중소·벤처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I분야에 초일류 전략을 수립해 디지털분야를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계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 없이는 전체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의료, 금융, 물류 등 모든 산업의 AI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산업이 기초가 된다. 그러나 국내
간호사 연봉은 의사의 20% 수준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잘 나가는) 다른 나라들보다 격차가 크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직종별 임금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그 결과 간호사 면허소지자의 임상활동 비율은 절반밖에 안 된다. 간호법 제정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당정이 지난 11일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에서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심모원려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방향착오다. 직종별 임금격차는 처우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면허의 범위(scope of practice)에서 찾아야 한다. 현행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요양간호와 진료의 보조다(각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조 가목·나목). 그런데 요양간호라는 간호사의 고유업무가 사실상 형해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진료의 보조라는 면허 범위만으로는 간호업무의 독립적 영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 간호사의 역할영역은 외국에 비해 대단히 좁은 것
지난 토요일(15일) 다수의 언론사는 주말임데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삼성전자를 언급한 기사를 특별히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내용은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메모리 감산을 '안주'(安住) 신호로 해석하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1983년 도쿄선언 이후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투지 넘친 기업문화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삼성전자는 인텔과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삼성전자의 감산발표에 대한 이 같은 비판과 함께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의 주가가 나란히 강세를 보인 점을 흥미롭게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현상을 "업계 선두업체가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으니 반도체업황이 이제 바닥을 찍고 올라올 일만 남았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서 한술 더 떠 "메모리업계 삼두체제의 정상자리가 너무 편해진 삼성전자가 점유율 확대 의욕을 잃은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캠핑장, 테니스장, 골프장이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온라인 예약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작과 동시에 대부분 마감이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면서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매크로란 자동으로 댓글등록이나 쪽지발송 등의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작업을 통해 이뤄지는 키보드 입력과 마우스 클릭 등의 작업을 사전에 프로그램에 입력 및 저장하고 일정 시간에 해당 프로그램을 자동적,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크로 자체는 불법이라고 보기 힘들지만 실제 매크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악용돼 여러 피해를 낳고 있다. 우선 예매사이트에서 티켓을 독점하고 이를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재판매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등 온라인 암표시장을 양산한다. 둘째, 대학 수강신청과 온라인 투표 등에서 이용자의 정당한 선택 또는 한 표의 가치를 왜곡한다. 셋째, 검색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SNS의 실시간 트렌드 등에서도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여론을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금액의 80%가 수도권에 편중됐다.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통상 채용을 확대하는데, 이에 따른 고용 증가 역시 83%가 수도권에서 이뤄졌다. 지방에 위치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수개월 동안 채용공고를 내지만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젊은이들은 왜 수도권으로 옮겨가려고 할까.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독 큰 편이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의 연봉이 대기업의 80~90%를 웃도는 반면, 한국은 50%에 그친다. 조직문화도 요즘 세대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소규모 전통기업일수록 1990년대식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개인의 자율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그런 문화에 적응하기를 꺼린다. 이런 탓에 청년들은 대기업과 수평적인 문화를 지닌 테크 기업들이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택한다. 작은 지방도시들은 어떻게 젊은 인재를 붙잡아야 할까. 수십 년에
심각하던 코로나가 서서히 잠잠해지자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전국적인 활동제한들을 완화하면서 각종 관광진흥 대책으로 국내 여행수요가 회복추세에 있다. 일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국내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29% 감소한 수치지만 1인당 여행경비는 약 4만1000엔(약 41만원)으로 2019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로 참아왔던 감정들이 고급스럽고 만족도가 높은 '보복여행'으로 귀결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서 벗어나 여행의 특별한 목적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본 리크루트가 실시한 국내 숙박여행 수요조사에서 응답자의 44%가 '여행장소를 결정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겠다'는 답이 코로나 재해 이전보다 약 6%포인트 증가할 정도로 현장체험의 가치를 우선시한다. 이런 결과에 부응하듯 여행 관련 업체나 기관들은 여행을 통해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체험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술사조는 당연히 인상파, 그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고흐다.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강렬하고 혁신적이면서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이전에 없었고 보기만 해도 스타일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는 예술사조의 대표주자들에게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삶이 지닌 극적 스토리다. 그의 사후에 갤러리들은 그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높였다. 근래 그의 삶이 알려진 것과 달랐다는 학술적 연구는 채 주목받지 못할 정도다. 그만큼 극적인 삶의 스토리가 그림값을 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아니면 현대의 개념 미술처럼 도발이나 파격을 통해 꽂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AI(인공지능)에 이런 점을 찾는 이들은 없다. 아마 더는 AI 작가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첫 AI가 그린 작품은 나름 스토리가 될 듯하다. 하지만 대부분 AI가 그린 작품은 매우 차별적인 혁신보다 하나의 스타일을 모방한다. 이미
4대 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개혁 중 유일하게 논의되던 근로시간 개편은 많은 논란 속에 미뤄졌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개혁안 대신 경과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달 말 활동을 종료할 예정이다. 뒤를 이어 보건복지부가 오는 10월 정부안을 발표한다는데 총선을 앞둔 시점에 가능할지 걱정스럽다. 각종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신의료기술평가처럼 민감한 사안은 결정을 미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개혁을 추진한다는 화학물질 규제도 환경부가 요지부동이라 지켜봐야 한다. 교육개혁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자체에 대학 예산권을 이양한다는데 비슷한 사업을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자체가 혁신보다 예산확보에만 관심 있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개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연금개혁 논의 시작부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조정에만 집중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수백만 명 규모의 전국적인 시위가 연이어 벌어졌다. 지난해 시작된 시위에는 철도, 전력, 교사노조 등이 파업으로 동조하는데 프랑스노동총연맹은 4월에도 시위와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법안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노동자의 법정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2년 연장하겠다는 부분이다. 지난 3월 프랑스 상원을 통과한 법률에 따르면 프랑스 노동자들은 연금수령 시기가 연장된 정년만큼 늦춰지고 동시에 연금을 받기 위한 수령 기여기간은 43년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프랑스는 이미 국내총생산의 13.8%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만큼 연금고갈에 대한 현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데 오히려 법정 정년은 독일(67세) 이탈리아(67세) 영국(66세)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다.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게 프랑스 시민들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선명하다. 이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억지로 더 일하기 싫다"는 것이다. 실제 연초에 공개된 프랑스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프랑
나침반, 활판인쇄기, 자동차,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AI).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바꾸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발명품이라는 것이다. 혁신기술의 결과로 만들어진 위대한 발명품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 세탁기 발명으로 여성은 가사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됐고 전화기와 인터넷 발명은 물리적 거리의 제약을 극복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줬다. 지금 인류가 주목하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 같은 컴퓨터의 개념을 논문으로 발표했고 1956년에는 존 매카시가 다트머스 국제회의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개념에 불과하던 인공지능의 실제 위력에 놀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대중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이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는 보통 사람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인공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