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열립니다. 음악과 문화, 책이야기 등 부드러운 이야기로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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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재현'보다 천대받는 장르가 바로 클래식음악이다. 동시대 감각으로 완성된 새로운 창작물 대신 클래식음악은 수백 년 전 작곡된 음악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들의 반복에는 이유가 있다. 같은 악보라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항상 세계 초연인 것처럼 연주하라"고 명한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역사인식과 동시대 정신을 함께 구현하지 않는 과거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개성이 희미해지고 동일한 작품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현상은 이 장르가 더이상 우리의 오늘을 반영하지 못함을 드러낸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뜻밖의 다크호스가 나타났다. "내가 클래식음악을 구원하겠다"고 선언한 그리스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다. '다크호스'라는 말이 문자 그대로 어울릴 정도로 그의 이미지는 심히 어둡다. 펑키 스타일의 헤어스타일과 일관되게 고수하는 블랙슈트에 검은색 펌프스워커, 여기에 가끔 추가되는 망사스커트는 헤비메탈이나 록음악에
필자가 대학졸업 후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지급받은 컴퓨터는 전설의 'AT 컴퓨터'다. 뱃살 두둑한 모니터를 설치하니 자리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 달치 급여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 고가였다. 저장용량이 20MB(메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필자에게는 '신세계'였다. 컴퓨터뿐만 아니다. 레이저와 잉크젯프린터가 본격 도입되기 전이라 주로 '도트트린터'를 사용했다. "끼익, 도르륵" 소음이 나는 도트프린터는 업무 방해꾼이었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워드프로세스' 사용법을 배워야 했다. 초기에는 사용법이 서툴러 같은 문서를 3~4차례 다시 작성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외부와 문서를 주고받을 때는 팩스를 사용했다. 조사를 위해 5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300여개 기업에 팩스를 보낸 적이 있는데 1주일이 꼬박 걸린 적도 많다. 그래도 회사 생활은 행복했다. 30여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컴퓨터가 업무에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시절의 '라떼' 이야기다. 기업
우리는 숫자로 이뤄진 세상에 살고 있고 매일 숫자를 보며 변화를 읽는다.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로 경제를 읽고, 아파트 시세로 경기를 예측한다. 일기예보는 온도, 습도, 시간대별 강우확률까지 숫자로 제시한다. 통장잔액, 지하철시간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도 숫자로 이뤄져 있다. GDP(국내총생산), 물가지수, 기대수명, 지능지수 등 세상과 인생은 숫자로 가득하다. 숫자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좀 더 객관적으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비슷한 설명이라도 수치로 된 근거를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예보의 정확도를 표시하기 위해 일기예보에서 강수확률을 사용한 것은 미국에서는 1966년,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다. 가령 '강수확률 50%'라고 발표하면 사실 비가 온다는 건지, 안 온다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신뢰감을 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에도 확률적 표현이 많다. 십중팔구는 80~90%, 백발백중은 10
지난 일요일(26일) 권순우 선수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오픈에서 한국 테니스선수로는 두 번째로 ATP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형택이 한국 최초로 투어 우승을 차지한 지 18년 만의 경사였다. 프로테니스협회 정규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남자 ATP랭킹 100위권에 아시아인이 현재 단 3명 존재한다는 사실로 가늠해볼 수 있다. 테니스는 신사·귀족스포츠라는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다른 어떤 종목보다 제1세계 백인 남성이 주도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테니스 팬으로 볼 때 이 소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냉담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한국에서 테니스는 세팍타크로만큼은 아니지만 명백히 '소수자 운동'이기 때문이다. 중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운동하세요?"라는 질문은 언제 함께 골프 칠까라는 질문으로 오염된 지 오래다. 모든 것의 척도가 된 유튜브 기준으로 볼 때도 인기 채널의 양과 질에서 테니스는 골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테니스가 항상 비주류였던 것은 아니다. 86 아시안게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멈추고 바뀌어 버렸다. 글로벌 슈퍼그룹 BTS(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라이프 고스 온)의 가사처럼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다. 멈춘 듯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우리의 삶은 계속돼야 하기에 정보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변환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비대면, 초연결, 초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 시대가 열리고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중심으로 경제의 주역이 바뀌게 된다. 플랫폼이 팬데믹(Pandemic·대유행)의 공포가 공황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공급자와 소비자로부터 획득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플랫폼은 인공지능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로 미래경제와 산업을 바꾸고 있다. 그런데 플랫폼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정부의 자세는 달갑지 않아 보인다.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일탈행동이 눈에 보이지 않아 우
"선생님께서 분홍셔츠를 입으래요."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인사도 잊은 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학교에 분홍셔츠를 입고 온 학생이 괴롭힘을 당했다. 선생님이 폭력은 절대 안 된다면서 분홍셔츠를 나눠주며 함께 입자고 하셨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2007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핑크셔츠데이'라는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의 일화였다. 아이는 선생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말씀만으로 충분한데 분홍셔츠를 입고 등교하려니 부끄럽다고 했다. 맹사성은 황희와 함께 성군 세종대왕 시대를 이끈 명재상이다. 어린 나이에 급제한 맹사성은 덕망이 높은 고승을 찾아가 좋은 지방관이 될 방안을 물었다. 고승은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좋은 일만 하면 된다고 답했다.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며, 백 번 보는 것이 한 번 깨우치는 것만 못하며, 백 번 깨닫는 것이 한 번 행하는 것만 못하다(百覺而
고대부터 황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고, 중세시대에 연금술은 꽃을 피웠다. 흔한 금속을 완벽한 금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속됐다. 연금술처럼 계속된 시도 중 하나가 만병통치약이다. 하나의 약으로 모든 병을 고친다는 개념은 매력적이다. 수은을 보약이나 화장품으로 사용하고, 석유를 만병통치약으로 팔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증상에 효과를 보이는 약도 다른 증상에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킨다. 연금술은 불가능하고,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액이 3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투자를 받은 기업 수도 최다였다.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도 60개가 넘었다. 유니콘이 탄생하고, 상장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제2벤처붐'이 실감날 정도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창업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는 기업이 제공하는 사회적 효과와 기여가 크기 때문이다. 교육 프로그램
2024년부터 발행되는 일본의 새로운 1만엔권 화폐의 인쇄가 지난 9월1일 시작됐다. 2019년 4월 일본 정부가 레이와(令和) 시대 시작을 한 달 앞두고 전격 발표한 일본의 3종 화폐쇄신 정책의 일환이며 나머지 5000엔권과 1000엔권 화폐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일본은 전후 지금까지 위폐방지를 표방하며 20년 주기로 화폐쇄신을 진행했는데 이번 화폐는 6기가 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국가든 화폐쇄신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어떤 인물이 인쇄되느냐일 것이다. 이번 6기 화폐에 인쇄되는 것으로 발표된 인물 중 1만엔권의 새 인물은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시부사와는 일본 군국주의 시대 500여개 기업의 설립 및 육성에 관여해 일본에서는 성공한 실업가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제의 경제침탈을 주도한 인물이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02년부터 약 2년간 대한제국에서 유통된 지폐에도 시부사와의 초상이 등장했다고 지
미국 시애틀에 많은 놀이터와 유치원은 아마존이 지은 것이다. 육아를 쉽게 해서 직원들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지만 분명한 배려다. 또한 아침을 거르고 오는 직원이 많아서 바나나를 가득 실은 마차를 회사 앞 곳곳에 배치하고 '프리 바나나'(Free Banana)를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또한 시민에 대한 배려다. '셰프'의 꿈을 꾸거나 레스토랑에 관심이 있는 젊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제 몇 개 식당을 운영하면서 손수 가르치고, 실제 경험하도록 운영하는데 꿈 많은 청소년에 대한 배려다. 아마존이 잘하는 것은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4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야생 식물원('더 스피어스')을 주민들도 쉼의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 또한 비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기술적으로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기업의 가치가 2조달러 정도니까 사회에 2조달러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줬고, 지난해
지난달 27일 서울시 교육플랫폼 '서울런' 서비스가 시작했다. 서울런은 서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과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무료로 사교육업체와 연계해 교과·비교과 온라인학습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고 멘토링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정치권과 교육단체가 갓 시작한 서울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 사업이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이 사교육업체의 콘텐츠를 그대로 쓰는 순간 사교육을 조장해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분들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이미 EBS가 있고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이 있는데 '중복투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사교육업체와 연관된 서울런이 굳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제기에 필자는 종종 "사람들이 보건소의 시설이 훌륭하다고 대학병원에 안 가겠는가"라는 말로 답하곤 한다. 둘째, 자기주도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게 대체로 온라인수업 효과가 크지 않은데 이번 대상자들도 그런 학생이 많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얼마 전 오랜만에 미국 바이오텍 기업 테라노스와 관련된 소식을 다시 들었다. 2015년 테라노스의 기술에 대한 문제가 처음 제기되고 2018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금융사기 혐의로 기소된 후 이제야 재판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사실 워낙 큰 사건이고 이슈도 많이 된 내용이겠지만 요약하자면 테라노스는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2년 다니다 중퇴한 엘리자베스 홈즈가 피 한 방울로 200개 이상 질병을 진단하는 랩온어칩 기반의 기술을 개발했고 '에디슨'이라고 명명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며 기업가치 10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거짓이라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2018년 회사는 청산됐고 엘리자베스 홈즈 및 2명의 경영진이 사기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테라노스는 몇 차례에 걸쳐 투자자들로부터 약 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고 폐업 직전에는 1000억원의 대출을 받기까지 했는데 모두 가치가 없어진 것은 물론이다. 수소전기트럭 제조회사이자 상장회사인 미국의 니콜라도
이번 칼럼은 머니투데이 8월 17일자 '바이오텍 글로벌 인재 경영을 위하여' 후속편으로 전편에 던진 화두에 대한 몇 가지 활용방안입니다.[편집자주] 다양성이 없으면 혁신신약은 탄생하기 어렵다. 첫째, 혁신신약의 아이디어부터 상품화까지 오랜 시간과 개발비가 들지만 함께 중요한 요소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기간 협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분야는 다른 시각, 다른 업무방식 그리고 다른 성향을 가지게 한다. 종종 초기 신약발굴을 하는 분들은 다양한 그리고 자유로운 시도들을 미덕으로 여기며 '가벼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본격적인 개발단계 (첫 관문은 전임상 개발)로 가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은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형식과 내용의 자료들을 요구하면서 조금 더 엄격하고 심사숙고하는 업무행태를 띠게 된다. 임상으로 가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에 좀 더 보수적이고 엄격한 접근법을 요하면서 동시에 '윤리'라는 새로운 관점이 들어오게 된다. 이 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