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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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人和)를 자랑으로 삼아왔던 LG 그룹 내 가족간 송사가 2023년 2월 소송제기 후 약 3년만에 일단락났다. 세간에는 이번 민사소송 1심 판결로 원고(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과 딸들)와 피고(아들 구광모 LG 회장)간 '승패'로 이야기하지만 LG 그룹 입장에서는 모두가 패자인 지리한 싸움이었다. 화합의 상징이었던 LG 그룹의 이미지는 창업자 집안 내에서의 상속 재산 다툼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재판부의 조정 권고와 재판부 변경 등으로 재판이 길어지면서 원고와 피고를 대리하는 율사들은 시간을 벌었지만 구광모 LG 회장이나 모친인 김영식 여사는 그 시간에 비례해 상처는 더 깊어졌다. 법의 심판대에서의 결과는 원고인 김 여사와 두딸(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씨)의 패배로 끝이 났지만 70년을 이어온 LG 그룹의 역사를 거슬러 아버지와 할아버지· 증조부까지로 이어지는 과정을 짚어보면 모두에게 아픈 상처가 됐다.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세상에 오랜 전통과 가풍을 이야기하면 구식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앞으로 2년 정도는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인공지능(AI) 수요는 늘지만 반도체 업체의 공급 증가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 홍콩 소재 외국계 증권사의 아시아책임자 말이다. 수십년 반도체를 분석한 그의 분석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의 이유를 잘 보여준다. '코스피 지수 5000(오천피)' 시대를 바라보는 한국 증시의 엔진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쌍두마차다. 코스피 시가총액(1월 19일 종가기준, 약 4085조원)의 약 38%(약 1542조원, 우선주 포함)를 이 두 회사가 차지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냉정히 현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세상 만물에는 작용과 반작용(뉴턴 제3법칙)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다. 일례로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8월 신조선가지수가 191. 5로 최고점을 찍고 수년치 수주잔량을 자랑하며 장미빛 전망을 내놨었다. 상위 10개 조선업체 중 6개가 한국 기업었지만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주 절벽과 실적 악화가 시작됐고 이후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장기 침체에 빠졌다.
대한민국이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한 지 7년 만에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독일·중국·일본·네덜란드에 이어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1945년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뤄낸 기념비적인 성과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수출을 무기로 1964년 수출 1억달러에서 13년 만인 1977년 첫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초기에는 가발과 섬유, 해산물 수출로 성장하던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자동차·석유제품·조선·철강·무선통신·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 등으로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을 넓혀왔다. 그 결과 100억달러 돌파 18년 만인 1995년에 수출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다시 9년 만인 2004년에는 수출 2000억달러의 고지에 올랐다. 이후 대한민국의 급성장 시기에는 2~3년마다 1000억달러씩 수출을 늘리며 단숨에 수출 5000억달러 국가에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 여정에서 반도체와 자동차·석유제품·조선·무선통신기기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보안의식 결여문제가 아니다. 책임 회피가 일상화된 기업 문화 그리고 그 무책임을 방치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허점 탓이다. 쿠팡은 즉각적인 사과와 투명한 책임 규명 대신 '유출'을 '노출'로 축소하고 갖은 핑계로 책임회피에 골몰했다. 실질적 최고 책임자인 대주주(김범석 쿠팡Inc 의장)는 미국의 이름 뒤에 숨었다. 이민을 통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직전인 2020년말 국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한국과의 법적 연결 고리를 끊었다. 한국에서 사업은 하지만 한국법이 자신에게 닿지 않도록 했다. 물류센터 화재 대응이나 플랫폼의 갑질 논란 등에서 보여준 모습은 '한국에서 수익은 극대화하되 법적·사회적 책임은 최소화'하는 회피의 전형이다. 한국에서 지난해 기준 연간 41조 원의 매출과 6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회사의 태도라고 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국민을 대신해 이런 행태를 따질 국회의 부름은 해외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무시했다.
1987년 무렵의 일이다.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이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입학한 아들의 스승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학교에 의사를 전한 모양이다. 당시 동양사학과 A 교수는 학과의 가장 어른인 민두기 교수(2000년 작고)에게 "이재용 학생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식사를 한번 모시고 싶다고 합니다"라고 알렸다. 민 교수는 A 교수에게 "그동안 다른 학생 부모들의 식사 초대에도 응했나요?"라고 되물었다. "아닙니다"라는 A 교수의 답변에 민 교수는 "그런데 왜 이재용 학생 부모의 식사 초대를 나한테 전하는 거죠? 똑같은 제자들인데.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엄청나게 공부시키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민 교수를 비롯한 동양사학과 교수들 덕에 이재용 학생은 어떤 특혜도 없이 평범하게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자식을 학교에 맡긴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그 학생을 바르고 공정하게 가르치겠다는 스승의 마음으로 되돌려준 사례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얘기다. 그 후 이건희 회장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든 때에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아들의 87학번 동기들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올 연말 삼성 사장단 인사는 어떻게 됩니까?" "앞에 있는 인사팀장에게 물어보세요." 약 1주일 전 저녁, 서울의 한 상가(喪家)에서 만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과 기자의 대화 중 일부다. 정 부회장은 상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주창훈 부사장(사업지원TF 인사팀장)에게 바통을 넘겼고, 주 부사장은 "잘 모릅니다"라며 함구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삼성의 '넘버2' 자리가 8년 만에 바뀌었다. 정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정 부회장은 다가올 자신의 인사 변화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의 자리는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장(사장)이 넘겨받았다. 기업에서 2인자란 왕조의 재상처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위치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시절엔 비서실장이, 2대 회장인 이건희 회장 때는 비서실장·구조조정본부장·전략기획실장·미래전략실장이 이름을 달리하며 그 역할을 맡았다.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는 사업지원TF장
천년 고도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이 28일 개막했고, 이어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다. APEC 2025는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의 장이자,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진입할 역사적 대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미·중 양국 정상이 한국 땅에서 마주 앉는 이번 APEC 무대는 그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지정학적 완충지대가 아니라 갈등을 조율하고 협력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전략적 허브가 될 수 있다. '중재자'가 아닌 새 질서의 설계자로 자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APEC은 1989년 출범 이래 자유무역 확대와 포용 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21개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그 일로부터 벌써 5년이다. 5년 전 오늘은 삼성을 글로벌 톱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한 날이다. 기자는 생전 이건희 회장을 취재 현장에서 수십 번 만나 질문하고 답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가졌다. 천천히 한마디씩 내뱉는 그의 말 속에는 늘 장고(長考)를 거듭한 선승(禪僧)의 화두가 담겨 있었다. 평소에는 말이 없던 이 회장이 '신들린 듯' 수백 시간을 이야기했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의 유창함은 없었지만, "항상 멀리, 깊게 보라"는 그의 말에는 집무실에서 몇날 며칠 밤을 새우며 미래를 고민했던 흔적이 배어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늘 걱정하던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현 회장)의 말도 떠오른다. 기자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묻자 그는 "회장님(이 회장이 아버지를 부를 때의 호칭)께서는 '늘 건강을 챙기라'는 의사들의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기자님이 좀 말씀드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른 이별의 아쉬움
지난 8월 7일(미국 현지시간) '대한민국 국가대표 캡틴' 손흥민 선수가 영국 토트넘 홋스퍼에서 미국 LAFC(로스앤젤레스 풋볼 클럽)로 이적을 공식 발표한 직후 그는 곧바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하루 전 LAFC 홈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불과 입단 사흘만인 10일에 취업비자가 발급되자마자 시카고 원정경기에 출전해 맹활약을 펼쳤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에게 주어지는 프로선수용 취업비자(P-1A)의 신속성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지난 4일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불법 체류 혐의로 긴급 체포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미국의 법과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을 체포하는 과정은 물론 손목과 발목에 쇠사슬을 묶은 채 끌고 가는 굴욕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과유불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 남은 상처가 너무 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대법원이 지난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한 직후, 약 10년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사법 리스크의 족쇄에 묶여 있던 삼성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한 짧은 소회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무죄선고였지만 그만큼 안타까움도 컸다. 지난 10년 동안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는 힘없이 흔들렸다. 삼성의 침체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요인 중 하나가 삼성 총수가 장기간 피를 말리는 재판에 묶여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동안 그랬다. 그 사이 어떤 이는 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고, 또 다른 이는 수형생활 중 부모님을 여의는 천붕지통(天崩之痛)을 겪어야 했다. 억울한 세월에 마음의 병을 얻은 이도 있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누군가는
융합이 분열보다 낫다는 건 자연의 원리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본질이다. 에너지는 흩어질 때보다 모일 때 강하다. 나눗셈보다는 덧셈이, 덧셈보다 곱셈이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21세기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선 한국이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은 통합을 넘어선 '융합'이다. 지금 세계는 17세기 영국 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주장처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다. 4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인한 중동의 불안정,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과 함께 본격화된 관세전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속에서 한국 경제가 믿을 수 있는 건 정치도 이념도 아닌 경제의 중심인 '기업'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제조업은 '1등 DNA'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전해왔다. 반도체·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배터리·방위산업 등 제조업 전분야에서 이처럼 높은 경쟁력을 갖춘 국가는 전세계에 드물다. 오랜 제조업 강국이라는 독일이나 일본에도 유례
"솔직히 제 전망은 전망이 없는 것이 전망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한 인사말이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AI 시대를 향한 우리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본격화된 인공지능(AI) 시대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양강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생존 전략을 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AI 시대는 누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빠르게, 그리고 적은 비용으로 실험하고 그 속에서 정답에 가까운 길을 찾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다. 이는 비단 AI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 산업을 여는 것은 대부분 '가보지 않은 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그 길을 먼저 가본 쪽이 생존 확률이 높다. 중국과 미국의 미래먹거리 전략은 이 점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중국은 통제로, 미국은 자율로 빠르게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에 발이 묶여 출발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