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연 코스피 6300 이후의 미래

반도체가 연 코스피 6300 이후의 미래

오동희 기자
2026.02.27 05:00

[오동희의 思見(사견)]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4.77 포인트(0.41%) 오른 6108.63 포인트를 나타내며 상승 출발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9.26 포인트(0.79%) 오른 1174.51 포인트. 2026.02.26.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4.77 포인트(0.41%) 오른 6108.63 포인트를 나타내며 상승 출발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9.26 포인트(0.79%) 오른 1174.51 포인트. 2026.02.26.

코스피가 단숨에 지수 6000선을 넘어 6300까지 치달았다. 삼성전자(218,000원 ▲14,500 +7.13%)SK하이닉스(1,099,000원 ▲81,000 +7.96%)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호조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AI)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에 휴머노이드 로봇 등의 미래 기대가 맞물린 덕분이다.

증시에선 환호와 함께 공포지수도 꿈틀거린다. 급등 뒤에는 늘 조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보좌하던 삼성 최고위 임원에게 '이 회장이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이 회장은 어떻게 미래를 예측했는가"라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질경영·디자인경영·천재론을 설파했던 이 회장조차도 "미래 참 모르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1996년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고 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올림픽을 열자고 제안했던 이 회장이 현재 AI 열기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당시 늘 다가올 미래를 고민했던 그가 꺼낸 해답은 '미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였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비하는 것이라는 통찰이다.

우리는 매일의 날씨를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 슈퍼컴퓨터와 위성 데이터가 동원돼도 당장 내릴 비의 양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사실은 안다. 단기예측은 각종 변수로 어렵지만 장기적인 흐름은 원리를 이해하면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AI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문명사적으로 인류의 진화는 노동의 수고를 덜어주는 방향으로 전개돼 왔다. 증기기관이 근육을 대신했고 컴퓨터가 인간 뇌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다.

자율주행과 로봇·AI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노동력을 줄여주는 기술의 진화가 반드시 인간에게 더 많은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단기 조정을 겪을 수 있지만 AI의 진화는 한국 대표 산업인 반도체의 방향성을 알려준다. 시간좌표(X축)가 오른쪽으로 길어질수록 수요좌표(Y축)는 위를 향하는 '우상향'의 그래프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성공은 그 단면이다.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칩의 집적도 2배 증가)이 한계에 직면하자 해법은 '더 작게'가 아니라 '더 높게'였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차원을 달리하는 사고의 대전환이다. 칩을 수직으로 쌓는 패러다임 전환은 우연이 아니라 미세화의 한계에 도달한 반도체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 변곡점에서 읽어낸 흐름이었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때 끊임없이 '메모리의 빙하기'를 외쳤지만 그들의 바람과 달리 AI는 반도체에 신세계를 열어줬다. 수급 불균형으로 단기변동성은 존재하지만 데이터 폭증이라는 큰 물줄기는 바뀌지 않는다.

이제 AI 대세에 올라탄 한국 기업의 최대 변수는 미국의 관세전쟁과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제조업이다. 디스플레이와 조선·철강·2차전지·석유화학 등 거의 전 제조업에서 경험했듯 중국의 추격은 위협적이다. 미국의 견제로 '반도체굴기'를 향한 중국의 걸음이 더뎌지긴 했지만 창신메모리(CXMT)나 양쯔메모리(YMTC) 등은 한국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도 골치거리다.

해법은 분명하다. 우리 기업이 이들과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규제로 발목을 잡기보다 혁신의 길을 터줘야 한다. 정부가 길을 터주면 기업은 인재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최태원 SK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 직후 100명의 임원을 일대일로 1시간씩 면담해 그들에게서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찾은 것은 좋은 예다. 기업에서 미래를 묻는 질문은 결국 '사람'에게 향한다. 패러다임 변화를 읽을 줄 아는 인재를 가진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다. 그 긴 여정에서 코스피 6000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작점일지 모른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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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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