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오늘도 온라인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이슈들이 뜨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흘리듯 넘겨버리는 무수한 이슈들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를 뽑아 그 한꺼풀 뒤에 숨어 있는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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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새 행정부 백악관에 CPO(성과관리책임자)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자리였다. 초대 CPO엔 낸시 킬퍼 전 재무부 차관보를 지명했다. 킬퍼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안 돼 킬퍼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월3일 토미 비토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킬퍼가 자신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킬퍼가 백악관 고위직에서 물러난 건 단 100만원의 세금 체납 때문이었다. 그것도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1995년 자신이 고용했던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주지 않아 자택으로 946달러(105만원)의 차압이 들어갔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세금 제도와 자발적 신고에 기반한 납세 시스템 탓에 실수에 따른 세금 미납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낱 실
# 1997년 봄, 이석형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수백명의 서울대 학생들이 이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관악캠퍼스 정문에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진압에 나섰고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신입생 한명이 경찰의 발에 차여 코뼈가 부러진 채 의식을 잃었다. 신입생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는 소식은 무선호출기(삐삐)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평소 학생운동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조차 분노에 휩싸여 시위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시위대의 규모는 순식간에 2배로 불어났고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분노'는 대중을 정치의 현장으로 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인간의 감정 가운데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공포'조차도 집단적 분노 앞에선 힘을 잃는다. 이성 따윈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전세계 금융시장을 기습 강타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그런 사례다. 잔류파들은 영국이 EU(유럽연합)을 떠날 경우 닥칠 경기침체를 경고하며 '공포 마
'개헌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불을 지피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맞장구치고 나섰다. '87년 체제'가 약 30년간 이어지며 역사적 효력이 다했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가 분명히 확인됐다는 게 명분이다. 국민 대다수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개헌론의 방점은 권력구조 개편에 찍혀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극복이 핵심이다. 기본권 문제도 거론되지만, 전선이 확대될 경우 자칫 개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권력구조에 대한 '원포인트 개헌론'이 '전면적 개헌론'보다 우세한 이유다. 그러나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국민투표 절차는 피할 수 없다. 개헌을 위해선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찬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개헌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들을 설득해 개헌 투표에 동참하게 만드는 게 개헌 성공의 관건인 셈이다. 4·13 총선 투표율조차 50%대에 그쳤음에 비춰 개헌을
# 한 강력한 여성 지도자 아래 보수정당은 선거에서 승승장구했다. 정권을 쥔 여성 지도자는 노동개혁을 밀어붙였고, 보수정당은 이를 도왔다. 여성 지도자 주변의 세력이 보수정당의 주류를 형성했다. 그 여성 지도자 자체가 당의 정체성이었다. 나머지 세력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혁신성을 잃고 '기득권 정당'으로 굳어진 보수정당은 어느덧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곤 끝내 선거에서 패하며 제2당으로 전락했다. 오늘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이야기처럼 보일 지 몰라도 사실은 약 20년 전 영국 보수당과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이 주인공이다. 토리당 시절부터 300년 넘는 역사 동안 영국 보수당은 개혁보수를 뜻하는 '젖은 자'(Wets·습파)와 강경보수인 '마른 자'(Dries·건파)들이 번갈아 당권을 잡아왔다. 시대적으로 복지 확대가 요구될 땐 '젖은 자'들이, 그 폐해가 심해졌을 땐 '마른 자'들이 당을 주도했다. 당의 주류가 교체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집권'을 위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이 딱 한장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한 기자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물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답은 이랬다. "찢어버리겠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레이건 대통령이 답했다. "민주당 하원의장 토마스 오닐 없이 나 혼자만 천국에 갈 수는 없으니까요." 1980년대 이후 미국 의회는 대개 '여소야대'(與小野大)였다. 공화당 출신 레이건 대통령도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을 상대해야 했다. 주요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게 그의 주된 일과였다. 민주당 지도부를 백악관 만찬에 초청해 밤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시느라 다음날 늦잠을 자는 일도 허다했다. 오닐 의장과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 대화했다. 오닐 의장의 70세 생일 맞이 '고희연'(古稀宴)을 백악관에서 열어주기도 했다. 소련과의 냉전을 승리로 이끈 국방예산 증액 등 레이건 행정부의 핵심
한때 프로야구단들 사이엔 암묵적인 '신사협정'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을 쓰지 않는다는 약속. 2011년 김 감독이 SK를 떠난 뒤 3년 간 지켜켰던 이 협정은 2014년 한화가 김 감독을 전격 영입하면서 깨졌다. '야신'(야구의 신) 김 감독은 구단들에게 '독배'와도 같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약팀을 강팀으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팀 운영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요구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 탓에 구단 프런트는 사실상 팀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지독하게 승리만 추구하는 스타일 때문에 구단의 승률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호감도는 떨어진다. 2007∼2010년 'SK 왕조'(한국시리즈 3회 우승) 시절이 그랬다. 그는 일부 SK 팬들에겐 '영웅'이었지만 나머지 야구팬들에겐 '악몽'이었고 프런트에겐 '고통'이었다. 그가 구단과의 마찰 끝에 SK가 떠난 것도, 다른 구단들이 김 감독을 기피한 것도 그래서였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성적에 따라 좌우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그 배경이 된 가상의 도시 제3도쿄시는 시장이 3명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니 3개라고 해야겠다. 마기(MAGI)라는 3대의 슈퍼컴퓨터가 다수결로 시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데도 제3도쿄시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 인공지능(AI)이 도시를 통치하고 시민들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 이세돌을 상대로 바둑을 둬 내리 2판을 이겼다. 특히 두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은 딱히 잘못 둔 수가 없는데도 졌다. 프로기사들이 알파고의 '실수'라고 했던 엉뚱한 수조차 미리 계산된 수였다는 게 중론이다. 상대보다 최소한 '반집'이라도 더 많이 차지해 이긴다는 유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뒀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이세돌이 단 한판이라도 이긴다면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게이머들이 말하는 이른바 '헬'(Hell·지옥) 또는 '극악'(極惡)의 난이도
#1. 642년 백제 의자왕이 신라를 향해 파상공세를 폈다. 순식간에 대야성(경남 합천)을 비롯한 성 40여개가 함락됐다. 서부전선이 무너진 신라는 충격에 빠졌다. 선덕여왕은 고구려에 김춘추를 보내 원군을 요청했지만 연개소문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그러자 이번엔 당나라에 사신을 보냈다. 그러나 당 태종 이세민은 군사를 보내긴커녕 선덕여왕을 모욕한다. "여자 군주는 정치를 잘 할 수 없다(女主不能善理). 왕이 여자라서 이웃나라들이 업신여기는 것이다. 우리 황실의 남자를 보내줄테니 신라 왕으로 삼으라." 국가의 위신뿐 아니라 왕실의 권위도, 선덕여왕의 자존심도 땅에 떨어졌다. 이처럼 굴욕적인 대우를 받았음에도 선덕여왕은 이듬해부터 줄곧 당나라에 조공을 바쳤다. 국익을 위해 개인적 감정은 접어뒀다. 이런 외교적 노력 끝에 선덕여왕의 사후 진덕여왕 때 나당 연합이 결성됐고, 이는 삼국통일의 절대적 기반이 됐다. #2.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8월12일, 윈스턴 처칠 영국 수
1998년 8월 청와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이종찬 부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당시 현안이던 농·축·수협 개혁 문제를 보고했다. 이 부장은 단위조합 통폐합에 반대하는 강성 조합장들에 대한 내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를 받던 김 대통령이 눈을 감더니 한참 뒤 입을 열었다. "이 부장, 애초부터 우리가 이런 일 하지 말자고 안기부를 개혁한 것 아닙니까?" 여전히 '국내정치 개입'이란 구습을 버리지 못한 안기부에 대한 질책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 부장은 황급히 보고서를 챙겨 대통령 집무실을 나왔다. 이듬해 4월, 국가정보원장으로 직함이 바뀐 이 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총풍 사건'의 처리 동향을 보고했다. 1997년 대선 직전 청와대 행정관 등 3명이 '안보정국' 조성을 위해 북측에 휴전선 일대 무력시위를 요청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김 대통령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언제 일어난 사건인데, 아직 1심 재판도 안 끝나고 이렇게 질질 끌고 가
1888년 6월 독일제국의 황제가 된 빌헬름 2세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 수상이 싫었다.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할아버지 빌헬름 1세 때부터 26년 간 나라를 주무르는 동안 황제는 뒷전이었다. 비스마르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국정을 주도하고 싶었던 젊은 빌헬름 2세는 사사건건 비스마르크와 충돌했다. 그리곤 급기야 1890년 3월 비스마르크를 수상 자리에서 내쫓았다. "할아버지를 다시 잃은 것처럼 슬프다." 황제는 비스마르크의 사임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스마르크를 축출하자마자 빌헬름 2세는 비스마르크 체제의 외교전략을 모조리 뒤엎었다. 첫번째 희생양이 러시아와의 재보장조약이었다. 쌍방 중 어느 한 나라가 제3국과 전쟁을 할 경우 상대방은 중립을 지킨다는 내용이었다. 보불전쟁에서 독일에 패한 뒤 이를 갈던 프랑스가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동서 양쪽에서 독일을 협공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비스마르크가 공 들여 맺은 협정이었다. 그러나 비스마르크를
얼마 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흔든 대만 국기가 한국·중국·대만을 뒤흔들었다. 정확하겐 대만 국기를 흔든 게 아니라 흔든 걸 사과한 게 문제였다. 중국은 '대만 국기'에 분노했고, 대만은 '사과'에 분노했다. 소속사 JYP가 중국 시장을 지키려고 쯔위에게 사과를 시킨 걸 놓고 우리나라의 여론은 양분됐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과도한 대응"이라고 질책하는 쪽과 "중국시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옹호하는 쪽이 맞섰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지 궁금했던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리얼미터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전국 성인 남녀 506명에게 물어본 결과,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이 42%로 '불가피한 대응'(36%)이란 응답을 앞섰다. (나머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눈길을 끈 건 지지정당별 응답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과도한 대응'(54%)이란 질책이 '불가피한 대응'(34%)이란 대답을 크게 웃돌았다
1986년 10월12일, 해가 온종일 지평선에 걸려 있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이곳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전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정상회담 초반은 순조로웠다. 레이건은 전략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폭격기를 5년 내 절반으로 줄이고 10년 뒤엔 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부를 없애자고 했다. 고르바초프는 10년 내 아예 모든 전략무기를 폐기하자고 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가 한가지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은 난항을 맞았다. 이른바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Strategic Defense Initiative)의 실전배치를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SDI는 핵탄두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방어체계를 말한다. 레이건은 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당신이 평화의 기회를 걷어찼소."(레이건) "아니오. 당신이 SDI의 실전배치만 포기하면 모든 게 끝납니다. 합의문에 서명합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