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 사태'로 본 안철수 신당의 딜레마

'쯔위 사태'로 본 안철수 신당의 딜레마

이상배 기자
2016.02.06 07:02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강한 확장성 만큼 정체성 약한 중도신당…집권 위해선 확고한 '정체성' 필수

얼마 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흔든 대만 국기가 한국·중국·대만을 뒤흔들었다. 정확하겐 대만 국기를 흔든 게 아니라 흔든 걸 사과한 게 문제였다. 중국은 '대만 국기'에 분노했고, 대만은 '사과'에 분노했다.

소속사 JYP가 중국 시장을 지키려고 쯔위에게 사과를 시킨 걸 놓고 우리나라의 여론은 양분됐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과도한 대응"이라고 질책하는 쪽과 "중국시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옹호하는 쪽이 맞섰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지 궁금했던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리얼미터에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전국 성인 남녀 506명에게 물어본 결과, '과도한 대응'이란 비판이 42%로 '불가피한 대응'(36%)이란 응답을 앞섰다. (나머지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눈길을 끈 건 지지정당별 응답 결과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과도한 대응'(54%)이란 질책이 '불가피한 대응'(34%)이란 대답을 크게 웃돌았다. 반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JYP를 옹호한 쪽이 33%로 '과도한 대응'(31%)이란 답변보다 많았다. 더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치지향적'이라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현실주의적' 성향을 보였던 셈이다.

재밌는 건 '안철수 신당'으로 불리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응답이다. '불가피한 대응'이란 현실주의적 답변의 비중이 51%로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높았다. '과도한 대응'이란 응답은 36%에 그쳤다. 국민의당 지지자들이 더민주보다 새누리당에 더 가까운 성향을 보인 셈이다. 특정 사안에 한정된 조사이긴 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자들의 성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결과다.

의석수 17개의 원내 3당 국민의당이 2일 공식 출범했다. 더민주에 뿌리를 뒀지만 지향하는 바는 '중도정당'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 '정치적 중원'이 타깃이다.

중도층을 잡는 자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1992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1994년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약 20년에 걸친 연패의 사슬을 끊고 민주당·노동당을 집권당의 자리에 되돌려 놓은 것도 우경화를 통해 중도층을 사로잡은 결과였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DJP 연합으로 우클릭해 정권교체에 성공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좌클릭에 힘 입어 집권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거대양당 가운데 한쪽이 중원을 향해 진출한 경우였다.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중도를 표방하며 새롭게 태어난 신당이 정치적으로 성장해 집권한 경우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집권에 성공한 신당은 대부분 기존 보수정당보다 더 오른쪽 또는 기존 진보정당보다 더 왼쪽에서 시작했다. 1920년대 자유당을 누르고 영국 양당구도의 한축으로 부상한 노동당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중도신당들이 실패한 이유는 정체성이 약해서다. 보수·진보 사이의 어중간한 포지션은 강력한 확장성 만큼이나 취약한 정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기존 보수·진보 정당들과 어떻게 다른 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만큼 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기 힘들다. 중도신당의 '딜레마'다.

국민의당의 '친 호남' 행보에서 보듯 국민의당이 최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은 지지기반은 기존 더민주 지지층이다. 그러나 '쯔위 사태'에 대한 답변에서 보듯 국민의당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새누리당 지지층과 겹친다. 국민의당이 이 상이한 지지층들을 계속 한데 끌어안고 갈 수 있을까?

국민의당에 이념지향을 물어보면 누군 '중도개혁'이라고 하고, 누군 '중도보수'라고 한다. '이승만 국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의당의 정체성 혼란을 방증한다. 정체성은 예측가능성이고, 이는 수권정당의 기본요건이다.

거대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으론 말 그대로 '캐스터보터' 밖에 될 수 없다. 국민들이 집권정당에게 기대하는 덕목에는 중도적 합리성 뿐 아니라 예측을 가능케 하는 정체성도 있다. 세를 불리기 전에 당의 정체성부터 세우는 게 우선일 지 모른다. 설을 지낸 뒤 국민의당이 내놓을 총선 공약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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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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