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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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의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 노조는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작업장 입구를 점거했다. 원청업체를 대상으로 한 파업인데다가 작업장을 점거한 만큼 이 파업은 현행법 기준 명백한 불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51일간 지속된 하청지회 파업으로 신규 선박 진수가 5주 미뤄졌고, 이로 인해 약 8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회사는 노조원 5명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일명 '노란봉투법' 재논의의 시발점이었던 이 사건 당시 실제로 법이 있었다면 파업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2조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도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노조법상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본다. 대우조선해양에 하청업체와 교섭 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대우조선해양이
"제발 여성가족부에 항의 좀 해주세요." 서울 A구 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달 100여명의 아이돌보미 급여를 엑셀로 수기 정산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9월초 아이돌봄서비스 시스템이 개편된 이후 시스템이 먹통 되거나 오류가 비재해 꼬박 두 달간 돌보미 급여를 수기로 정산했다. 주유수당과 유급 휴일을 수기로 계산하다 보니 급여가 잘못 지급된 경우도 비일비재. 이 관계자는 "시스템은 여가부 소관이라 우린 위만 바라볼 뿐"이라며 "여가부에 항의해달라"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초 업무보고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플랫폼을 2025년까지 3년간 구축하겠단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간 과부하로 시스템이 자주 다운됐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7일 기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면 교체했다. 하지만 시스템 교체로 각 돌봄서비스 센터마다 비상이 걸렸다. 9~10월 두 달에 걸쳐 전국 아이돌보미들의 급여가 일일이 수기로 정산됐다. 신규 돌보미를 양성하거나 신규 매칭하기는커녕 항
"증권업계에 압수수색이 이렇게 잦을 때가 있었나 싶네요" 금융투자업계가 각종 사건사고로 바람 잘 날 없다. 올 상반기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으로 업계가 발칵 뒤집힌 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도 증권사 임직원들의 횡령 건들이 잇따라 발생했고 영풍제지 주가조작까지 터지며 내부통제 리스크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라임펀드 재조사 과정에서 나온 새로운 의혹, 채권 돌려막기 관행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 등도 뒤숭숭한 분위기 조성을 보탰다.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캥커(PB)는 10여년간 고객 재산을 관리하며 수익률을 속여 편취해 적발됐고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1000억원 대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혐의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이화그룹 거래 정지 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도와 직무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득한 혐의 등을 받는다. 올해 두차례나 대형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도마 위
"사업 파트너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릅니다" 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임원은 최근 업계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긴 호흡을 두고 사업이 진행되는 에너지 업종에 오래 몸담았던 그에게 에너지와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물었더니 나온 답이었다. 계약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마치 정글같은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만만치 않다는 고백이었다. 배터리 업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또 다른 임원에게 그의 고백을 전했더니 돌아온 말은 "웰컴 투 더 정글"이었다. 무한경쟁이 '국룰'(보편적 규칙)인 정글노믹스의 세계에서 배터리라고 다를 건 없다. 하지만 "그 국룰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는게 '배터리 맨'들의 비슷한 반응이고 보면, 이 쪽 세계에는 무언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배터리 정글'의 매운맛을 현장에서 보고있는 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그 차이점은 대체로 '속도'인 듯 싶다. 이제 막 개화한 산업이기에 기술 진화와 설비 투자의 속도 모두 전 산업을 통틀어 독보적이라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스트리밍+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 세계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용자 수 1위인 넷플릭스는 한국 이용자들에게 한 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5000원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 이미 미국·영국에선 10월 하순부터 구독료를 올렸는데, 조만간 한국에서도 뒤따를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기존에 월 9900원 단일 요금제를 운영했는데, 이달부터 9900원 '스탠다드'와 1만3900원 '프리미엄'으로 나눴다. 화질과 동시 스트리밍 가능한 기기 수 등 요금제 조건을 뜯어보면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다. 또 약관을 개정해 계정 공유 금지의 국내 도입을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 1위(작년 4분기 39.6%) 사업자고, 디즈니플러스(10.2%, Parrot analytics) 역시 핵심 플레이어다. 전세계 시청자들이 장소와 시간의 제한 없이 영화·드라마·예능 등을 즐길 수 있는 OTT 시장을 개척, TV와 극
#73년 전 이맘때 한국전쟁의 분수령이 됐던 장진호 전투에서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12만의 중공군에게 포위됐던 미 해병대 1사단 병사들은 다급히 무전을 쳤다. "투시 롤(초콜릿 사탕 브랜드)이 떨어졌다. 빨리 보내달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간절한 외침이었다. 사방에서 전우가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박격포탄을 뜻하는 해병대의 은어 '투시 롤'을 사용했다. 적군의 도청을 걱정해서다. 그러나 후방의 통신병은 이를 몰랐다. 중공군의 대공 사격을 피해 역시 목숨을 건 지원 항공기가 투하한 수백 개의 보급품 상자 안에는 진짜 초콜릿 사탕이 들어있었다. 현장을 몰라 소통이 안 돼 벌어지는 대참사다. #"제발 민심을 제대로 전해주시라" 얼마 전 사석에서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빤한 얘기지만 세상의 대부분 일은 빤한 걸 몰라서 혹은 지키지 않아서 틀어진다. 믿기 어렵겠지만(?) 역대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실은 가장 바쁘게 일한다. 때로 당위에 때로 서류와 숫자에 매몰되다 보
지난달 31일,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1개 부처가 운영한 국내 최대 규모 창업경진대회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 결과가 나왔다. 수술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제작한 알데바(ALDAVER)가 창업리그 대상(대통령상), 험지에서 안정적 보행 기능을 갖춘 사족보행 로봇을 개발한 라이온로보틱스가 예비창업리그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올해 대회는 역대 최대인 6187개사가 참여, 30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두 회사는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한국형 아이코어'(I-Corps)와 '실험실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된 창업팀이다. 아이코어는 대학 연구실에서 거둔 기초·원천 연구성과가 빠른 시간 내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창업아이템 시장 검증, 시제품 제작,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김봉수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장은 "이번 대회 대상 뿐 아니라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받은 팀 대부분이 우리가 창업팀 발굴, 성장 지원까지 다양한 형태로 지원했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 고삐를 죄던 지난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한장이 돌았다. 폐허 속에서 이제 막 돌이 지났을 법한 아기가 엎드린 채 고개 들고 절규하는 모습이었다. 전쟁의 참상을 이보다 더 극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않았다. 아기 표정이 마치 숙련된 아역 배우의 그것 같았다. 노출된 왼손 모양이 어색하고 손가락 개수는 5개가 넘어 보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가짜로 판명했다. 그러나 사진이 세계적으로 유포된 뒤였다. 심지어 가자 지구 내 일부 팔레스타인 언론인조차 사진을 사실이라고 믿고 SNS로 퍼 날랐다.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이다. 목표는 이스라엘의 만행 고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SNS와 AI가 인지전 매체와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번 이·팔 전쟁에서 이것들은 활개를 치는 양상이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아기는 하마스에 비판적이었던 팔레스타인 여론을 침묵하게 만든다. 아들과 형
"어떤 분들은 '정확한 이유를 갖고 외국 나가라'고 하더라..." 가수 겸 배우인 김민종 KC 콘텐츠 공동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장내에 폭소가 터졌다. 의원들도 웃었다. 김 대표의 어색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 때문은 아니었다. 국감 증인이 어떠한 무게를 견뎌야 하는지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감 증인은 제대로 된 답변 기회를 얻기는커녕 조용히 의원들의 호통과 질책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사실 국감장에 있던 의원들만큼은 웃어선 안 됐다. 되려 분노했어야 옳다. 그동안 국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면 말이다. 국감 때만 되면 의원회관엔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사 오너(최대주주)나 CEO(최고경영인)가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지 여부다. 증인채택을 두고 여야 의원 간 신경전도 펼쳐진다. 의원들이 기업인을 부르는 건 소위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국감 현장
광화문 월대 복원은 2003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공언하면서 시작됐다. 2001년 5월 시작돼 2002년 7월까지 124부작 KBS드라마 '명성황후'가 인기리에 방영된 직후다. 사후 100여년을 '민비'로 불리던 '민씨'가 '명성황후'로 호칭이 높여진 것도 그쯤이다. 명성황후 뿐 아니라 흥선대원군과 고종에 대한 미화도 상당했던 그 드라마 내용을 실제 역사로 오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 '명성황후'와 뮤지컬 '명성황후'는 그런 면에서 '역사왜곡'이란 비판을 받았다. 광화문 월대 복원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월대 복원으로 조선 말 고종과 흥선대원군 치하의 아픈 역사가 자랑스러운 과거처럼 미화될 수 있단 점에서다. 미래세대에겐 잘못된 역사교육 장소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은 "서울 옛 모습 찾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그 '옛 모습'은 고종 때인 1866년이다. 재위 4년차 고종이 14세였던 때다. 흥선대원군이 섭정하던 그 시절이고 조선이 망하기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밈처럼 급속도로 유행하고 있는 말이 'I am 신뢰에요'(실제 표기법은 '예요')다.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와 결혼 발표를 했던 전청조씨가 같은 아파트 이웃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교포행세를 하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적은 문장이다. 영어 사용자가 사용했다고 보기 믿기 힘든 대화 수준이다보니 이 문장을 희화화하거나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I am 신뢰'를 주장하는 또 한 곳(?)이 있다. 이보다 며칠 전 '소변맥주' 파동이 발생한 중국이다. 최근 소변맥주 파동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칭따오(TSINGTAO, 판매사 국내표기 기준)맥주를 흠집내기 위한 '기획소변'으로 몰아가는 기류가 감지된다. "공장 내 화장실이 많은데 담을 넘어 소변을 본 것이 이상하다"거나 "3공장이 아니라 다른 물류기지다"라는 주장 등이다. '소변을 본 남성이나 영상을 찍은 이들을 체포해 조사해보니 칭따오맥주 직원이 아니더라'는 당국 발표가 나오자 이런 목소리는 더 커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지난 23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젊은 검사들의 이탈을 두고 검찰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 한 의원에게 이원석 검찰총장이 차분하게 답하는 대목이었다. 다분히 정치적으로 볼 수 있는 질문에 이 총장은 "검사들이 떠나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봐달라"고 되물은 뒤 검찰의 현실을 얘기했다. "젊은 검사가 검찰에 들어왔다. 검사는 시간외수당도, 야근수당도, 휴일수당도 없다. 그렇지만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 나와 일한다. 그런 검사에게 '당신, 특활비 갖다가 따로 쓴 거 아니냐' 한다. 저도 검사할 동안 한 달도 집에 월급을 갖다준 적이 없다. 수사비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검사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검찰이 부패집단인 것처럼 얘기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왜 밤 새우고 주말에 나와 일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질문이 시작된 '검사 이탈 현상'을 살펴보면 지난해 법복을 벗은 검사는 모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