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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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아직 대표이사가 아니라서..." 2014년 정기국회 국정감사장에 오너 일가로는 드물게 증인으로 참석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당시 전무)의 답변이었다. '아직'이란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당시 국회 출입기자 사이에선 걸핏하면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여타 오너 일가와 달리 용감하게 출석을 감행(?)한 게 화제가 되던 때였다. 구 부회장을 공식석상에 처음 불러낸 백재현 의원은 세간의 평을 이렇게 정리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일찍부터 경영에 뜻을 두고 경력을 쌓아온 재원",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셋째딸", "오너라기보다 CEO에 가깝고 2004년부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해 사실상 지금의 아워홈을 만든 장본인", "삼성가의 손녀이자 LG가의 손녀(할아버지는 구인회LG그룹 창업주, 외할아버지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다. )" 하지만 구 부회장은 '아직 대표이사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로부터 7년 뒤, 구 회장의 셋째딸은 '아직'을 '이제'
"국민과 당원을 믿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마음가짐을 갖겠다고 했다.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온다. 많은 의원들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올리고 당원들을 위로한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지 실상은 다르다. 대선이 끝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민주당 내부에선 여전히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승부를 가른 24만7077표, 역대 최소 표 차이를 아쉬워하면서다. 특히 정권교체 여론이 50%가 넘었던 상황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며 서로 다독인다. 일부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은 "졌지만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진영논리로 재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집단적 '정신승리'일 뿐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막는 위험한 발상이다. 아직도 위기의식이 부족하기
"대한민국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제일 많이 통하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15일 만난 기업인이 대선 후일담을 나누다 불쑥 꺼낸 얘기다. 익히 알려진대로 이 구호는 특전사의 신조다. 임무를 받으면 불가능한 것 같아 보이는 역경도 어떻게든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말이다. 그래서 답은 특전사 혹은 군대일까. 기업인의 해석은 달랐다. 그는 규제·행정기관을 짚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 위해 온갖 꼼수가 동원되는 대상이 규제기관이니 규제기관이야말로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의 집산지라는 얘기였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웃자고 한 얘기에 모두가 실없이 파안대소했다. 누군가 올 대선 어느 당의 슬로건이 연상되는 농으로 "규제가 키운 꼼수구만"이라고 거드는 통에 또 한 번 주책없는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자 모두 애꿎은 물잔을 한참 만지작거렸다. 웃고 넘기기엔 사안과 시점이 공교로웠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은 우리 관료 사회에서 30년 묵은 과제로 통한다. 199
#코로나 시대가 2년을 넘겼다. 몸에 일부처럼 돼버린 마스크와 거리두기, 이웃의 확진은 일상이 됐다.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두려움은 여전하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가 오늘날 인류에게 선명히 각인한 건 다름 아닌 '죽음'이다.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없는 것처럼 여긴, 때로 애써 잊으려고 했던 죽음이라는 존재를 하루하루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얼마 전 영면한 이어령 교수가 1월 출간한 '메멘토 모리'에서 지적했듯 코로나19를 통해 죽음의 실체와 대면하게 됐다. 죽음은 바이러스를 타고 개개인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죽음이 자기 일로 비치기 시작했다. 프랑스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모든 인간은 죽는다'에서 "불멸은 저주"라고 썼지만 죽음은 인간에게 근원적 공포, 최대 난제다. 생명의 길이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해도 죽음 자체를 직면하는 일은 어렵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능성은 떨어지고 확실성은 커진다" 우리나라 대표 종교학자 정진홍 선생님의 명쾌한
'부동산 실패 심판론'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관통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던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정확히 두배 뛰었다. 실망하고 성난 민심은 정권 교체로 기울었다. '23만'이란 아슬아슬한 표차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급선회한 부동산 정책을 1호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부동산 세제 분야는 전 정부와 색깔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권 출범 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한시 배제'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6월1일 소유 주택 기준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그 전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해서다. 다수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완화가 매물을 늘려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걸로 기대한다. 그런데 이같은 '의도' 대로 시장이 움직일까. 지난 5년간 집값이 급등한 탓에 다주택자가 얻을 시세차익은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집을 팔아 손에 쥔 현금은 어디
이재명의 슬로건은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었다. 윤석열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구호로 내세웠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 두 대선후보의 '셀링 포인트'를 한눈에 보여줬다. 그리고 대선 승부를 가르는 '매치 포인트'가 됐다. 윤석열의 슬로건은 '국민'과 '바꾼다'로 압축된다. 정치권 밖에서 공정과 상식, 정의를 위해 싸운 정치 신인이 국민의 부름에 따라 대선에 나서게 된 소명을 '국민'에 담았다. '바꾼다'는 비(非)정치인인 윤석열이 해야 할 일이다. 기득권 낡은 정치를 혁파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좋은 내일로 앞당기는 일이다. 즉 '개혁'이다. 이재명의 슬로건이 윤석열과 다른 점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재명'이 없다. '유능함'의 주체가 이재명이 아닌 민주당이라는 세계관이 반영된 구호다. 선거 직전 코로나19(COVID-19) 극복을 위한 방역 지원금을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은 일종의 '여당 프리미엄
20년 전 카투사 부대 막사를 같이 썼던 제임스(이병)는 한국에 배치됐을 때 일부러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핵전쟁 위기지역 한국을 기피한 심리였다. 제임스는 재배치 지역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등을 꼽았다. 소년범으로 걸려 억지로 입대한 그에게 유럽은 군이 아니라 휴양지로 보였던 셈이다. 제임스가 가고 싶던 전차의 나라, 독일이 가진 탱크 대수는 얼마일까. 찾아보니 200대 안팎. '0' 하나 빠진 게 아닐까 싶어 재차 확인했지만 독일 전차는 2차 대전 후 군비증강을 우려한 경계국 압박에 갈수록 줄었다. 독일보다 육지 국경이 5분의 1도 안되는 한국의 전차는 3세대 최신형만 1000대가 넘는다. 독일이 전차로 그들 국경을 지키려면 약 백킬로미터마다 한 대를 겨우 배치해야 할 꼴이다. 유럽 최강국은 반세기 가량 미국(NATO)에 의존해 평화를 누려왔다. 그런 독일은 러시아가 인접국에 쳐들어오고 나서야 군비를 증강하고 재무장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기괴했던 트럼프의
올해도 고질적인 벼락치기 주주총회가 여전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상장사 821개사 중 791개사(96.35%), 코스닥 전체 상장사 1547개사 중 1519개사(98.19%) 등 2310개사가 12월 결산사다. 전체 상장사(2356개사)의 98%에 이른다. 이달 4일까지 12월 결산 상장사 중 이미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곳은 SNT홀딩스, SNT중공업, SNT모티브, SNT에너지, 이지스레지던스리츠, 한솔로지스틱스 등 6개사와 코스닥 상장사인 동양파일 1개사 등 총 7개사에 불과하다. 나머지 2303개사가 3월 한 달 중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아직 주총 개최일도 확정하지 않은 상장사만 무려 970곳에 이른다. 이들 970개사는 아무리 빨라야 이달 21일 이후에나 주총을 열 수 있다. 주총소집 공고가 최소 주총 개최일 2주전에는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주총 공고를 낸 기업들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달 21일 월요일부터 31일 목요일까지 단 9영업일 동
정부가 여러 논란과 사법부 제동에도 고수하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를 지난 1일 중단했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시점이 묘하다. 국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우선 결정 자체가 갑작스러웠다. 정부는 방역패스 중단을 지난 2월 28일 발표했다. 발표 직전까지 정부의 방역패스에 대한 입장은 "필요하다"였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패스 중단 발표 나흘 전 "어느 정도 (유행이) 안정되면 (방역패스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자 역시 중단 발표 직전 브리핑(2월 25일 금요일)에서 방역패스와 관련해 "식당·카페 등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라며 대구의 성인 대상 방역패스 효력 중단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 없다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겠다 안내했다. 입장이 갑자기 바뀐 셈이다. 오미크론 확산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시점이란 점도 눈에 띈다. 정부 스스로 그간 수차례 방역패스 필요성을 강
# 국내 은행들이 가계와 기업 부문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분야가 바로 기관 영업이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연기금, 대학 등의 예산 및 기금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해마다 은행업계에선 입찰 전쟁이 벌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지자체(산하기관 및 시도 교육청 등 포함) 금고 규모만 2019년 기준으로 453조원에 이른다. 국내 대형은행 총자산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다. 시도금고를 맡은 은행은 해당 지자체의 세정 파트너로서 대외 신인도와 신뢰성 제고라는 상징 자산을 얻을 수 있다. 저원가성 수신을 쉽게 확보하고, 우량고객 기반도 확대할 수 있어 부대이익이 무척 쏠쏠하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가릴 것 없이 사활을 건 입찰 경쟁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 불과 10여년 전 만해도 가계나 기업 부문처럼 기관 영업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강자가 존재했다. 옛 상업은행이 전신인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 금고 때부터 2018년까지 무려 104년간 국내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은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 2017년 6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밝혀온 '탈원전' 구상이 현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기조가 된 순간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세월호까지 언급했다. 취임 한달된 대통령의 추상같은 선언에 누가 감히 다른 말을 보탤까. 대통령은 모든 사안에 일일이 설명을 하거나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발언마다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전 정책에 관여하는 관료들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모니터 앞에 걸어두고 의미를 곱씹으며 정책을 짜야했다. 관련자 인사나 추가 발언이 없이 대통령이 '침묵'하는 한, 그 지시는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게 공직사회의 업무방식이다. 그렇게 탈원전 정책은 속도를 냈다.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지난달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최초·최고·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남겼다. 특히 상장전 실시한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사상 처음 '경' 단위의 주문액(1경5203조원)을 모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허수청약'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개인투자자는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청약금의 50%를 증거금으로 예치해야 하지만 기관은 증거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 그렇다보니 자본금이 5억원 규모의 투자자문사가 7조원어치 주문금액을 써내는 등 청약에 풀베팅하는 '허수청약'이 발생하게 됐다. 허수청약에 속아 피해를 보는 건 개인이다. 기관투자자의 뻥튀기 청약이 늘어날수록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공모가는 최상단에서 결정된다.공모가가 최상단에 결정되면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에도 공모가는 최상단인 30만원에 결정됐다. 하지만 큰 기대와는 달리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