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보유국 문턱에서[우보세]

코로나 백신 보유국 문턱에서[우보세]

안정준 기자
2022.06.10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49,250원 ▼1,450 -2.86%)가 개발중인 코로나19(COVID-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국내 품목 허가 여부가 이르면 이달 중 결정난다. 첫 국산 백신 탄생을 눈앞에 뒀지만 코로나19 감염병 국면은 백신 확보가 간절했던 지난해와는 크게 다르다. 이미 12세 이상 인구의 94.7%가 2차 접종을 마쳤고 남아도는 백신이 폐기된다. 국민 다수 접종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의 35%가 감염됐으며 무엇보다 대유행의 기세가 꺾였다. 백신무용론까지 나오는 터라 첫 국산 백신 탄생의 순간이 그리 극적일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국산 백신 확보의 의미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신은 현실적으로 코로나19에 맞설 최선의 무기였고 지금도 그렇다. 미접종자 감염률과 사망률이 접종자보다 크게 높다는 점은 지금까지 과학적, 통계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현재의 누적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백신으로 최소화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백신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북한을 떠올리면 된다.

게다가 신종 변이 등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국산 백신은 최소한의 안전판이 된다. 물량 배정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기에 지난해와 같은 전 세계적 백신 공급부족 사태가 와도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이른바 '백신주권'이 가능해진다. 백신 사각에 놓인 저개발국 공급에 물꼬를 틀 수도 있다.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 보건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올라섰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자체 백신 보유 문턱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극적이었다. 감염병 국면 초기 미국 정부의 일명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결정은 전 세계 백신 개발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힌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선구매 계약으로만 약 4조원을 지원한 과감한 결정을 뒷심으로 1년만에 백신이 탄생했다. 우리는 반대 의미에서 극적이었다. '스카이코비원' 개발 시작 1년이 넘은 시점까지 정부 지원은 30억원에 불과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장티푸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CEPI(감염병대응혁신연합)와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개발의 물꼬를 텄다. 정부 지원이 30억원에 그친 1년여 간, 이들은 약 2450억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이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 등으로 쌓아올린 SK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력과 맞물린 결과물이 첫 국산백신이다. 이 백신은 인플루엔자, B형간염 등 기존 백신에 장기간 활용돼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됐다. 2~8도 냉장 상태로 5개월간 보관 가능하기에 저개발국 진출도 유리하다.

이 같은 극적 과정이 아직 '성공'으로 결론 난 것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 공급을 장악한 선도 백신 틈에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투여 과정에서 다른 모든 백신이 그랬던 것 처럼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극적 개발과정을 거쳐 허가 문턱에 선 국산 백신의 진검승부가 이제 시작되는 셈이다. 조만간 나올 국내 허가여부가 이 같은 진검승부의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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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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