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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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우(지금의 포스코인터내셔널)가 미얀마 앞바다에서 가스를 캐낸다!" 돌아보면 거의 '가짜뉴스' 격이었다. 사업이 제안된게 1997년인데 2004년에 와서야 탐사가 이뤄졌다. 그러고도 10년이 넘게 "나올 것 같다"와 "안 나올 것 같다"가 되풀이됐다. 2014년 생산개시까지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그동안 대우그룹이 해체돼 사라졌다(1999년). 종합상사 (주)대우는 포스코로 주인이 바뀌었다(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다시 간판을 바꿔달았다(2016년). 그제야 미얀마가스전은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젠 연 3000억원 수익의 화수분이 됐다. 어떻게 20년을 매달렸을까. 상사맨들에게 신기하다 말했다가 "계약서도 안 써보셨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구두계약도 계약, 양해각서(MOU)도 각서라는거다. 한 상사맨이 말했다. "안 나올 것 같다고 계약을 깨면, 다음부터 그 회사 사업제안을 거들떠나 보겠어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출발할땐 군부정권이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을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청문위원 질문에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취임 2개월이 됐지만 박 장관은 아직 수험생들을 만나지 않았다. 장관 뜻인지 담당 부서의 의지인지 알수 없지만 수험생들이 장관을 직접 만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치러진 변시에선 법무부 관리 부실로 공법 과목에서 '문제유출'이나 다름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전에 대한 공지 미숙과 이화여대 시험장에서의 조기 종료사건으로 부정행위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총체적 난국이었던 변시 관리 부실에 대해 아직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로스쿨 측은 새로 취임하는 박 장관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까진 어떠한 액션도 없다. 담당부서 법조인력과는 공무원 23명이 소속된 대형 부서다. 1년에 한번 있는 변시를 담당하면서 올해에만 최소 3가지 이상의 다양한 ‘사고’를 쳤다. 몇년전 사법시험이 폐지돼 업무가 줄었는데도 부서 규모는 그대로였다. 법
요즘 음식점에 김치가 남아돈다고 한다. 밑반찬으로 내놓는 김치를 손님들이 먹지 않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중국발(發) 김치파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식당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감소한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의 99.9%가 중국산이고, 음식점 대부분이 이 김치를 쓴다. 국내산 김치를 쓰려면 중국산보다 비용을 5~7배 더 지불해야 한다. 영세한 자영업자가 '공짜 반찬'에 비용을 더 쓰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이러다보니 국산 김치를 쓰는게 자랑인 시대가 됐다. 김치 파동의 발단은 '중국에서 배추를 대량으로 절이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였다. 땅을 파고 비닐을 씌워 대형 수조를 만들고 거기서 대량의 배추를 구정물같은 혼탁한 소금물에 절이는 상황이 보여지는데, 그 과정이 매우 비위생적이다. 한 남성이 알몸으로 배추를 옮기고 녹이 슨 굴삭기가 배추를 휘젖는다. "몰랐으면 모르고
"삼성의 전성기가 지금일까 봐 두렵습니다." 며칠 전 만난 삼성전자 한 임원의 고백이다. 불쑥 튀어나온 묘한 뉘앙스의 언급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무슨 뜻이냐는 듯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없는 힘까지 쥐어짜내야 할 상황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1등을 지키는 것은 1등으로 올라서는 것보다 몇 배 더 힘들다. 그가 꺼낸 것은 단순히 1등이 느끼는 압박감만은 아니었다. '삼성맨'으로 30년 가까이 지내면서 삼성의 성장사를 생생하게 목격한 이가 느낀 최근의 상황에 대한 토로에 가까웠다. 누구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흘렀다. 사법적 판단에 대한 평가와 별도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이 당면한 현실이다. 삼성이 차지하는 밥그릇의 크기 덕에 우리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현재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기업인의 과오에 대해 눈을 감자는 얘기가 아니다. 배 곯던 시절처럼 '밥'이 '법'보다 우선하는 세상이 아님을 기업인들도 잘 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는 국민들의 분노를 제대로 건드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여권이 직감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특검 카드를 던졌고 당이 바로 받았다. 지난 수년간 숱한 논란에도 좀처럼 실시간 입장을 내지 않던 대통령이 매일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는다. 민심을 달랠지는 의문이다. 명칭은 그럴듯하지만 구성하는데만 시일이 한참 걸리는 게 특검이다. 전수조사에 야당도 끌어들인다. 자기들 권한 휘두를 때는 없는 사람 취급하더니 책임져야 할 때는 같이 해야 한단다. 대통령은 사과는커녕 비판하는 목소리에 짜증을 냈다. 물 타기와 물고 늘어지기는 원래 정치권 속성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진짜 문제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벌어지는 입법권 남용이다. 불붙은 여론에 찬물 한 바가지씩 붓듯 각종 ‘법’을 경쟁하면서 쏟아낸다. 논란이 거센 법을 성난 여론을 핑계로 뚝딱 통과시킨다. LH 파문에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특단의 대책으로 떠올랐다. 대
두 시간 남짓의 오페라 공연이 모두 끝났다. 객석은 텅 비어있었지만 출연진들은 그 어느때보다 큰 소리 없는 박수를 들었고, 끝없는 위로를 느꼈다. 폐업 상태나 다름없는 클래식 공연예술계엔 오아시스와도 같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해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공연된,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 '피가로의 결혼'이었다. 작품 선정 과정부터 특별했다. 오페라는 보통 비장한데, 피가로의 결혼은 다르다. 희망과 화합, 용서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한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영상으로 대중을 만나는데 한계가 있는 클래식계는 더 그렇다. 공연은 줄줄이 취소됐고 예술인들은 생계를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 그 어느때보다 희망과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술계만이 아니다. 비정상적 생활이 길어지면서 전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피로가 쌓이고 있다.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의 고민도 같았다. 지난 1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녹화'된 피가로의 결혼 공연은 그렇게 기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확인돼 제가 보기에도 참 온당치 않은 행태다.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 이런 행태는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기 신도시 땅투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블라인드'에 부적절한 글을 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을 통해 재직 여부를 확인한 뒤 가입하는 앱이다. LH 소속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아니꼬우면 이직해라", "차명거래로 꿀 빨란다", "공부 못해서 못 와 놓고 조리돌림" 등 조롱에 가까운 글을 올리자 정 총리가 색출을 해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신도시에 땅투자를 한 LH 직원이 추가로 7명 나왔다. 확인된 사람만 총 20명이다. 차명거래, 가족거래까지 조사하면 규모는 훨씬 더 늘수 있다. 공공기관 직원이 '묘목심기'까지 하면서 땅 투기를 하고 이를 정당화 하는 글을 공공연하게 올린
2017년 3월10일 오전10시.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TV생중계로 지켜보고 있었다. ‘공정과 정의’, ‘원칙과 상식’을 외치며 민생현장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던 문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외부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결정문을 낭독하자, 문 대통령은 곧바로 ‘위대한 국민께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의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숭고하고 준엄한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역사는 전진합니다. 이제 나라를 걱정했던 모든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져야 합니다.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기록될 평화로운 광장의 힘이 통합의 힘으로 승화될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더욱 자
윤석열이 안철수나 반기문과 다른 점은 '새정치'를 굳이 꺼내 보일 필요가 없다는 점일 거다. 그가 임기 4개월을 남겨놓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에 뛰어들어 차기 대선에 도전장을 낸다면 문재인정부가 무너트린 법치주의를 회복하고 법의 지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구태정치 청산'과 정치개혁을 숙명처럼 짊어지게 되는 '새정치'는 현실 정치와 맞닿는 순간 더이상 새롭지 않는 형용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반(反)정치' 정서에 기반해 정치와 동떨어진 곳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안철수·반기문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실체가 모호한, 구태정치와 차별화도 어려운 '새정치'에 비해 윤석열이 보여줄 정치는 상대적으로 예측가능하다. 윤석열은 이를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친다)'이란 구호로 운을 띄웠는데 여당이 추진하는 '
2009년 10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서 8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지켰던 케네스 루이스가 갑작스레 사퇴했다. BoA는 그 뒤로 3개월간 CEO가 없이 지냈다. 차기 CEO 선임이 2개월 이상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로 여기던 풍토에서 BoA의 행보는 위험천만 했다. 징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 해 4월 BoA 연례 주주총회에 주주들은 메릴린치 인수 과정에서 불투명한 의사결정과 정보 공개 책임을 물었다. 표결을 거쳐 CEO와 회장직을 분리, 루이스를 회장 자리에서 내쫓았다. 그러나 루이스 측근들이 장악한 이사회는 루이스에게 CEO 자리를 맡겨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루이스 사퇴 후 4개월 뒤인 2010년 2월, 뉴욕 검찰은 메릴린치 부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인수를 감행했다며 증권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종합해보면 BoA는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가 이미 예고된 상황에서 리스크 해소를 위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BoA는 뒤늦게 JP모간
# 1. 지난 5대 금융지주사 회장단 회동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다. 동선이 알려진 행사에서 기자들을 멀찍이 앞선 그는 선약 식사를 먼저 하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회동 후 기자들이 뒤늦게 따라붙어 4연임 여부를 질문하자 “부담이 크다. 나는 그만 둬야 하는 사람인데…”라고 읊조렸다. 동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하나금융 이사회 판단을 존중한다”며 사실상 추인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 2. 금융감독원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연일 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헌 원장이 채용비리 연루자들을 승진시켰다는 연유다. 하지만 그건 명분이고 노조의 비판은 윤 원장이 연임에 뜻을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부터 격렬해졌다. 25일에는 아예 장외집회를 열고 원장의 기업 사외이사 시절 활동비까지 들추기 시작했다. 윤 원장이 아니더라도 그가 추천한 다른 교수 출신이 다시 낙하산으로 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으로 보인다. 노조는 “영(令)이 서지 않
"귀를 기울여 들음."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청(傾聽)'을 이렇게 설명한다. 산업안전대사전에서는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유사 이래로 수많은 명망가들이 '잘 듣기'를 좋은 소통의 필수조건으로 꼽는다. 잘 들어야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말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논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경청의 미덕이 사라졌다. 모두가 자기 말만 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을 가르고 적대시한다.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푸념이 일상이다. 비난의 화살은 언론으로 향한다. 언론이 자신의 말을 왜곡한 까닭에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오해할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