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설립된 환경청은 1990년 환경처로 승격한다. 환경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던 시기다. 장관급 부처로 올라선 자부심도 잠시, 환경처는 이듬해인 1991년 최악의 위기에 빠진다. 대표적인 수질오염 사건으로 회자되는 페놀 유출 사건의 여파였다. 사건의 책임이 있던 대기업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환경처 역시 장·차관이 모두 옷을 벗었다.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긴 사건이었다.
이 무렵 '4210301'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왔다. O15B의 2집에 담긴 노래인데 "내 강아지 뉴튼을 알지? 오늘 아침에 뉴튼이 오염된 비를 마시고 죽었어"라는 영어로 된 내레이션 부분이 있다. 산성비 공포로 '비 맞으면 머리 빠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 환경 문제 등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노래에 대한 관심은 제목으로 이어졌다. 난수(亂數)처럼 보이는 '4210301'은 환경처의 대표번호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환경처 대표번호로 전화가 폭주했다고 한다. 환경처는 O15B 제작사에 항의했고, 결국 대표번호까지 바꿨다. 지금 생각하면 의아하긴 하다. 그만큼 국민들이 관심을 드러낸 것이니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페놀 사건으로 악화한 민심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30년 전 환경이 화두였던 시기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1990년대 초반 커지기 시작했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절박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30년 후를 이야기에 이르렀다. 최근 환경 분야의 최대 화두는 '2050 탄소중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다소 미온적이었던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환영할 일이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정부 부처 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환경문제가 전면에 부상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탄소중립위원회도 출범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서울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중앙행정기관장과 산업계·시민사회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10월 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에는 탄소중립 이후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이 담긴다. 대략적인 윤곽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문가그룹인 기술작업반은 시나리오 초안을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출했다. 석탄발전의 유지 여부 등 쟁점이 가득하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조만간 위원회 안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시나리오를 최종 확정한다.
시나리오 확정 후 한바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발전 유지 여부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 내연기관차의 친환경차 전환 등 논쟁적인 주제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이어나가는 건 해석의 여지가 없이 중요한 일이다. 대선주자들 역시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을 거론하며 환경 공약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과거 그랬던 것처럼 일회성 관심으로 끝나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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