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각 분야 전문가들이 AI, K뷰티, 개인정보보호,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여 독자에게 균형 잡힌 시각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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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고 마냥 활기찬 것은 아니다. 식후 찾아오는 잠기운이 상춘의 의욕을 꺾는다. 바야흐로 춘곤증의 계절이다. 꿈속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녀 진정 나비인 줄로 알았건만 깨고 나니 사람이더라며 나비가 된 사람의 꿈인지, 사람이 된 나비의 꿈인지 알 수 없었다는 장자(莊子)의 유명한 이야기도 기실 춘곤증과 사투를 벌이다 얻은 깨달음이 아닌지 모르겠다. 봄날 나비를 바라보다 무심코 잠이 든 건 아니었을까. 요즘 창밖으로 나비가 한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한다. 전야제 불꽃놀이 같은 벚꽃이 떨어지고 이제 만화방창(萬化方暢), 본격적인 성장의 계절에 찾아온 손님이다. 신라 선덕여왕은 꽃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그 꽃이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꽃과 나비는 서로 어울리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당나라의 시인 정곡(鄭穀, 849~911년)은 '조린 낭중이 계신 자리에서 나비를 읊다'라는 시에서 나비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름다움을 찾아 또 향기를 찾아 한가한 듯 바쁜 듯 아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포유동물관 옆 작은 전시실에서 2020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전시 주제는 '불안한 자연(Unsettled Nature): 인간의 흔적이 도처에 있는 세상에서 자연이란 무엇인가?'였다. 7명의 현대 예술가가 '신경험주의적 예술'의 형태로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변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문제점들을 표현했다. 예술가답게 주제와 표현형식이 기발하고 다양했다. 금 추출 과정에서 방출되는 수은 때문에 수은 배출원이 돼버린 금 광산, 2010년 석유 굴착장치의 폭발로 발생한 세계 최대규모의 해양 기름유출 사건, 건반을 상아로 만든 피아노에서 음악이 연주되다 갑자기 멈춘다. 이것이 2035년이면 이 세상의 코끼리가 밀렵 때문에 이렇게 모두 없어진다는 경고메시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물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들에 관한 전시였다. 이 전시를 만든 작가 앤드루 양은 생물학을 전공한 아티스트다. 그는 철새가 고층건물 창문에 부
이 세상의 수컷은 모두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산다. 또 모름지기 유전자를 남김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결국 암컷 앞에서 숙명적으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성선택권(性選擇權)은 언제나 암컷에게 주어질 수밖에 없기에 수컷은 암컷 앞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구애행위를 보인다. 수컷은 성행위를 두려워하는 암컷을 진정시킬뿐더러 암컷에게 잘 보여 선택받으려고 처절히 노력하고 한편 암컷들도 수컷에게 잘 보이려고 맵시를 내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귀뚜라미, 매미, 개구리 따위들의 수컷 울음은 암컷을 꼬드기는 처절한 애모곡(愛慕曲)이다. 즉, 그것은 수컷들이 암컷들을 꾀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울어대는 절규요,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수컷이 '암컷 선택'(female choice)을 받으려면 빼어난 미(美)와 강인한 체력(體力)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몸은 죽어 썩는데 유전자(遺傳子, gene)는 후손의 몸에 영원히 남으므로 수컷은 내림물질인 유전자(DNA)를 후세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24% 이상 증가해 3만곳을 넘어섰다고 한다. 옆 나라 중국은 더 놀라운 속도로 증가해 2023년 11월 기준으로 화장품기업이 15만개사를 넘었다고 하니 중국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 한국 시장진출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회사가 1개 이상 브랜드를 보유했을 테니 소비자 입장에서 접할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업의 특성상 많은 화장품회사는 만나게 되는데 이렇게 어려운 경쟁 속에서도 어떤 회사는 눈부시게 성장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가 된 반면 어떤 브랜드는 고객들이 전혀 모르는 채 시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 누구도 어떤 이유로 성장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성공하는 브랜드들은 최소한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화장품회사들이 인체적용시험을 의뢰해 컨설팅
사람은 모든 것에 의미부여하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인간의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어떤 의미와 관념을 아로새기는 것에서 생존을 위한 행위부터 추상적 예술행위로까지 발달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의미가 아름답게 꽃을 피웠지만 그 속에 전쟁과 학살, 차별과 학대, 사기꾼과 온갖 다툼도 함께 왔다. 동물의 왕국과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것 같은 인간사회도 생존을 위한 투쟁의 범주에서 보면 얼핏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아무튼 그 의미라는 것은 고정돼 있지 않다. 죽비자화라는 화두를 보면 한 선사가 죽비를 들고 대중에게 이르길 "이것을 죽비라고 해도 안 되고 죽비가 아니라고 하여도 그르친다. 대중은 일러보라"고 묻는다. 의미와 관념의 근저를 간지럽히는 저런 화두들이 선사들의 일화들에서 자주 등장한다.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개체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2015년)는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일대기를 그렸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서 200명 넘는 적군을 저격해 사살했다. 스코프에 포착된 표적 중엔 자살폭탄을 매달고 뛰어드는 어린아이와 여성도 있다. 그의 총탄이 표적의 심장을 뚫는 순간 그의 내면 역시 죽음의 이미지에 저격당했을 것이다. 전역 후 카일은 총성 없는 평온한 일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참전병사들을 돕는 활동에 나서며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자신이 돕던 PTSD 환자인 해병대 저격수 출신 에디 루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카일의 아내는 전쟁터에서 싸운 남편이 전쟁터 밖의 현실과 더 처절히 싸웠다고 말했다. '람보-퍼스트 블러드'(1982년)에서 베트남전 용사 존 람보는 함께 참전한 전우들이 극심한 PTSD를 앓다 자살하거나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전우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시골마을
쓰리픽스 챌린지라는 여행이 있다. 이 여행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3곳을 오르는 여행으로 3일 동안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을 순서대로 등반한다. 3일간 약 47㎞를 걸으며 총 5570m 높이를 올라가는데 상당한 신체적 능력뿐만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도전이다. 3개의 산과 산 사이의 거리도 상당해 이동경로 역시 아주 복잡하다. 첫날은 이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오전 7시에 비행기를 타고 진주·사천공항으로 가서 지리산 중산리로 간다. 오전 9시부터 천왕봉을 오르고 원점으로 하산하면 대략 오후 5시가 된다. 첫날 8시간 정도 산행을 한다. 한라산까지는 삼천포항에서 선박을 이용한다.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해 성판악에서 아침 7시부터 한라산에 오른다.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약 9시간을 산행하고 하산한다. 그 후 제주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해 속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4시부터 마지막 설악산 대
초저가 열풍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테무를 둘러싸고 다양한 시선이 자리한다.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2023년 8월 51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를 기록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636만명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 3039만명, 11번가 752만명, 알리익스프레스 694만명에 이은 국내 4위다.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중국 인터넷 직구와 관련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e커머스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격화함에 따라 물가상승으로 가계부담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투자나 가격경쟁은 소비자에게는 긍정적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최후에 독점적 승자만 남으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고 초저가 경쟁이 질적 만족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소비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만 단정할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데이터 주권 침해나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우
언젠가 공익광고 캠페인 중 '제 차가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우리나라에 버렸습니다' 같은 카피가 있었다. 정확한 문구인지 확실치 않지만 개인공간만 챙기며 쓰레기를 창문 밖이나 길바닥에 버리는 무단투기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이었다. 모두 알다시피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버리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땅과 바다를 더럽히고 하늘의 공기로 돌아와 지구와 우리를 아프게 한다. 환경문제와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별로 없다. 우리 일상에 침투한 미디어도 그렇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미디어는 이제 문명과 일상생활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인프라를 넘어 자연환경처럼 인식된다. 초창기 인터넷브라우저를 항해사(Netscape Navigator)라고 했고 인터넷을 목적 없이 둘러보는 것을 서핑(surfing)이라 한 것을 보면 최신 스마트 미디어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의 세계는 이미 망망대해의 바다로 인식된 것이다. 최근 콘텐
지난 2월 큰딸의 졸업식이 있었다. 의무교육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뜻깊은 자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예전 같으면 진학하는 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로 딱히 경쾌하지만은 않은 의식이었으나 요즘은 재학생의 공연, 여러 동영상클립 등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고 이제 또 각각의 길을 나서는 잔치 같아서 보기 좋았다. 공식적인 행사를 모두 마치고 지난 1년 동안 아이가 몸담았던 교실로 향하던 중 뜻밖의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나지막한 바위 절벽에 '弼雲臺'(필운대)라고 새기고 붉은색을 칠했다. 백사 이항복(1556~1618년)의 글씨로 전하는 필운대 각석(刻石)이 집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는 한참 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하긴 했으나 찾아나설 계기가 없어 그저 머릿속에만 있던 터다. 아이의 졸업식, 교실로 향하는 복도 창문 너머로 이곳을 마주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뜻밖의 발견에 기뻐서, 또 다음에는 들어올 기회가 없을
1926년 3월16일은 로버트 고다드가 최초로 휘발유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로켓발사에 성공한 날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오번에 있는 눈 덮인 자신의 이모 농장에서 소형 액체연료 로켓 '넬'을 발사했다. 로켓은 시속 90㎞의 속도로 2.5초 동안 12.5m 높이로 오르며 56m를 날아가 양배추밭에 떨어졌다. 이 작은 시작이 로켓의 시대를 열었다. 이것으로 액체연료 로켓의 가능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켓이 높이 12m밖에 날지 못했을까. 보스턴에 소재한 '과학박물관'(Museum of Science)은 그 이유를 짧고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고다드는 엔진과 노즐을 로켓 상부에 배치하고 연료탱크를 로켓 하단에 배치했다. 그래서 추력이 약해졌다. 첫 로켓발사 후 그는 이것이 문제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후에는 엔진과 노즐을 하단으로, 연료탱크를 상단으로 배치를 바꿨다. 현대 로켓은 모두 그렇게 한다.' 그렇다면 고다드는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
개구락지(개구리)의 생리, 생태 등 그 속살을 본다. '개구리도 옴쳐야(움츠려야) 멀리 뛴다'는 말은 아주 바빠도 마땅히 일을 준비하고 주선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개구리 낯짝(대가리)에 찬물 붓기(끼얹기)'란 어떤 자극을 줘도 조금도 먹혀들지 아니함을,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는 형편이 나아진 사람이 어렵던 지난날을 잊고 잘난 체함을, '성균관 개구리'란 자나 깨나 글만 읽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또 견식이 좁아 저만 잘난 줄 알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정저지와, 井底之蛙) 같다'고 한다. 논틀밭틀을 맨발로 쏘다니다 보면 참개구리(논개구리)가 나를 천적인 줄 알고 발등에 오줌을 찍 깔기고 내뺀다. 옛날 시골에서는 참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먹어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했다. 개구리는 물과 뭍을 들락거리며 산다고 양서류(兩棲類, amphibian) 또는 '물뭍동물'이라고 부른다. 양서류는 꼬리가 있는 유미류(有尾類)인 도롱뇽 무리와 꼬리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