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214 건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종종 다큐멘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는 50분 정도로 마무리되지만 시리즈물을 주력으로 하는 넷플릭스답게 다큐멘터리도 여러 편으로 구성돼 한 시즌을 구성하곤 한다. '터닝포인트: 핵무기와 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80년 동안 이어진 냉전과 그 이후 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새삼 1980년대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시대였는지를 알 수 있다. 1970년대에 진행된 미국-소련의 데탕트가 끝나고 다시 양국의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면서 핵전쟁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상대방을 악마화한 지도자가 마음을 바꿔 손을 내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것도 이때다. 전쟁과 공멸 대신 평화와 개방이라는 선물이 인류에게 다가온 것은 서로가 느낀 불안과 공포가 변화의 필요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행된 변화가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소련의
2024년 우리나라 최고의 화두 중 하나가 저출생이다. 출생률이 0.7명대로 내려오면서 교육·연금·국방·경제·의료·사회 등의 유지가 불가한 수준의 인구감소가 나타나자 정부는 2024년부터 신생아특례대출제도와 출산가구에 청약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6·19대책은 저출생으로부터 출산율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발표한 종합대책이었다는 점에서 반갑다. 그런데 6·19대책을 뜯어보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대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정부의 저출생과 그 영향에 대해서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적극 인용했다. 한은, 골드만삭스 등 다양한 경제예측기관이 시기는 다르지만 2040~2060년 이후 실질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점쳤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은은 도시집중도 완화(수도권 과밀)가 0.4명대를 개선하고 청년일자리 확대가 0.1명 수준을 개선하는 가장 근본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보육환경 개선과 육아휴직 확대 등도 0.05명대, 0.1명대 개선의 대책이었고 혼외출산 확대도 0.
최근 의대정원 증원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의대생,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이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하는 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했는데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2024무689). 집행정지는 공권력 행사인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일반 국민을 보호하는 법적 제도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효력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는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정지하기 위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행정소송법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어야 집행정지가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의대생 신청인들이 재학 중인 학교는 의대 입학정원이 125명에서 200명으로 증가했는데 대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관련해 신입생 정원이 75명 증가한다고 재학 중인 의대생이 받는 교육의 질이 크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지 벌써 2년반이 지났다. 1주일 만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던 섣부른 예측은 오판으로 드러났다. 전쟁은 장기전의 수렁에 빠져들었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1만4000명, 군인 7만명 이상 사망하고 난민이 644만명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가 군사대국 러시아와 맞서서 잘 버티는 것은 서방의 지원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와 '홀로도모르'(Holodomor) 등 러시아에 대한 오랜 원한이 국민적 단합과 항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말로 '아사'(餓死)라는 뜻으로 잘못된 인구전망과 산업정책이 낳은 역사적 대기근 사태다. 1920년대 말 소련은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인한 식량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농업 집단화를 강제로 추진했다. 그러나 집단화 정책은 농민들을 수탈했고 농민들은 대기근으로 굶어 죽거나 처형됐는데 이때 약 350만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잘못된 예측을 기반으로 단기적 목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결과 엄
폭염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전 세계 곳곳에서 보도된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52도에 달하는 폭염으로 지난 6월14일부터 성지순례를 하던 무슬림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에서도 최고 50도의 기온이 한 달 동안 유지됐고 전국적으로 폭염 사망자가 160명에 달했다. 미국 중부와 동북부 지역 역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두는 '열돔' 현상으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의 발전소가 멈췄고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한 경보가 발령됐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 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61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후분석단체 버클리어스는 지난해 이미 산업화 이전 기온보다 1.5도 이상 높아진 것으로도 추정
인구 관련 많은 문제는 상당부분 예상이 가능하다. 사실 굳이 예상이라고 하기에는 멋쩍은데 태어나는 시점에 앞으로 상당기간의 인구가 사실상 확정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구학적 문제는 그저 시간이 흐르면 벌어질 '시차' 문제다. 연초 2024학년도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전년도 40만6000명에서 35만7000명대로 급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는 2017년 출생자 수가 전년 대비 급감했을 때 이미 확정된 사실이다. 이와 같이 저출산·고령화 관련 대부분의 문제는 '오래된 미래'다. 2024년 초등학생은 246만명, 중·고등학생을 합친 총학생 수는 513만명이다. 교육개발원 추계에 따르면 2029년 초등학생은 173만명으로, 총학생 수는 428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확정된 숫자가 아니니 '추계'(estimate)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2029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2022년생이니 이것도 사실 분석할 필요도 없는 단순한 산수의 영역이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한 산수의 영역에서
상속세 개편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가장 큰 쟁점은 과세체계의 변경 여부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세 과세방식을 채택했다. 피상속인이 유산으로 남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 후 이를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비율대로 안분해 부담하는 방식이다. 상속인들이 각자 상속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과세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유산취득세 과세방식이라고 한다. 유산세 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인별 담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응능과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피상속인이 생전에 세금을 내고 축적한 재산에 대해 사망 시 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나아가 증여세는 재산을 취득하는 수증자에게 과세되는 반면 상속세는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에게 부과돼 상속세와 증여세가 체계정합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유산세 과세방식은 국제적 동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현
배출권거래제는 시장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줄여보자는 제도다. 우리는 제조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일본보다 앞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도입했다. 2030년 NDC(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가야 할 길이라면 거래제는 잘 굴러가야 한다. 거래제에 참여한 약 700개 기업이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70% 이상 배출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2026년부터는 제4기에 본격 진입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탄소발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력분야 로드맵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내용의 초안을 발표했다. 후속으로 배출권거래제가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지만 가격과 기술이라는 2개의 창(窓)으로 들여다본다. 먼저 배출권 가격이 수요-공급의 원활한 시그널로 작동하느냐다. 일반적으로 배출권 가격결정의 변수는 에너지 가격(특히 석탄 대체재로서 천연가스)과 정치적 리스
최근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침투하는 속도는 매우 놀랍다. 이마케터(eMarketer)라는 데이터분석기관에 따르면 챗지피티(Chat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는 출시 2년 만에 778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는데 이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초기 채택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1860년 이후 인류 역사에 등장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의 보급속도를 연구한 옥스퍼드대학 보고서에서도 인공지능은 소설미디어나 팝캐스트에 비해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한다고 분석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빠르게 확산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이 중 하나는 인공지능은 추가적인 하드웨어를 구매할 필요 없이 기존 장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챗지피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기존 디바이스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챗지피티를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는 것도 대중적인 이용에 크게 기여했다. 챗지피티의 범용성도 중요한 요인이다. 사용자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
미국 워싱턴DC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백악관이 생각보다 작다는 점보다 백악관과 담 하나를 두고 재무부 청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대통령이 부르면 재무장관이 5분 만에 뛰어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백악관 가까이에 상무부 등 관청이 줄지어 있었다. 영국 역시 총리 관저 겸 사무실인 다우닝 10번가 바로 옆 11번가에 재무장관 사무실이 있다. 그리고 그 구역 전체는 화이트홀, 즉 중앙관청가다. 대부분 나라는 다 이렇게 정부 수반 바로 옆에 주요 관청이 모여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상하다. 대통령실은 용산에, 외교부는 광화문 쪽에, 법무부는 경기 과천에, 그리고 대부분 중앙부처는 세종특별시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곁에는 행정부가 없다. 대통령실이 있을 뿐이다. 온라인으로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왜 대통령과 대통령실 스태프들은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왜 공무원들은 뻔질나게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가. 영국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는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 노인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랐기 때문일까. 요즘도 사방에서 마주치는 자전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오토바이와 킥라니(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는 물론 전동자전거까지 가세하면서 보행자는 더욱 위축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두 발 달린 모빌리티를 압도하는 게 네 발 달린 자동차다. 인도에서는 흉기가 될 수 있지만 도로 위 네 바퀴 모빌리티 앞에선 두 바퀴 원동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물론 네 바퀴 세계에도 서열은 있다. 경차는 중형차 앞에서, 중형차는 대형차 앞에서 꼬리를 내린다. 여하튼 양보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많든 적든, 크든 작든 간에 바퀴들은 도로나 인도를 내달린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만이 이들의 천적이다. 모든 운송수단을 죄악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모빌리티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5% 위로 올리면서 진행된 고금리 기조가 정착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고금리가 초래한 고통은 깊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어올라 가계는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정부도 국채의 이자비용이 급증해 재정적자가 악화한다. 유망한 사업계획을 세운 기업도 자본조달 비용이 커져 신규투자를 철회한다. 금리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한 금융기관들의 자본손실도 커진다. 돈을 빌려줄 여력이 있는 전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고금리를 반기지 않는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고금리는 현직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리가 떨어지면 주가가 올라 여당의 인기가 상승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연준은 대체 어떤 논리로 금리인하를 미루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