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126 건
강대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기존 규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다른 국가에 이를 강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2년 세계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규칙은 짧게는 30년, 길게는 80년 동안 미국이 만들고 유지한 것이다. 자유무역과 달러를 기반으로 한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에 대한 결제시스템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이런 규칙을 바꾸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위터에 자유무역은 많은 이익을 가져왔지만 부의 집중, 취약한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제조업의 몰락과 같은 비용을 치렀다고 언급했다. 다른 나라로 하여금 관세를 인하하고 각종 무역장벽과 규제를 낮추거나 폐지하도록 압박하는 선봉에 선 미국 무역대표부가 자유무역의 본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당장 미국이 자유무역의 폐기로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조직의 효율성, 의사소통의 수준이 낮을 때 흔히 나오는 제언이다. 대체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사고(事故)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이나 방화벽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다르다. 배 바닥 어디에서 구멍이 생겨도 격벽이 촘촘하고 튼튼하면 침수를 최소화하면서 항해를 계속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운항 중에 수리를 해서 누수를 막을 수 도 있다. 방화벽이 강하다고해서 화재를 예방할 순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순 있다. 그러니까 칸막이가 약하면 배가 침몰하고 건물이 잿더미가 되는 법이다.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좋지 않다. 여러 언론들이 지난 주말 갤럽 정례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다시 최저치'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둘다 맞는 말인 것이 지난 8월 첫째주 기록한 지지율 24%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나쁜 숫자고 나쁜 상황이다. 그런데 '격벽'의 관점에서 보면 숫자 이상의 심각성이 보인다
2012년 오바마는 진보적 경제학자인 하버드 교수 제레미 스타인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월가 투자은행 출신의 보수적 법조인인 제롬 파월을 신임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그러나 2018년 연준 의장이 된 이후 파월이 추구한 통화정책의 방향은 균형 감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2020년 상반기 팬데믹이 시작되고 미국 경제가 30% 넘게 역성장하자 경기 되살리기가 연준의 지상명령이 되었다. 연준은 비상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 아래로 내리고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긴급 재정 투입과 경제 봉쇄 해제로 연준을 엄호했다. 재정과 통화의 두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헬리콥터 머니는 즉각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 해 가을 미 경제는 34% 성장하며 경제 공황의 공포로부터 벗어났다. 그런데도 연준의 경기 부양을 향한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연준은 5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이고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증가시켜 경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민간보다 공적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그리고 1993년 '지역균형 발전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창업지원사업을 열렬히 추진했다. 그리고 창업지원의 주대상은 40세 미만 청년이었다. 그러나 창업지원사업이 길게는 35년 짧게는 25년여가 되다 보니 정책의 다양성이나 청년층의 창업모델도 한계가 드러났다. 한편 2010년대 중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함에 따라 시니어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최근 시니어 창업의 비중이 다른 연령층보다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시니어 창업자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연령대의 창업자와 차별화한 장점이 있으며 특히 직장생활에서 축적한 경험, 기술, 네트워크가 창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시니어 창업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청년
어쩌면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풍경을 바꿔낼지도 모르겠다. 지난 21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전기는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쓰지만 특히 산업용으로 많이 쓰고 있다"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기)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눈치 보느라 쉬쉬하던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를 정부가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보니 박 차관 말대로 "한국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늘 따라다녔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산업용 전기요금은 시장을 왜곡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문제를 가져왔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저고용' 문제다. 산업용 전깃값이 싸다 보니 전세계 '전기 먹는 하마' 산업체가 한국에 몰려왔다. 대표적으로 '정유'산업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석유제품은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과 함께 주요 수출종목이 됐다. 일본의 경우 석유 관련 제품은 순위권에
최근 산사태, 논문표절, 무더기 비위적발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서울대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모양으로 서울대가 세계 일류 대학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은 더 뼈아프다. 시쳇말로 '방만한 자'(방향만 맞는 자)도 '거만한 자'(거리만 맞는 자)도 아니라는 비판이다. 정말 서울대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 조직의 행동은 '귀결성 논리'(logic of consequence)와 '적절성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로 설명할 수 있다. 귀결성은 '결과로 말한다'는 것이고, 적절성은 '절차적 정당성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전자의 예라면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배를 들이켠 것으로 (잘못) 알려진 소크라테스는 후자에 속한다. 대체로 격동의 시기에는 귀결성 논리가, 안정된 시기에는 적절성 논리가 많이 요구된다. 고약한 것은 두 논리 사이 갈등이
불과 1년 새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2021년 6월 3303까지 상승한 코스피지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2614까지 하락했으며(정점 대비 20%), 6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2290까지 떨어졌다(정점 대비 30%). 한국 증시가 대외 거시경제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코스피는 23.13% 하락했다. S&P500(16.94%) FTSE(10.71%) STOXX(14.7%) 등 주요국 지수보다 하락률이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이 본격화한 올 6월에도 높은 변동성은 반복됐다. 코스피지수는 13.15% 하락했는데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유럽보다 변동성이 높다(S&P500 8.39%, FTSE 5.76%, STOXX 8.82% 하락). 특이한 점은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브라질 보베스파(-11.39%)와 아르헨티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신생아보험료, 농민수당 등 지자체의 현금복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금복지는 아동수당, 청년수당, 노인수당, 장수수당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기도 한다. 한 지자체가 수당을 주면 주변 지자체도 따라 하는 경쟁적 상황 속에서 인구감소로 세수가 줄어드는 지자체들은 복지예산 증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안타깝게도 가난한 농어촌 지자체엔 이런 현금복지제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주변 지자체들이 복지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혼자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지자체 인구정책은 주민등록인구(정주인구)만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구로 '생활인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활인구는 조사기간에 그 지역에 머무르는 실제 인구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외부인들이 활발히 오가는 농산어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텃밭을 가꾸러 매주 오고 가는 사람, 부모님이
여야가 민생회복을 위한 협치보다는 대결정치와 '정치의 사법화'로 국민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지도체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소송으로 인해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여야갈등을 키우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민주당의 의지대로 강행될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은 법안 무효소송을 낼 것이 뻔하다. 정치의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당 내부 간 또는 정당 간 계파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법대로 하자'며 사법기구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확대됐다. 정치사법화의 대표적인 예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선거법'이다. 두 법 모두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효력정지소송과 위헌소송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정치의 사법화를 막을 해법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학계의 시각은 정당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은 일치하지만 정당개혁
지난 8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도 세간의 이목은 역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발언에 쏠렸다. 그의 '보다 간결하고 초점을 좁힌, 더 직접적인 메시지'는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고강도 긴축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의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잭슨홀에 모인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입장을 뒷받침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이른바 '대(大)안정기'(the Great Moderation)의 교훈에 주목했다. 대안정기는 1990년대 이후 30여년간 선진국 위주로 물가와 경제성장이 안정된 호시절을 뜻하는데 중앙은행 전문가들은 그 동력으로 대체로 통화정책의 기량향상을 강조한다.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기'(the Great Inflation)를 극복하는데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단호한 물가안정 의지와 공세적인 금리인상이 주효했다는 논리다. 잭슨홀 참석자들도 대부분 이런 평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고 지금도 파월의 발언처럼 공세적
미중패권 경쟁으로 공급망이 재편 중이고 코로나로 과도하게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와 식량대란이 겹쳐 세계엔 퍼팩트스톰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대책에 골몰한다. 환율이 1400선을 위협받고 경상수지까지 적자다. 물가는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내수가 침체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해외자금의 유출위험도 높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경제위축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많은 자영업자, 투자자 및 기업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은 무엇인가.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은 한국의 경우 물가안정 정책 덕분이고 미국은 공급 중시 경제정책 덕분이었다. 즉 인기가 없더라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
경제학 시간에 소득탄력성 강의를 하면서 라면과 쌀을 예로 든 적이 많다. 소득이 오르면 가난했던 소비자가 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던 열등재 소비를 줄이고 정상재 소비를 늘리는 것을 라면과 쌀을 가지고 설명했다.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은 먹는 것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 쌀과 반찬 대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소득이 늘어나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 소비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는 라면과 쌀의 사례를 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최근 라면 가격이 인상됐다고 한다. 라면을 생산하는 대기업 농심이 1년 만에 라면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다는데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이다. 업체는 밀가루 등 원자재가격 급등을 이유로 들지만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질 것은 당연하다. 가공식품의 가격인상은 라면에 그치는 것이 아닌데 오리온이 9년 만에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파이와 스낵 및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