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은 인류역사와 더불어 끊임없이 변화했다. 제조업 변화의 핵심은 '어떻게 물건을 만드느냐'다. 중요한 것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1개의 물건을 만드는 것과 10만개의 물건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흔히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알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생산방식의 변화가 시작됐으며 이것이 제조업을 변화시켰다. 생산현장에서 분업이 일반화하고 한곳에 모여 일하는 공간적 집중이 진행됐는데 이것이 생산성의 급속한 향상을 가능하게 해줬다. 증기기관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20세기 초반 제조업은 다시 큰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처음으로 도입한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대량생산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제조업은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디트로이트는 생산혁명의 성지가 됐고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생산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추진한 소련과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디트로이트의 인력과 기술을 유치하려 노력했고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일정비율 이상의 자국산 부품사용을 의무화하거나 군수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의 경쟁과 갈등은 100년 전 당시 첨단산업인 자동차를 둘러싼 긴장관계가 반복되는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세계화의 약화와 지정학적 갈등의 증폭은 다시 제조업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로서는 무엇보다 중국이 공급하던 노동력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곳으로의 이전은 세계화 시대라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탈세계화의 시대엔 길고 복잡한 공급망은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 부상한 것이 로봇과 자동화다. 생산방식 및 입지의 변화가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2022년부터 일본의 미국으로의 산업용 로봇수출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2월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북미기업으로의 로봇판매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23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과거 자동차산업에 치중된 미국의 로봇구매는 이제 식품, 금속생산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됐다. 아직까지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탈세계화 시대 제조업의 결론은 로봇일지도 모른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토면적에 비해 턱없이 많은 인구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풍부하고 양호한 노동력 덕택에 가능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양질의 노동력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흐름 속에서 소멸돼간다. 뒤늦게 출산율 제고에 나섰지만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제조업 중심 국가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산방식의 변화일 것이다. 더 많은 로봇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누구보다 빨리 준비하고 적응해 나가야 한다. 골드만삭스가 인간형 로봇이 2025년에서 2028년 사이에 제조업 현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망한 바와 같이 로봇의 시대는 이미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을 바꾸고 제도를 변화해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