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194 건
어쩌면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풍경을 바꿔낼지도 모르겠다. 지난 21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전기는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쓰지만 특히 산업용으로 많이 쓰고 있다"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기) 다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기업 눈치 보느라 쉬쉬하던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를 정부가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보니 박 차관 말대로 "한국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늘 따라다녔다."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된 산업용 전기요금은 시장을 왜곡하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문제를 가져왔는데 가장 큰 문제는 '저고용' 문제다. 산업용 전깃값이 싸다 보니 전세계 '전기 먹는 하마' 산업체가 한국에 몰려왔다. 대표적으로 '정유'산업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에서 석유제품은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과 함께 주요 수출종목이 됐다. 일본의 경우 석유 관련 제품은 순위권에
최근 산사태, 논문표절, 무더기 비위적발 등 바람 잘 날이 없는 서울대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모양으로 서울대가 세계 일류 대학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은 더 뼈아프다. 시쳇말로 '방만한 자'(방향만 맞는 자)도 '거만한 자'(거리만 맞는 자)도 아니라는 비판이다. 정말 서울대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 조직의 행동은 '귀결성 논리'(logic of consequence)와 '적절성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로 설명할 수 있다. 귀결성은 '결과로 말한다'는 것이고, 적절성은 '절차적 정당성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든 희든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전자의 예라면 "악법도 법이다"라며 독배를 들이켠 것으로 (잘못) 알려진 소크라테스는 후자에 속한다. 대체로 격동의 시기에는 귀결성 논리가, 안정된 시기에는 적절성 논리가 많이 요구된다. 고약한 것은 두 논리 사이 갈등이
불과 1년 새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2021년 6월 3303까지 상승한 코스피지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2614까지 하락했으며(정점 대비 20%), 6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2290까지 떨어졌다(정점 대비 30%). 한국 증시가 대외 거시경제 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 코스피는 23.13% 하락했다. S&P500(16.94%) FTSE(10.71%) STOXX(14.7%) 등 주요국 지수보다 하락률이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후폭풍이 본격화한 올 6월에도 높은 변동성은 반복됐다. 코스피지수는 13.15% 하락했는데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유럽보다 변동성이 높다(S&P500 8.39%, FTSE 5.76%, STOXX 8.82% 하락). 특이한 점은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브라질 보베스파(-11.39%)와 아르헨티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신생아보험료, 농민수당 등 지자체의 현금복지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금복지는 아동수당, 청년수당, 노인수당, 장수수당 등 모든 세대를 아우르기도 한다. 한 지자체가 수당을 주면 주변 지자체도 따라 하는 경쟁적 상황 속에서 인구감소로 세수가 줄어드는 지자체들은 복지예산 증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안타깝게도 가난한 농어촌 지자체엔 이런 현금복지제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주변 지자체들이 복지지출을 늘리는 상황에서 혼자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욱 빠르게 인구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지자체 인구정책은 주민등록인구(정주인구)만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인구로 '생활인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생활인구는 조사기간에 그 지역에 머무르는 실제 인구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 외부인들이 활발히 오가는 농산어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텃밭을 가꾸러 매주 오고 가는 사람, 부모님이
여야가 민생회복을 위한 협치보다는 대결정치와 '정치의 사법화'로 국민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지도체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소송으로 인해 계파갈등이 극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여야갈등을 키우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이 민주당의 의지대로 강행될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은 법안 무효소송을 낼 것이 뻔하다. 정치의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정당 내부 간 또는 정당 간 계파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법대로 하자'며 사법기구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확대됐다. 정치사법화의 대표적인 예는 '공수처법'과 '연동형 선거법'이다. 두 법 모두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효력정지소송과 위헌소송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정치의 사법화를 막을 해법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한 학계의 시각은 정당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은 일치하지만 정당개혁
지난 8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도 세간의 이목은 역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발언에 쏠렸다. 그의 '보다 간결하고 초점을 좁힌, 더 직접적인 메시지'는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고강도 긴축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의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잭슨홀에 모인 전문가들도 대체로 이런 입장을 뒷받침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이른바 '대(大)안정기'(the Great Moderation)의 교훈에 주목했다. 대안정기는 1990년대 이후 30여년간 선진국 위주로 물가와 경제성장이 안정된 호시절을 뜻하는데 중앙은행 전문가들은 그 동력으로 대체로 통화정책의 기량향상을 강조한다.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기'(the Great Inflation)를 극복하는데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단호한 물가안정 의지와 공세적인 금리인상이 주효했다는 논리다. 잭슨홀 참석자들도 대부분 이런 평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고 지금도 파월의 발언처럼 공세적
미중패권 경쟁으로 공급망이 재편 중이고 코로나로 과도하게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와 식량대란이 겹쳐 세계엔 퍼팩트스톰이 몰아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대책에 골몰한다. 환율이 1400선을 위협받고 경상수지까지 적자다. 물가는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내수가 침체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상승으로 해외자금의 유출위험도 높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경제위축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많은 자영업자, 투자자 및 기업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경제정책은 무엇인가.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은 한국의 경우 물가안정 정책 덕분이고 미국은 공급 중시 경제정책 덕분이었다. 즉 인기가 없더라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
경제학 시간에 소득탄력성 강의를 하면서 라면과 쌀을 예로 든 적이 많다. 소득이 오르면 가난했던 소비자가 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던 열등재 소비를 줄이고 정상재 소비를 늘리는 것을 라면과 쌀을 가지고 설명했다.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은 먹는 것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 쌀과 반찬 대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소득이 늘어나면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 소비를 늘려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는 라면과 쌀의 사례를 들기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 최근 라면 가격이 인상됐다고 한다. 라면을 생산하는 대기업 농심이 1년 만에 라면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리기로 했다는데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이다. 업체는 밀가루 등 원자재가격 급등을 이유로 들지만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질 것은 당연하다. 가공식품의 가격인상은 라면에 그치는 것이 아닌데 오리온이 9년 만에 초코파이로 대표되는 파이와 스낵 및 비스킷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2021년 초 빌 게이츠는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발간해 전세계에 기후위기에 대해 큰 경종을 울렸다. 성공한 억만장자 기업가로서 자신의 사업영역이 아닌 글로벌 공공영역에서 현황파악과 문제점 제시까지 했으니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최근 우연히 기후위기와 관련해 빌 게이츠가 세운 연구기관인 브레이크스루에너지(Breakthrough Energy·이하 BE)의 보고서를 보고 그의 진심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BE는 빌 게이츠 주도로 2015년 설립된 단체로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고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위한 기술혁신 가속화가 목적인 연구·투자기관이다. BE는 글로벌 넷제로 달성을 위해 '5가지 그랜드 챌린지'를 정의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정책솔루션을 '플레이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했다. 핵심만 추려보면 크게 4가지로 요약되는데 첫째가 '성과 중심의 지원체계 강화'다. 기존 취약계층을 위한 보조금 체계에서 벗어나 탄소감축 잠재력이 높은
지난달 정부가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의 일부 수주(3조원)를 공식 발표했다. 핵심설비 수주가 아니어서 다소 아쉽지만 조단위 원전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후 처음이어서 크게 축하할 일이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일감이 없어 고사 직전이던 우리 기업엔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고 새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첫 성과를 낸 데 박수를 보낸다. 다만 13년의 수주공백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원인분석은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UAE 원전수주 직후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1년에 4기 이상 수출한다는 계획이 무산된 가장 큰 원인은 2011년 초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이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과 반감이 전세계로 확대돼 원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 여파로 베네수엘라와 필리핀은 원전도입을 포기했고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일본 등은 재검토, 혹은 폐지를 결정했다. 신규 원전사업이 아예
기업평가는 재무제표를 통해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는가'를 따지는 형태로 진행돼왔다. 그래서 투자 대비 이익의 비율이 높은 곳은 좋은 회사로, 그렇지 못한 곳은 나쁜 회사로 분류된다. 최근에 평가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기업가치 평가에서 재무제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축소된 대신 '비재무적'인 지표가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경향을 대변하는 단어가 ESG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인데 기업경영에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요소를 뜻한다. ESG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이 정점에 도달하면서부터다. 신자유주의로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졌지만 다른 쪽에서는 빈부격차 확대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1997년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터지고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힘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남쪽에는 눈덮인 흰 산들이 이어지는 특이한 국립공원이 있다. 미국의 알프스라 불리우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근처 휴양도시인 잭슨홀의 유서깊은 숙소인 '잭슨 레이크 로지'에서 바라보는 그랜드티턴의 눈덮인 산맥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에서 매년 여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움'이 열린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지난 8월 26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 참여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금리를 계속 올려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이 말이 나온 8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무려 1,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식시장도 폭락했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는 연준의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