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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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 캐나다 국방연구소는 TEA 레이저 장치를 개발했다. 그리고 다른 연구소들도 이 장치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레이저 설계도를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레이저 장치 복제에 성공한 연구소들은 극소수였다. 영국 사회학자 해리 콜린스는 어떤 요인이 장치복제의 성패를 갈랐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레이저 복제에 성공한 연구소들이 국방연구소 연구진을 직접 만났거나 수시로 전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비공식적 접촉이 타인의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잘해? 나도 방법을 알려줘"라는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몰라, 이거 당연한 거 아니야?", 혹은 "자꾸 해봐. 그러면 돼"라는 대답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영하는 법, 자전거 타는 법은 전문가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누구나 잘 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도 자신이 알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설명하기 힘든 지식'이 있다. 어머니의 손맛, 투자전문가의 동물적 감각을 어찌 언어로 설명
애플의 시가총액이 3조달러를 돌파해 영국 GDP를 추월했다. 사실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국가별 GDP와 기업의 시가총액을 금액순서대로 나열하면 10위 안에 이미 3개 기업이 자리잡았다. 이들 기업의 오너인 슈퍼리치들의 개인자산이 웬만한 국가의 GDP를 넘어선 것도 꽤 오래 전 얘기다. 다만 시가총액과 GDP를 수평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한 나라가 생산하는 부가가치의 합과 주가로 산출되는 시가총액은 완전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흥미거리를 떠나 글로벌 경제생태계에 거대한 전환이 진행 중임은 분명하다. 물론 과거 매디치가문이나 동인도주식회사가 국가를 능가하는 힘과 자산을 소유한 적도 있고 19세기에는 거대기업과 정부의 충돌로 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반독점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오늘날 거대기업들의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하다. 글로벌 슈퍼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직간접으로 수천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매출증가가 바로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몇 년 전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의 일이다.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는 사무실 직원분들이 받아서 용건을 확인하고 변호사들에게 연결해주는데 하루는 직원분들이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채 일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설마 일하기 싫어 수화기를 내려놓은 건가?' 살금살금 뒤로 다가가 물어보려던 순간 이유를 알아버리고야 말았다. 수화기 너머로는 웬 아주머니가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스피커폰을 켜놓은 듯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직원분에게 이유를 물으니 내가 국선변호를 해야 하는 피고인이란다. 법원에서 나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주면 직원분들이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약속을 잡는데, 이 아주머니에게 전화했더니 대뜸 "니들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어? 니들 ○○○(사건 피해자 이름)이랑 한 패지?"라고 하고는 그때부터 숨도 쉬지 않고 욕설을 반복했다고 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궁금해서 수화기를 귀에 대보았더니 잔뜩 갈라져 꺽꺽거리는 목
이틀 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다. 법 시행을 앞두고 주무장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법무부 장관은 "양형기준을 재정립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한 점에 대해 철저히 단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장관도 지난해 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이 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은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낸 업체는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를 주겠다"고 언급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높다. 먼저 과잉처벌 문제다. 이 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안전대책을 수립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산재를 전부 막을 수 없다. 산재가 발생하는 요인은 다양한데 기업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처벌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기업인 징역형, 법인에 대한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삼중책임(三重責任)을 지울 수 있다. 법의 모호성도 문제다
아프리카에는 스프링복(Springbok)이라고 부르는 영양이 있다. 성격이 온순하고 조심성이 많은 초식동물로 군집생활을 한다. 사자나 표범과 같은 천적들이 공격해오면 서로 경고음을 울리며 생존해간다. 평상시에는 서로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무리가 점점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천 마리가 떼지어 다니기 때문에 후미에 있는 영양들은 신선한 풀을 먹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후미에 있는 스프링복들은 신선한 풀을 먹기 위해 좀 더 빨리 앞으로 이동하려 하고 이로 인해 선두의 양들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해 무리의 전체 이동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결국 영양들은 뛰기 시작하고 마침내 미친 듯이 무리 전체가 달린다. 이 광란의 질주는 절벽이 나타나서야 끝나는데 이미 이때는 멈출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수많은 영양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어서야 끝나는 '스프링복의 비극'이 발생한다. 원래 후미에 있는 스프링복이 조금씩 빨리 움직일 때 목적은 신선한 풀을 얻기 위해서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축소를 거론하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짧게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간, 길게는 금융위기 이후 13년간 완화적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긴축이 강화되면 무엇보다 자산가격이 위험해진다.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코로나 발생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2019년 11월부터 코로나 발생 이전까지 5개월 동안은 1% 상승에 그친 반면 코로나 발생 후 20개월 동안 83% 올랐다. 코로나 발생 이후 풀린 유동성과 낮은 금리가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 건데 긴축은 이 구도가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2015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0.5%일 때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의 평균은 1.8%였다. 기준금리가 1%와 2%일 때는 2.3%와 2.5% 정도 됐다.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7%대니까 금리를 한 번 인상한 것까지 가격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네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어딘가를 오고 가다 보면 여러 차례 체온을 측정하게 된다.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거나 삐쭉하니 솟아 있는 체온계의 센서에 손바닥을 들이밀지만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챙겨보라고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기차역에서는 승차객과 하차객이 엇갈리지 않도록 화살표로 구분해놓았지만 바쁘게 뛰어가는 사람들로 유명무실해지곤 한다.'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에스컬레이터의 핸드레일에는 어느 순간 소독기가 부착됐다. 수많은 사람의 손이 닿는 핸드레일을 짧은 시간에 바이러스를 하루종일 제거할 정도로 소독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궁금해지곤 한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에는 언제부터인가 바이러스살균필름이 부착됐다. 사람들의 손이 닿아도 살균작용이 유지될지 궁금하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강타한 지 2년이 돼간다. 누구도 이
농업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신입생들은 '식량안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국가가 일정한 수준의 식량이 항상 공급되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낯설어한다. 주변에 항상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를 사는 젊은 학생들은 먹거리는 공기처럼 항상 넘쳐나는 것으로 느끼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매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는 현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식량안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간혹 배추가격이 폭등해서 "김치가 금치가 됐다"는 신문기사를 접하거나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해외 어느 국가에서 식량이 부족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호소를 듣는 것 외에는 생활에서 체감하는 부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서 소비되는 전체 식량 중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의 비중을 뜻하는 식량자급률 현황을 우리나라의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쌀과 감자는 100%를 넘거나 근접하고 대부분 채소류나 과실류, 축산물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지만 안좋은 소식이 있다. 코로나19가 올해도 우리와 함께 한다. 벌써 2년이 넘었다. 올해는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은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그런대로 괜찮은 실적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어려웠지만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지털 전환의 압박은 더 거세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또 생기면서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폭증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었다. 이런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국내은행의 이익은 괜찮았다. 비경상적 이익이 컸던 산업은행을 제외하고도 작년 3분기까지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12.9조원을 기록했다. 2020년 같은 기간의 9.8조원에 비해 31.6%나 증가한 것이다. 작년 3분기말 부실채권비율도 0.51%로 2020년 3분기말 0.65%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익과 건전성이 모두 좋아졌다. 올해도 기대해볼만
'부모찬스'에 분노하는 2030세대는 '능력주의'를 공정의 원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참에 능력주의가 공정한 원리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능력주의 함정'(The Meritocracy Trap)이란 책을 쓴 대니얼 마코비츠는 능력주의가 세습 귀족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적 이데올로기였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능력주의는 태어날 때 신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원리로 20세기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습 귀족주의에 대항하는 진보적 이데올로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의 경제력과 인적자본의 힘이 자손에게 대물림되고 계급화해 새롭게 신흥귀족을 만들면서 능력주의는 보수적인 이데올로기로 전락했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심화하는 원인을 '엘리트 교육'과 '엘리트 중심의 고용'으로 본다. 즉, 과거 귀족이 땅과 재산을 통해 세습됐다면 현대 엘리트들은 자녀에게 제공되는 집중적인 엘리트교육을 통해 계층세습이 된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공정이라는 착각'(The T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 개시 이후 도리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과연 올해는 반복되는 악몽을 이겨내고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공생이 가능할까. 사실 위드 코로나는 위다웃 코로나가 불가능한 데 따른 자구책에 불과하다. 새해 대선을 앞두고 민생이나 경제 걱정이 앞섰겠지만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풀린 각종 지원조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컸다. 따라서 단계적 방역완화를 통한 일상회복과 더불어 경제와 정책 정상화를 위한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최근 방역 재강화에서 보듯이 출구전략은 울퉁불퉁한 여정일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공생전략이다. 오미크론이 코로나 종식의 서막이라는 낙관론도 나오지만 앞으로도 장기간 코로나를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지배적이다. 나아가 자연생태계나 기후변화와 맞물린 신종 전염병 창궐이나 자연재해의 위험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라 아예 상수로 정착한 모습이다. 당장의 코로나 퇴치나 출구전략 이상으로 이러한 낯선 도전과
문재인정부는 경제도 정부가 주도하려 했다. 법정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고도 했다. 그 결과 6.9%(2010년)였던 민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0.3%(2019년)까지 떨어졌다. 많은 비판에도 임기 내 이러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시장의 보복을 당했지만 남탓과 환경탓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6대 기업 총수에게 투자를 당부하면서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라는 놀라운 발언을 했다. 차기정부도 경제영역은 시장논리에 맡기고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맡기기 바란다. 전두환 전 대통령 비판자도 당시 경제정책을 경제관료에게 맡겨 경제가 발전한 것은 인정한다. 경제발전 초기에는 정부가 개입하면 선진국을 캐치업하기 유리하지만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간 후에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옛 소련과 달리 한국은 비교적 빨리 민영화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