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축소를 거론하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짧게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간, 길게는 금융위기 이후 13년간 완화적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긴축이 강화되면 무엇보다 자산가격이 위험해진다.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코로나 발생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2019년 11월부터 코로나 발생 이전까지 5개월 동안은 1% 상승에 그친 반면 코로나 발생 후 20개월 동안 83% 올랐다. 코로나 발생 이후 풀린 유동성과 낮은 금리가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 건데 긴축은 이 구도가 약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2015년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가 0.5%일 때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의 평균은 1.8%였다. 기준금리가 1%와 2%일 때는 2.3%와 2.5% 정도 됐다. 현재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7%대니까 금리를 한 번 인상한 것까지 가격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네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 경우 미국의 장기금리는 2% 넘게 된다. 우리 시장금리 역시 3%를 바라보는 상황이 될 수 있어 자산가격에 큰 압박요인이 될 것이다.
가계부채도 걱정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가계부채 총액은 1844조원이다. 2010년에 843조원이었으니까 11년 만에 1000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 된다.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4.9%로 주요국 평균 63.2%의 1.6배가 넘는다. 양이나 증가속도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계에 빚이 많으면 금리가 올라갈 때 이자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1분기 우리 가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는 36.17%다. 한 달 소득의 3분의1 정도를 빚과 이자를 갚는 데 쓴다는 의미가 된다. 아직은 견딜 만하다. 2년 동안 해당 지표가 2%포인트 정도 하락해 상환부담이 줄었고 가계부채의 소비제약 임계치인 45.9%까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부내용이다. DSR 개선이 낮은 금리와 대출기간 장기화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면 해당 지표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걱정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신규 대출의 58.4%가 30대 이하 연령대에서 이뤄졌다. 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5% 정도 된다. 이들의 대출이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취직 등으로 생애최초 대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빚을 내 주택구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맞춰 자산을 구성한 만큼 다른 세대보다 금리상승의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부채의 연체율이 낮고 금융기관의 부실규모가
선진국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금리상승 영향을 흡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 대신 소비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이자부담이 커지면 소비활동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외 모두에서 긴축이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속도조절 문제만 남았는데 경제운용의 틀이 바뀐 만큼 잘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