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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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편의점 CU의 우장산역점. 이 편의점과 한 건물에, 그것도 바로 옆에 붙어있는 H&B(헬스앤뷰티)스토어 랄라불라가 최근 편의점 업계의 뜨거운 논쟁거리다. 랄라블라 우장산역점이 시범적으로 삼각김밥, 맥주 등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식음료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연히 편의점 매출은 그 탓에 줄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처분하는 '폐기율'도 급증했다고 한다. 랄라불라의 이같은 행보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H&B스토어는 식음료 상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 사실 영역파괴의 선두주자는 편의점이다. 편의점들은 플랫폼화를 선언하며 택배부터 의류판매, 전기차 충전소 운영, 세탁까지 온갖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사업영역만 침범하면 안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랄라불라의 운영사가 바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라는 점이다. 랄라블라와 같은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늘어날 경우 1만명 이상의 G
"2019년 2.0%에서 2020년 2.3%면 사실 정체라고 봐야 한다."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는 나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9년, 2020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0%, 2.3%였다. 2.0%과 2.3%이라는 숫자를 두고 누군가는 '반등'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회복'이라고 한다. '기술적 반등', '개선'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계 한 고위인사의 진단은 '정체'였다. 기준을 놓고 보면 명확해진다. 한은이 지난해 추정한 한국의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은 2.7~2.8%다. 2019~2020년만 떼놓고 보면 2.5~2.6%다. 잠재성장률은 쉽게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인데, 그만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2020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3%라는 숫자에는 지난해 성장률이 유독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돼있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기에는 너무나
올해 산업계 주요 뉴스 중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확인된 화재만 줄잡아 30여 건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ESS 설비 화재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5건(12월 현재 기준)의 화재가 추가로 발생하자 지난달 2차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지난 조사 결과 발표 당시 화재 원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던 산업부가 이번에는 배터리 결함으로 결론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ESS 설계 구조상 발화 지점은 배터리밖에 없지만 이를 촉발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만약 산업부가 발화 원인을 배터리로 못 박았다고 가정할 경우 해외에서는 화재사고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은 멀쩡한 ESS가 유독 국내에서만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밀 분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배터리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차 조사 결과 발표 당시 산업부는 '배터리 보호 시스템, 운영 환경 관리 미흡 등 복합
"그렇게 얘길 했는데도 바뀐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코스닥 중소형 상장사들에게는 아예 관심이 없나 싶기도 합니다." 연말이 되자 코스닥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주총회는 3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지분율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3%룰'은 바뀐게 없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대주주가 감사를 다시 선임하는 것을 방지하고 감사 선임에 소액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감사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2년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도입됐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이 가능할 때에는 감사 선임에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폐지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장사가 감사선임을 위해서는 대주주 외 발행주식의 22%를 확보해야 주총에서 감사선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상장사 56곳이, 올해에는 149곳이 3%룰 때문에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코스닥 협회 등에 따르면 내년에는 이
'이남자(20대 남자)'와 "엄마 나 잘보여?" 2019년 마지막 주말 발표된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26)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 대표(67)가 원 씨와 나란히 앉았다. '마흔한살' 차이의 두 남자가 서로를 쳐다봤다. 관록의 여당 대표와 평범한 20대 남자의 콜라보레이션. 민주당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한다는 의도였다. 이 대표는 원 씨를 소개하며 '이남자'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을 대변할 20~30대 정치인이 별로 없었는데 원종건님의 과감한 도전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자'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내년 4월 총선, 민주당의 목표는 과반 이상 의석 확보다. '새 얼굴'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영입인재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관련 질문을 할 때마다 "이 대표에겐 계획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민주당은 20대, 그중에서도 남성 지지율을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왔다.
'해외여행 자유화 30주년'이라는 희망찬가로 시작한 2019년 여행업계의 한 해는 기대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국내외 여행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고, '일본여행 보이콧'과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 등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주요 여행사들은 '실적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많은 이들이 일본시장의 침체가 올해 여행업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일본여행 불매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30년 동안 쌓아온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즉, 패키지(PKG) 중심의 여행 생태계가 종언을 고했다. 국내 여행산업보다 늘 한 발 앞서 흘러온 글로벌 여행시장으로 눈을 넓히면 이는 명징하게 드러난다. 184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여행사 '토머스 쿡'이 올해 파산했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까지 거느리며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던 '여행 공룡'은 트렌드에 어두웠고, 변화를 좇는 데 민첩하지 못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지난 27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차기 행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3번 연속 내부인사가 은행장에 오르면서 이제 더 이상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은 없을 것이란 금융권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역대급’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청와대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자 기업은행 직원 1000여명은 지난 27일 퇴근 후 광화문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어야 했다. 논란을 자초한 건 결국 제도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른 은행과 달리 임원추천위원회 등의 제도가 없어 정부 발표 전까지는 ‘깜깜이’ 인사가 불가피하다. 제도를 손보지 않는 이상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회는 있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업은행 이사회 내 임추위 설치를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임원자격 요건에
정부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뜨겁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결정한 게 부채질을 했다. 한쪽은 정부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경제성을 고의로 조작해 영구정지를 밀어붙였다고 반발한다. 다른 쪽은 안전성을 고려했을 때 영구정지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날선 공방에 정작 에너지정책 본질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에너지정책의 뼈대는 수급 안정성(안보)과 지속가능성이다. 원전이 값싸고 안정적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녹색에너지라고 인정해도 초점을 월성 1호기로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초 예정됐던 계속운전 시한인 2022년은 불과 2년 남았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5900억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안정성을 보강했다지만 앞으로 강화될 안전규제를 고려하면 추가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설비용량 678㎿의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려야 할 만큼 전력수급 상황이 곤궁하지도 않다. 더 큰 문제는 사후관리다. 월성 1~4호기는
입신양명(立身揚名). 예로부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출세해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는 것을 일컫던 말이다. 사농공상으로 직업의 높낮이가 갈렸던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판검사라는 직업은 자수성가의 표본이다. 이런 직업군에서 이름을 드날릴 기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직업인이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승진이다. 판사든 검사든 크게 다를 리 없다. 고위 공무원에 해당하는 검사들이 승진하기 위해선 단순히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정 직급 대상자부터는 인사 검증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올해 3월부터는 차장검사 보임 대상자까지 법무부의 검증을 받았다. 내년 1월 실시 예정인 간부 인사에서는 부장검사 보임 대상자에 대해서도 인사와 재산 검증이 실시된다. 대검찰청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개혁안이 처음 실시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사 검증에 동의하지 않고 차라리 승진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승진
“노(No) 아베는 아니다. 아베가 없으면 (한일관계가) 잘 될 것이란 생각은 오해다. 아베가 없어도 큰 차이가 없다.” 지한파로 꼽히는 마이니치신문 중견 언론인이 지난주 한일기자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마치며 강조한 말이다. 일본에서 만난 여러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했다. 최근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갈등이 극단화·표면화됐지만 그 기저엔 일본의 쇠퇴·한국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일본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한일관계를 설명하며 공통적으로 ‘일본의 경쟁심·방어기제· 피해의식’이란 단어를 썼다. 일본 내 반한(反韓) 기류가 2010년대 들어 본격화했는데 일본이 중국에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 자리를 내 준 시점(2010년)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노 담화·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자취를 감춘 것도 그래서라고 봤다. 지난 7월 역사와 경제를 엮은, 일본의 전례없는 결정도 ‘여유를 잃은’ 일본의 견
"스타트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상당히 기쁜 소식인데... 여론을 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죠."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한 여론에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우리가 게르만족이 됐네" "돈이면 다 팔아 치우는 민족이냐?"는 등 부정적 여론에 이번 매각이 평가절하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창업가가 이윤에 눈이 멀어 회사를 외국자본에 팔았다는 지적이다. 토종 브랜드가 외국계 회사가 된 것이 아쉬울 수는 있으나 '먹튀' 비판은 과도하다. 매각은 창업과 투자유치, 회수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절차 중 하나여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업가들의 목표는 회사를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으로 만드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기술이나 발상의 전환으로 창업하고 해당 기술·서비스를 전문적이고 큰 회사에 매각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창업의 노력을 보상받고 매각 뒤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정부까지 나서서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개방형 혁신'을
KT 차기 회장을 뽑는 선정작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번 차기 KT 회장 선정작업은 현 회장 재임기간에 정한 룰과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후임자를 정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초 일찌감치 정관 개정을 단행해 회장 선임절차를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했고 사내외이사들의 회장후보 추천권한도 이사들 스스로 내려놨다. 그래서일까. 회장 선출과정 중간에 심사를 받게 될 후보자 명단을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KT 회장 선임과정을 두고 끊이지 않은 불공정·불투명 논란을 이번만큼은 불식하겠다는 KT와 이사회의 의지로 풀이된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CEO(최고경영자) 선임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령 회장 선임절차 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후보를 추가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이 겹치면서 KT 회장이 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