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로나는 노동자를 피해가지 않는다

[기자수첩]코로나는 노동자를 피해가지 않는다

김남이 기자
2021.07.05 04:2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3가 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장소를 서울 여의도에서 종로3가로 기습 변경해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집회가 끝난 뒤 민주노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성료)'고 자평했다.

무엇이 성공인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800명 안팎 발생하고, 전염력이 강한 델타변이까지 등장했다. 확진자 급증에 수도권 지자체들이 당초 계획했던 거리두기 완화를 1주일 연기한 와중에 서울 한복판에 전국 각지에서 조합원 8000여명을 불러들인 것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지난달에도 택배노조의 상경 투쟁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시 여의도에 4000여명이 집결했고, 참가자 가운데 확진자 2명이 나왔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집회에 참여했던 모든 참가자와 경찰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전국이 '노조집회발' 확산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코로나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고통을 받았고, 공장은 멈춰 서야 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을 단축하거나 포기했고, 어떤 이들은 직장을 잃었다. 민주노총의 핵심 가입집단인 현대자동차에서도 최근 한 공장에서 확진자가 10명 이상 발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각계각층의 요청을 무시했다. 김부겸 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직접 철회를 요청하러 민주노총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국경자총협회는 "시민들 모두가 불편함을 감내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힘 모으고 있다"며 불법집회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한쪽에서는 백신 휴가, 코로나 재난 시 해고 금지 등을 요구하면서, 한쪽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는 대규모 불법집회를 여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장기화한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에 속해 있는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절박한 환경에 처한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가 "국민을 다 죽일 셈인가"라며 이번 집회를 강력하게 비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찰은 강력대응을 선언했다. 서울경찰청은 경무관급의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불법집회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와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불법집회를 막을 수 있고, 그것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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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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