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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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그랬어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한 마디'가 정치의 문을 닫았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 합의 후 상정된 안건 199개에 모두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이유에 대해 나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직접 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표정은 황당함에 굳어졌다고 한다. 당시 민생법안 중에선 여야간 이견이 없는 청년기본법과 소상공인기본법, '극일자강'을 위한 소재부품장비특별법,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이 될 벤처투자촉진법 등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렸다. 한국당이 거부감을 나타내 온 '유치원 3법'은 필리버스터 가능성이 일찍부터 거론돼 안건번호 197, 198, 199로 미뤄둔 상태였다. "본의아니게 팀킬당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애타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본회의 통과를 손꼽아 기다리던 195개 중 26개는 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었다.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법(김태흠), 어선 재해보상보험
"우리 사장이 연임되나요?" 연말이 되면서 금융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끝나는 조직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기 때문이다. 금융권 CEO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 연장을 더해 통상 3년이다. 그 이상 임기를 더 하기는 쉽지 않다. ‘2+1’ 룰이 어느샌가 암묵적인 규정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3년을 채운 CEO는 대체로 연임보다는 용퇴에 무게가 실린다. 임기 중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하더라도 ‘2+1’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연임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되더라도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3년 임기에 대한 불만은 CEO 본인보다 금융권 임직원에게서 오히려 더 크게 나올 정도다. 잦은 리더십 교체에 따른 비효율성을 직접 체감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무 파악에만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첫해를 그렇게 보내면 남은 임기에는 결국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
“익명성을 장점으로 꼽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소가 살아남는 방법은 스스로 내부 보안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수 밖에 답이 없다.” 지난 27일 국내 대표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580억원에 달하는 이더리움이 익명 계좌로 유출된 뒤 한 보안전문가가 한 말이다. 업비트는 일찌감치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갖추고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획득하며 보안 능력를 자부해왔던 곳이다. 그랬던 만큼 투자자와 가상 화폐업계의 놀라움이 컸다. 가상 화폐 거래소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업비트와 함께 업계 1·2를 다투는 빗썸에서 35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가 빠져 나갔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중소형 거래소에서는 그 정도가 더 빈번했다. 가뜩이나 정부 규제로 찬바람이 불던 암호화폐 시장을 더 얼어붙게 했던 한 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가상 화폐 거래소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순위 과제로 두고 있다. 업계가 ISMS 인증 획득 등 거래소 요건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 부위원장이 몇달 째 공석이다. 분명 정상이 아니다. '인구 충격'을 우려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생각해 본 인구정책의 문제는 크게 3가지다. 우선 국민들은 이 조직을 잘 모른다. 그동안 위원회의 뚜렷한 성과가 없었거나 줄곧 거론된 것처럼 정부 위원회 조직 자체의 한계일 수 있다. 그런데 두 가정의 결론은 같다. 2005년 만들어진 위원회가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구정책은 십수년간 실패만 거듭했다. 유관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정부 들어 위원회의 한계를 재확인 한 게 두 번째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내세웠다. 그리고 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새로 만들고 힘을 실어줬다. 방향성은 맞았다. 인구구조는 범부처의 구조적 문제지만 기존 위원회 조직은 다소 헐거웠다. 2년 6개월이 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 생명 법안’이 국회에서 속도를 낸다. 민식이법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준이법(주차장관리법 개정안)도 25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등 절차를 앞두고 있지만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소관 상임위 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다. 해인(당시 4세)양은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량사고를 당했는데도 후속 조치가 늦어 세상을 떠났다. 한음(당시 8세)군은 2016년 7월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된 채 숨졌다. 태호·유찬(당시 8세)군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의 한 사설축구클럽 통학차량 운전자의 과속·신호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해인이법과 한음이법은 두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해인 2016년 8월에 발의됐다. 3년이 넘는 시간을 그저
환경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대형마트에서 자율포장대와 종이박스를 퇴출한다고 밝히자 비판여론이 빗발친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상품을 집으로 가져갈 때 쓰는 종이박스에 테이프와 플라스틱 끈이 많이 사용되니 이를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환경부가 정책목표에만 매몰돼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수긍할만하다. 어차피 재활용될 박스를 대형마트가 자율포장대에 비치해둔 것인데 왜 굳이 휴대도 불편하고 구매한 물건을 다 담을 수도 없는 장바구니를 써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종이박스 퇴출이 환경보호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 부녀회의 소소한 수익인 재활용품 판매수익이 사라진다거나, 생계가 아려운 노인들의 몇천원짜리 일당인 종이박스 수거일까지 정부가 가로막는다는 등 다양한 불만들이 터져나온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유통업계가 자율협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마치 우리
며칠 전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한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 대표는 이날 행사의 마지막 연사로 나서 마이크까지 잡았다.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대표는 ‘혁신’과 ‘미래’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제도나 장치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그 싸움에서는 방해가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미래가 이기고, 미래가 이기는 것이 맞다”고 했다. 말미에는 “(혁신의 길은) 외롭고 방해도 많이 받는 길”이라며 최근 ‘타다’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타다의 사업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운영된 타다는 승차거부 없는 자동 배차,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워 급성장했다. 내년에는 전국 서비스를 목표로 영업차량을 1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혁신 모빌리티(이동수단)로 주목받으면서 기존 택시업계와 마찰이 커졌다. 택시업계와 갈등은 결국 타다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심사가 본격 가동됐다. 다른 무엇보다 업계 1위인 CJ헬로의 알뜰폰(MVNO) 사업 ‘헬로모바일’의 향배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헬로모바일의 이동통신사 흡수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알뜰폰 제도 도입 취지와 부합하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헬로모바일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향의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는 헬로모바일의 LG유플러스 편입이 시장경쟁 저해와 알뜰폰 시장의 이통 자회사 쏠림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한다. 물론 앞서 기업결합을 심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헬로모바일의 LG유플러스 결합을 별다른 조건 없이 승인했다. 하지만 이는 독과점 우려만을 검토한 결과다. 알뜰폰 주무부처로서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입 취지 원칙에 따라 공정위와 다른 결정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 적용과 함께 고려돼야 할 부분이 있다. 헬로모바일 분리 결정이 해당 산업에 미
"첫번째도 투자자보호, 두번째도 투자자보호, 세번째도 투자자보호, 특히 개미투자자"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 검사가 설명한 자본시장법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하루 유가증권시장거래량은 약 2억주, 거래대금은 약 8조원이다. 코스닥도 5조원에 이른다. 주식시장이 발전하는 만큼 주가조작 범죄도 증가하면서 이를 수사하기 위한 증권범죄 합수단이 탄생했다. 2013년 5월 출범 이후 지난 6년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한 합수단이 존폐기로에 섰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달 검찰 직접 수사 축소를 권고사항으로 내놓으면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대표로 지목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합수단을 직접·인지 수사 부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단에 접수되는 사건은 금융위가 고발하거나 패스트트랙으로 넘긴 사건들이다. 증권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하루 2억주가
최근 증시에 '헥시트' 리스크가 화두다. 헥시트는 '홍콩(HK)'과 '이탈'(Exit)을 합친 합성어인데, 현실화될 아시아 내 유동성 위기 혹은 홍콩발 아시아 금융불안 리스크를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홍콩시위가 격렬해진 후 자금흐름은 불안한 상태다. 홍콩으로 유입된 자금과 빠져나온 자금의 비율(E/I Ratio)은 최근 2.64배까지 급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헥시트 초기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허언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헥시트는 글로벌 자금 전반에 영향을 미치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게 홍콩은 관광, 여행지로 인식이 돼 있으나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못지않게 경제적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홍콩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 중 4위(2018년 기준 수출의 7.6%)다. 증감률 측면에서도 대 홍콩 수출 증감률은 하반기 들어 평균 마이너스(-) 37%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수출이 -12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니 맷집이 좋아질 수 밖에요."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을 두고 한 말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에서는 100여건이 넘는 신고가 거래가 쏟아졌다. 매수자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하고 그런 심리를 잘 아는 매도자는 호가를 올려 집을 내놓는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 했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 시그널이 없다. 지금 신고가로 집을 사는 이들은 '서울에 살아야만 하는' 실수요자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조성한들 이들이 탈서울로 돌아설리 만무하다. 결국 서울 공급이 늘어야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주택공급은 결국 정비사업에 달렸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당근보다 채찍인 분양가상한제를 선포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집중투하된 규제정책에 시장은 오히려 맷집이 세졌다. 유예기간 내 분양이 불가능한 정비사업장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지난 주 국내 최대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행사가 부산에서 열렸다. 국내 내로라하는 게임사들이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부산으로 몰렸다. 기자 역시 국내 게임사들의 새로운 신작과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현장을 찾았다. 기대감은 곧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부산역을 내리면서부터 기자를 맞이한 건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대형 설치물. 지스타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에서도 브롤스타즈 메인 이미지를 활용한 거대 현수막들이 위용을 떨쳤다. 중국 텐센트가 지분 84%를 갖고 있는 슈퍼셀은 올해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했다. 지스타 본 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슈퍼셀 뿐 아니라 IGG와 XD글로벌, 미호요 등 중국 게임사들이 거대 부스를 마련해 한국 게임사들을 압박했다. 게임업계에 '차이나' 강세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순수한 경쟁력 차이라면 어쩔수 없겠지만 국내 업체들이 중국에서 판호(게임 유통 허가권)를 얻지 못해 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