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의도 저승사자'가 사라지면

[기자수첩]'여의도 저승사자'가 사라지면

이해진 기자
2019.11.25 15:04

"첫번째도 투자자보호, 두번째도 투자자보호, 세번째도 투자자보호, 특히 개미투자자"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 검사가 설명한 자본시장법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하루 유가증권시장거래량은 약 2억주, 거래대금은 약 8조원이다. 코스닥도 5조원에 이른다. 주식시장이 발전하는 만큼 주가조작 범죄도 증가하면서 이를 수사하기 위한 증권범죄 합수단이 탄생했다.

2013년 5월 출범 이후 지난 6년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한 합수단이 존폐기로에 섰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달 검찰 직접 수사 축소를 권고사항으로 내놓으면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대표로 지목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합수단을 직접·인지 수사 부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단에 접수되는 사건은 금융위가 고발하거나 패스트트랙으로 넘긴 사건들이다.

증권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하루 2억주가 거래되는데 합수단이 범죄를 인지해 수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금융당국이 포착해 범죄정보를 넘기면 비로소 수사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합수단은 유관기관과 촘촘한 공조를 자랑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직원이 상주해 자본시장 범죄에 즉각 대응한다. 금융위가 중대 증권범죄로 판단할 경우 금감원 조사 없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는 '패스트 트랙' 제도도 운용한다. 과거 검찰로 사건이 넘어오기까지 1년이 걸린 탓에 '텅빈' 사무실로 압수수색 나가는 일도 줄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합수단 폐지로 서민 투자자 고충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합수단이 쌓아온 수사경험과 유관기관과 공조란 자산도 한순간 폐기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합수단을 없애겠다면 적어도 개미투자자와 자본시장 질서를 지킬 '대안'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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