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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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위원장만 새 됐네요" 지난달 28일 여야 협상결과를 받아든 정개특위 관계자는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심 위원장의 부재로 특위의 교착상태가 심화될 거란 설명도 덧붙였다. 정치·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제1·2당이 나눠 갖는 것을 전제로한 국회정상화였다. ‘84일만의 정상화’란 평가와 함께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정의당)은 해고통보를 받았다. 1년짜리 위원장 계약이 끝났으니 방을 빼라는 통보였다. 지난해 7월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원내1·2당이 특위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2004년 진보정당 원내진출 이후 처음이었다. 심 의원 개인으로서도 3선만에 처음 맡는 국회직이었다. 이례적으로 위원장을 맡은 심 의원에게 ‘역대급’ 짐이 주어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개편안 등 극도로 민감한 안건들 투성이었다. 1년간 서른 번이 넘는 크고 작은 회의가 열렸다. 거대양당이 이해득실을 두고 다툴때 심 위원장의 존재감은 오히려 돋보였다. 현행
'반(反) 화웨이 전선' 동참 압박이 빠진 자리에 "땡큐"가 있었다. 구체적 '청구서'를 내민 대신 대기업 총수 한 명 한 명을 거명하며 '천재 사업가'(business genius)라고 추켜세웠다. 잔뜩 긴장했던 재계에 트럼프의 "땡큐"는 반전이었다. 그의 방한 하루 전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해 화웨이 압박 수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관세를 예봉 삼아 자동차, 철강, 태양광, 세탁기 등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구현한 트럼프였기에 재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트럼프의 "땡큐"가 재계에는 그의 북한 월경 만큼이나 놀라웠던 이유다. 당장 재계 일각에서는 "훈훈하게 회동이 마무리돼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리는' 시각으로 하얏트 회동을 복기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년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트럼프의 이번 방한이 성사된 때문이다. 남은 1년간 트럼프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경제 측면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잖아요, 하나가 뚫리면 피해가 무지막지해질 수도 있죠. 해커들은 가장 쉬운 길을 찾아 침투하려 하고요.” 부잣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대문만 있는 건 아니다. 문도 걸어 잠그지 않는 옆집과 부잣집이 연결돼있다면, 도둑들은 어떤 길을 택할까. 초연결성을 특징으로 하는 5G 시대에는 보안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실제로 중소 계열사의 PC에 침투해 대기업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자물쇠가 헐거워지는 프로그램이 생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 운영체제(OS)와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이 내년 기술지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할 경우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이 지원 중단에서 가장 문제가 될 부분으로 지적하는 것도 새로 발견되는 보안 취약점 대응이다. 보안이 약화된 프로그램으로 정보 유출이나 랜섬웨어 감염 등 보안 사고가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고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만 6세에서 만 7세로 확대된다. 초등학교 취학전 아동을 둔 부모 입장에선 매달 10만원이 통장에 들어온다고 하니 일단 반갑다. 10만원이면 할게 많다. 아이 옷이나 책, 장난감도 사줄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준비물 사는데 쓰거나 과외활동 비용으로 지출할 수도 있다.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돈을 쓰기보다 모아서 아이에게 목돈을 마련해 주는 게 답인가도 싶다. 포털사이트를 뒤져보면 시중은행 중엔 최대 연 4.3% 금리를 준다는 'KEB하나 아동수당 적금'이 눈에 띈다. 제2금융권에선 조건에 따라 연 6% 이상 이자가 붙는 새마을금고 '우리아기 첫걸음 정기적금'도 있다. 지금은 가입할 수 없지만 금리 연 5%짜리 수협은행 'Sh쑥쑥크는 아이적금'은 새벽5시부터 지점 앞에 줄을 서야 가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아동수당은 그렇게 은행 금고로 흘러간다. 경기둔화, 재정악화를 걱정하는 한켠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주는 건 가처분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에요. 원래도 많았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경찰의 '기강해이' 현상을 전문가에게 묻자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를 일으키는 경찰은 항상 있으니 요즘 상황이 특별할 게 없다는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내 수긍이 갔다. 실제 통계를 들여다보면 경찰은 달라지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700명 이상이던 경찰의 징계 인원이 지난해 들어 4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5월까지 통계도 1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8명보다 적다. 13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에서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자정효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수뇌부와 구성원들의 실체적 노력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올해 초 '버닝썬 게이트'가 열린 이후 경찰에 시선이 쏠린 시점에서 비위 경찰관이 잇따르며 자정노력을 무색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비위를 줄여나가고 있다"면서도 "잇따른 논란으로 희석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합의문을 지키지 않은 선례가 불신을 키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4일 서명한 국회정상화 합의문은 결국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해 두시간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은 원점으로 돌아간 국회 대치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여야의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을 풀기위해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 방향에 합의한 시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문구를 합의문 첫 항목에 담는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 약속을 뒤로한 채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한다. 여야 4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선거제 개편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명분이기도 하다. 한국당의 주장은 다르다. 한국당은 연동형비
"애널리스트는 노동자 아닌가요?" 최근 고용노동부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등을 주52시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하자 한 애널리스트가 토해 낸 불만이다.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특수직종이라고 해도 노동자에게 보장된 보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냐는 한탄이었다. 물론 그의 불만이 모든 애널리스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 것 처럼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종이다. 주식 종목에 대해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자신의 성과만큼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에 재량근로제로 근로시간의 제약을 없애는 것이 더 낫다는 애널리스트도 많다. 많이 벌 것이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냐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무한경쟁 체제인 애널리스트 업계에서 이런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초과근무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만으로도 업무가 벅차다. 보통 오전 6~7시에 출근하면 전날 해외 주요 증
지난달 일본 실버산업 전시회를 찾기 위해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 들어서자 입국심사대 주변을 에워싼 백발의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공항 근로자인 이들은 외국인들이 출입국신고서를 제대로 썼는지 도와주고 있었다. 전체 인구의 28%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일본의 단면이다. 전시회에서도 '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노인용 기저귀, 탈취제 등 다양한 제품을 들고 “내가 써봤더니 효과가 확실했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전시제품은 노인들이 당당히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헬스케어 기기가 주를 이뤘다. 전시회 관계자는 “최근 노인들에게 직접 일하는 즐거움을 주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실버 채용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채용 현황을 문의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광고판에 시니어 채용을 홍보했던 기억이 나서다. 하지만 현황을 알려주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매년 채용하는 것은
"검찰제도 개혁을 이뤄낼 적임자."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내린 평가다. 여론을 봐도 윤 후보자가 검찰개혁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러나 지난 2년을 돌아보면 마냥 기대만 해도 될지 미지수다. 검찰개혁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부터 짚어보자. 검찰은 합법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하는 몇 안 되는 집단 중 하나다. 검찰이 특정 세력을 겨냥하는 것만으로도 그 세력은 크게 위축된다. 그래서 정치권력자들은 검찰을 휘어잡길 원했고, 사회는 검찰이 그들로부터 독립해 중립을 지키길 바랐다. 현실은 대개 권력자들 뜻대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현 문무일 검찰총장은 나름대로 검찰개혁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의 정치중립을 흔드는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던 특수부를 대폭 축소했고, 공수처 도입을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 이슈에서 청와대 방침에 맞서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로 임기말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 후임으로 낙점된 윤 후보자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시작된
"'수소'하면 수소폭탄이 떠올랐죠. 도로에서 수소전기차를 보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겁도 났죠. 그런데 엑스포를 둘러보고 나니 편견이었네요." 지난 19~21일 열렸던 국내 첫 수소산업 전시 및 콘퍼런스인 '2019 대한민국 수소엑스포'에서 만난 한 일반인 관람객의 반응이다. 그는 "정부가 수소사회를 강조하는데 국민이 수소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람객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 경제 선도국가'를 선언했다. 석유에 의존했던 에너지원을 수소로 전환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신산업 확대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한몫을 했다. 엑스포의 최고 '관심사'도 넥쏘였다. 자동차학과 고등학생들은 "수소에 대해 잘 몰랐는데 '넥쏘'가 나오고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넥쏘 외에도 현대차는 '수소' 홍보에
지난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차명 등기한 부동산이라도 소유권은 원소유자에게 있다’는 판결을 다시 내놨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게 분명하나, 이를 근거로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판결의 요지다. 부동산실명제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전세권 등 각종 물권은 반드시 실소유자의 이름으로만 등기하도록 한 제도로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부동산 차명 등기가 세금탈루 등 각종 불법행위의 온상이라는 문제의식이 만든 제도다. 이번 판결 과정을 보면 부동산실명제가 시행 25여 년이 지나도 정착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법원 내부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 4명은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등기부등본의 공신력(법적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재확인되면서 불안해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선의의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일례로 2016년 ‘니코틴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별명부자다. '재벌 저격수'는 시민사회 운동을 할 때 유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후에는 '다만'이라는 호가 붙었다. 끝까지 들어봐야 진의를 알 수 있는 추가적인 화법 덕분이다. '다만'은 여러 의미로 쓰였다. "A가 원칙이다. 다만 B라는 측면도 볼 수 있다"는 언급에선 예외적 단서로 활용됐다. "당신 지적에 통감한다. 다만 제 입장은 이렇다"에선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원칙을 고수하는 화법으로 쓰였다. 김상조 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를 2년간 이렇게 이끌었다. 언론 브리핑에서도 '다만'은 곧잘 쓰였지만 지난 21일 공정위를 떠날 때는 조금 달랐다. 위원장 이임식을 마치고 기자실을 찾은 그는 어깨가 무거운 듯 진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떠나는 소회보다 취임을 앞둔 이로써 포부에 무게가 실렸다. 질문을 19개나 받았는데 하나하나 성실히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김 실장이 '다만'을 한 번밖에 쓰지 않은 것이다. 어떤 문맥이었을까. "사람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