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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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차례 꺼낸 말 중 하나는 "비공식회의를 많이 활용하겠다"였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형식'을 유독 강조했다. 때론 경제 진단이나 대책 같은 '내용'보다 앞섰다. 실제 취임 이후 녹실회의, 서별관회의를 스스럼없이 개최했다. '정책 사전 조율'이라는 비공식회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청와대 인사와 파열음을 자주 냈던 전임 김동연 전 부총리와 가장 대조되는 대목이다. 김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두고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번번이 부딪쳤다. 김 부총리는 지난 10월 규제 개혁 대책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내용이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악평이 쏟아졌다. 그러자 "부처 장관이 아닌 국무위원으로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그런 과정과 격론을 거쳐 나온 게 이 정도"라고 해명했다. 정부 경제팀 내 의견 조율에 애를 먹었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는 이런 시점에서 등판했다. 첫 단추는
"제로페이는 경제논리보다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 금융권 관계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제로페이에 대한 평가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을 돕는 취지라면 "착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출발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로페이에 소비자를 유인할만한 혜택이 너무 없기 때문에 나온 평가다. 아닌게 아니라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착함'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착한 결제'인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거리 곳곳에 붙은 홍보물도 인터넷광고도 모두 '제로페이=착하다'는 구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제로페이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신용카드만큼의 혜택도 없고 편의성조차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맹점 역시 소비자가 찾지도 않는 '착한 결제'를 굳이 바라지 않는다.
"사측의 결단을 촉구한다. 꼼수 부리지 말고 조합원 요구 들어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관련 유인물 대표 문구다. 두 노조는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하며 부분·전체파업 등을 1년 동안 반복했다. 구조조정 반대, 인력 추가 채용, 부당노동행위 재발방지, 사내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 이유도 다양했다. 사측은 나름 진정성 있는 안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은 20%의 임금반납 요청을 철회했다.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도 제시했다. 임단협 타결을 위해 일감이 없는 해양사업부문 유휴인력 600명을 대상으로 유급 휴직에도 합의했다. 대우조선은 지급기준을 마련해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자기계발비 수당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노조는 한동안 사라졌던 '크레인 시위'를 하며 대응했다. 한국 조선업은 올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세계 수주 실적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 조선업체가 대형 LNG선 수주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하늘은 낙하산으로 뒤덮인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 가운데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인사들이 기관장이 되면 다행이다. 그런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대부분 정치권 언저리에서 무위도식하던 인사들이 억대 연봉을 받는 자리를 꿰찬다. 물론 공공기관 직원들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무조건 꺼리지는 않는다. ‘아는 것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많다’고 하면 환영하기도 한다. 정치권과 맺은 인맥을 활용해 자신이 맡은 기관의 이익에 충실하게 ‘고공 플레이’를 잘 해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 꽂힌 전직 양대노총 위원장들이 그렇다.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정부안보다 59억원 늘어난 운영지원 예산을 챙겼다. 공단의 숙원사업인 강릉 연수원 계획도 예산안에 끼워 넣었다. 이석행 폴리텍대 이사장도 정부안보다 26억원 많은 운영지원 예산을 따냈다. 인력양성·장비확충 예산도 51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그동안 여야 지역구 의원들의 힘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택시기사 12만명이 모였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노조 집회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둬선 안 됩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택시 기사들은 환호하며 박수쳤다. 카풀에 반대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현장 분위기도 그랬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와 카풀, 더 나아가 공유경제는 정쟁으로 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쉽게 ‘표심’을 얻는다. 카풀을 반대하는 택시노조 집회, 12만명 앞에서 ‘카풀 반대’를 외친 결과는 환호와 박수였다. 카풀을 추진하는 입장인 더불어민주당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전현희 의원이 물병 세례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카풀처럼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는 이슈일수록 ‘가려운 곳’을 찾기 쉽다. 이를 정쟁화하면 합리적 토론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 대안이 정쟁의 안개 속에 파묻혀 버린다.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서민금융 개편 방안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내놓은 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민 생계자금과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미소금융 등 4대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를 인상하고 지원 대상을 저신용자에 집중하겠다는 게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한 마디로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를 받고 빌려주겠다"는 얘기다. 햇살론 금리를 지금의 연 8~10%에서 어느 정도까지 인상할지 아직 확정하진 않있지만 정책금융을 이용해온 서민 입장에선 불만이 생길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리 인상'이란 단어를 피하고 '정상화', '확대·조정'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런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서민금융을 이처럼 '대수술'한 이유는 있다. 금융위 스스로 "괴물로 변했다"고 할 정도로 서민금융에는 문제가 많았다. 2008년 미소금융으로 시작된 서민금융 정책은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소득기준을 낮춰주거나 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결코 여유롭게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이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한 변호사가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이미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면서다. 당시 삼성바이오 안팎을 비롯해 검찰에서는 삼성바이오 수사가 해를 넘겨 내년 초가 돼야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팽배했던 때였다. 서울중앙지검이 '사법농단 수사'에 전력을 쏟고있는 만큼 이 수사가 마무리돼야 삼성바이오 수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업계 일각에선 삼성바이오 수사가 이미 지난달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던 참이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 증권선물감독위원회로부터 고발이 있었던 즉시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다. 실제 검찰은 증선위 고발이 있자마자 금감원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시작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증선위
“벤처투자 생태계를 키운다고 군불만 떼다가 끝나는 게 아닌가 싶다.” 연말 한 행사 자리에서 만난 민간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 시그널(신호)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칫 지난 몇 년간 공들여 키워온 벤처생태계가 식어버릴까 하는 우려였다. 그의 걱정은 급감한 모태펀드(중소기업모태조합) 예산 때문이었다. 혁신벤처기업의 자금줄로 쓰일 내년 모태펀드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모태펀드 예산은 2400억원으로 확정, 전년보다 2100억원 줄어들었다. 모태펀드 예산은 혁신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는 ‘마중물’로 쓰인다. 민간 VC가 이 자금을 가지고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을 만들어서 여러 혁신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벤처기업이 경제운용방향의 한 축인 혁신성장 주체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때 예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7년 추가경정예산을 거쳐 8300억원까지 늘어났던 예산은 2년 연속 반토막 나면서 박근혜
"한해의 마무리는 항상 리베이트 소식으로 마무리 하네요. 재수가 없으면 우리 회사로 (압수수색) 나오는 거 아닐까요?" 최근 일부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검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제약사 영업사원이 한 말이다. 그의 말 속에는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 '잘못을 해서'라기 보다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뜻이 숨어 있다. 국내 제약업계가 복제약 위주의 영업방식을 벗어나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리베이트라는 과거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약사 리베이트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21일 오전 9시께 영등포구 대림동 소재 안국약품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연이어 동성제약의 압수수색 소식도 전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지난 17일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동성제약 본사와 지점 5곳에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동성제약은 2009년부터 201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열린다. 관련 경비로 7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무대와 음향, 남측 인건비 및 교통비 등 행사 비용으로 6억원, 예비비와 세금으로 1억원을 책정했다. 당일치기 착공식으로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들며 반박했다. 2015년 8월 우리측 인원만 참석한 경원선 복원 기공식 행사 경비도 6억원이었기 때문에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착공식 비용의 대부분은 우리측에서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구체적인 착공식 비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이동 경비 정도만 지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행사가 본질적인 의미의 ‘착공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착공식은 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공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
“007작전 같네요” 지난 19일 공개된 3기 신도시 입지를 살펴본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혀 예상못한 지역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발표 전날까지 광명 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 등이 유력 후보지역이란 보도가 잇따랐지만 결과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3기 신도시로 최종 낙점된 지역은 남양주 왕숙(1134만㎡) 하남 교산(649만㎡) 인천계양 테크노밸리(335만㎡) 과천 과천동(155만㎡) 등 4곳이다. 과천 이외엔 대부분 거론되지 않았던 위치다. 국토교통부는 공식발표에 앞서 보안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신도시 관련 회의 참석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정보누출 금지서약을 받았고, 회의 종료 후 관련 문건은 곧바로 회수됐다고 한다. 담당자만 비밀번호를 아는 ‘007가방’에 서류를 담아 장관에 직접보고했다는 후문도 있다. 15년 만에 추진하는 신도시라는 정책 무게감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행보다. 발표 당일도 이런 기조는 지속됐다. 오전 11시 공식발표를 예고한 국토부는 1시간 전인 오전
충격이었다. 카풀(승차공유)에 반대하던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였다. 1년간 이어진 카풀 갈등이 밥그릇 싸움 같아 답답하던 참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였구나’ 애도의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카풀 서비스 출시를 강행하던 카카오는 사건 이후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그럼에도 그 애도가 변화의 태풍에서 택시업계를 감싸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승차공유는 해외에서는 보편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선 시동도 못 걸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자율주행차 카풀까지 등장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카풀은 한번쯤 이용해 보고 싶은 서비스다. 택시보다 싼 요금 때문만이 아니다. 출퇴근이나 연말 심야 시간에 택시 잡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로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1~2미터 간격으로 줄을 잇고 ‘빈차’ 알림등을 켠 택시는 속도를 줄이는가 싶더니 이내 거부의 손짓을 하며 내달린다. 택시호출 앱을 이용해 ‘스마트’하게 웃돈을 더 주는 서비스를 눌러도 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