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클럽 운영진과 관련된다는 의혹은 어떻게 제기하시는 겁니까."
지난 13일 세간의 이목이 쏠린 '버닝썬' 수사 브리핑 자리에서 나온 경찰의 말이다. 마약 유통이 클럽 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경찰은 이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라고 정정했지만,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다.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버닝썬 관련 기사마다 '경찰도 한통속', '검찰이 수사하라' 같은 댓글이 넘친다. 신고자 김모씨(29)를 체포한 점을 꼬집어 클럽과 경찰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것이다.
경찰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하는지 철저한 수사를 천명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마약 유통책으로 의심받는 버닝썬 MD(머천다이저, 상품기획자) '애나'에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애나를 성추행 피해자로 조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약 혐의를 알지 못했다. 한창 애나를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는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나가 지난 16일 자진 출석한 것은 웃지 못할 촌극이다.
애나는 경찰이 마약류로 의심되는 '수상한 액체와 하얀 가루'를 압수했다고 발표하자 언론에 나와 정면으로 반박했다. 경찰이 고양이 안약과 세탁 세제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경찰은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큰 버닝썬 수사는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고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다. 지금까지의 실망스러운 모습이 더는 없어야 한다. 국민에게는 영화 '베테랑'에서 광란의 마약 파티를 제압한 황정민 같은 믿음직한 경찰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