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추진한 세운재정비촉진사업을 수백억 자산가인 을지면옥 등 노포를 보존하기 위해 두 번씩이나 백지화시킬 수는 없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세운3구역 토지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인이 2014년 결정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다시 뒤집으려 한다”며 “대통령이 서울시의 불법을 바로 잡아달라”고 촉구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세운3구역의 을지면옥이 재개발로 철거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이후 을지면옥과 양미옥 등 세운3지구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음식점을 보존하고 토지주, 상인,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협의기구를 만들어 연말까지 보완대책을 만들기로 했다.
얼핏 서울시가 갈등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우여곡절 끝에 봉합된 재개발 갈등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서울시가 노포 보존 근거로 제시한 '생활유산'은 정부 문화재 지정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더구나 세운 재개발 수정계획 발표 1년이 지난 2015년 새로 만든 개념이다. 특히 세운상가 일대에 을지면옥을 비롯해 12개 생활유산이 있는데 이를 모두 보존하려면 재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 주도 재개발과 '역차별'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시행사로 재개발을 추진 중인 세운4구역에도 1960년대 문을 연 노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당수가 주변 신축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도시계획전문가로 민주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진애 박사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때 조금이라도 갈등을 줄이고 특히 마지막에 뒤엎는 일이 없게 하는게 행정에서 중요한데 (이번 일은) 박 시장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 모든 재개발 사업의 세부 사항을 알 수 없고, 세운 재개발은 아직 철거 초기 단계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4년 수정된 개발 계획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행정 연속성과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지역은 재검토 발언을 철회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