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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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공개한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375만원이었다. 금감원이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을 따로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연봉만 공개했다. 금감원 정규 직원의 평균 연봉은 금융공공기관 중에서 5번째로 많은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분담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이 직원 연봉에 너무 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장기근속 직원이 많아 자연스럽게 연봉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금감원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6.7년으로 KDB산업은행 15.5년, 예금보험공사 11.2년에 비해 길다. 전체 직원 중 40대와 50대 비중이 절반이 훨씬 넘는 62.5%에 달하는 것도 사실이다. 희망하는 만큼 오랫동안 직장에 다닐 수 있다면 축복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이직하거나 희망퇴직하고 싶어도 나가기 어려워 인사적체가 심각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일반 금융회사처
예산 국회가 4조원의 세수결손을 두고 시끄럽다. 야당은 정부의 가계부가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야당의 말이 틀리진 않다. 정부는 이듬해 수입과 지출이 담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런데 지난 9월 예산안 제출 후 가계부에 변동이 생겼다. 정부는 최근 재정분권과 유류세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돈이 많아지면 중앙정부의 수입은 줄어든다. 유류세를 깎아주면 그만큼 세입은 감소한다. 그 돈이 모두 합쳐 4조원이다. 예상보다 수입이 4조원 줄어드니 대안을 내놓으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정부로선 대안이 마땅치 않다. 얽히고 설킨 예산안에서 특정 항목만으로 수입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정부의 설명대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야당이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기싸움은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12월 2일로 예정된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을 지키기 어렵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파행’이라는 단어가 한 해도 빠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유독 더디고 시끄럽다. 예년처럼 이 와
“언론 접촉 금지령 내려진 것 아시죠?” 8월 통일부에 갓 출입해 얼마 뒤 어렵사리 약속을 잡아 티타임을 가진 한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첫인사를 서둘러 끝내며 한 말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진전할 기미를 보이자 통일부 간부들에게 기자들을 만나지 말라는 ‘단속’을 했다고 한다. 북한이 협상국면에서 우리 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는 만약의 상황을 우려해 나온 주문인 걸로 알려졌다. 20여 년을 통일부에서 근무하며 북한과의 협상에 누구보다 빠삭한 그이기에 일견 수긍이 되는 조치다. 이후 남북관계는 근래 전례 없는 속도로 급진전했고 남북관계가 전 국민의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남북관계 주무부처 통일부 역시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높아진 국민적 관심, 늘어난 업무와 비교해 통일부의 소통 의지는 잃히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는 주어진 기회조차 놓치기도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코스닥시장에 투자를 권유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너무 불리하다." 한 증권사 PB는 최근 인트론바이오 기술수출과 관련, 한숨을 쏟아냈다. 한 달 전 돌았던 '지라시' 내용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고, 주가가 기술수출 공시 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지난 20일 인트론바이오는 미국 바이오 기업 로이반트사이언스와 슈퍼박테리아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SAL200’에 대해 최대 6억675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트론바이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0억원, 영업손실이 20억원이다. 투자자에게는 대형 호재가 터진 셈이다. 그러나 정작 주가는 해당 공시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공시 당일 6만4000원을 넘겼던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4만8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 5일 기술수출 공시 이후 상한가를 기록하고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약 한 달
“기본적인 투자방식부터 글로벌 기준과 다른데 국내 벤처기업에 쉽게 투자할 수 있을까요.” 최근 테헤란밸리에서 만난 벤처캐피탈(VC) A대표는 “해외투자자들이 투자계약서를 검토하다가도 제동이 걸리니까 1000억원 이상 대규모 후속투자가 성사되긴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외 투자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한 A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으로 다양한 투자방식을 꼽았다. 실리콘밸리 VC들은 ‘조건부지분투자’(SAFE) ‘컨버터블노트’(Convertible note·오픈형 전환사채)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한 투자방식을 고안했다. 글로벌 벤처투자의 지침으로 통용되는 이 투자방식들의 핵심은 대규모 후속투자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산우선권’이다. 예컨대 기업가치가 100억원인 기업에 투자자가 30억원을 투자했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50억원에 매각된 경우 청산우선권이 있으면 투자자는 30억원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사장)는 23일 이렇게 강조하고 이른바 '백혈병 11년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발표한 대로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조건없이 수용하는 것은 물론 2028년까지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과 여러 난치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해외(IBM, NSUK)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은 이슈다. 삼성옴부즈만위원회 역시 올 초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인과관계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이날 발표는 한국 산업계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과학적 입증이 안됐지만 '개연성'만으로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서 근무한 각종 질병 피해자 전원을 보상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노동환경 전반을 크게 개선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유해물질 사용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반도체·LCD 공장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산업현장에서 '원인
애플은 지난 10여년간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2008년 모바일 시대를 연 아이폰 시리즈는 연이어 흥행하며 애플에 막대한 수익을 안겼다. 애플은 지난 8월 역사상 첫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00조원)를 돌파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잇따라 제기된 위기설이 무색할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의 찬란한 영광 뒤엔 온갖 갑질이 가득하다. 애플답게 갑질 방식도 혁신적이다. 최근 불거진 시연용 아이폰 강매가 대표적인 갑질 사례다. 그동안 애플코리아는 시연용 아이폰을 반드시 구매하는 조건으로 이동통신사들에 물량을 공급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부분 제조사들이 시연폰을 무상 제공한 뒤 회수한다. 이와 달리 애플은 시연폰 강매와 1년간 판매 금지 조건을 걸었다. 애플의 요구를 거절하면 아이폰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중소 유통업체들에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유통업체들은 참다 못해 애플의 갑질
“자기가 포르노 본다는 얘기를 참 길게도 써놨다.” 지난 20일 게재된 ‘MT리포트’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많은 독자들이 불법이자 일상이 된 포르노의 현실을 고민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했지만, 기사 자체에 반발하는 댓글도 적잖았다. 심지어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A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들 사이에 놀이문화로 굳건히 정착한 포르노·불법촬영·불법유출영상물·야동·성폭력이 모두 한 몸”이라며 “합법화를 주장하시는 분들, 최소한의 눈치 보기도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포르노는 계속 얘기돼야 한다. 무조건 합법화를 하자는 게 아니다.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사회 정서상 여전히 합법화는 쉽지 않다. 문제는 쉬쉬하며 논의 자체를 피하는 사이 곳곳에서 독버섯만 자라나고 있다는 점이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구속)은 포르노와 디지털 성폭력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이를 통해 돈을 번다. 어느 나라에선 합법인 영상물, 혹은
"아파트보다 선호되는 주거양식은 아니죠. 아무래도 시세가 아파트보다는 낮고 상가 공실 리스크도 있으니까요." 서울 여의도 한 노후 아파트 단지의 주상복합 재건축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곳은 아파트로 재건축하고 싶어도 용도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아파트로 다시 짓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다. 현행 건축제도 상 상업지에서 주거시설을 지으려면 판매, 업무 등 비주거시설이 포함된 주상복합형식으로만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비주거시설 의무비중 축소 규정 등이 입법 예고되면서 상업지 단지들에선 비주거시설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주거시설 용적률 상한을 높여주는 규정도 신설됐으나 임대주택 건립 의무가 있어 실현될지 미지수다. 여의도 주거지역 주민들도 비주거시설 비율 등 주상복합 계획을 둘러싼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서울시가 빠르면 내년 상반기 발표될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비롯한 도시계획에 기존 주거지의 용도지역을 변경시켜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을 유도하
"우리는 맹장(盲腸)이 아닙니다" 22일 정부가 중소조선사 지원을 위해 내놓은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과 관련, A조선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섭섭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섞여있었다. 우선 섭섭함. 이번 정부 방안은 2016년 조선 한파가 전 세계를 덮친 지 만으로 3년 만에 나온 중소조선사 특화 대책이다. 그 사이 정부 관심은 오로지 대마(大馬)에만 쏠렸다. 대우조선에만 1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중소 조선사 10개 중 8개가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난립한 중소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소마필사(小馬必死)론도 나왔다. 하지만 중소조선사는 맹장이 아니었다. 중소조선업계의 몰락이 재앙이었던 통영의 사례에서 증명이 됐다. 한때 1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지역 6개 조선사가 무너지자 2015년 하반기 2.8% 수준이던 통영의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6.2%로 뛰어올랐다. 통영에 중소조선사는 심장이었다. 지역 일자리 생태계를 책임지고, 기술력에서도 경
"미꾸라지 무리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면서 더 강해진다."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설파를 위해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메기론(Catfish effect)'이다. 기업 혹은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시장에 적절한 활력을 줄 수 있는 자극과 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요즘 그런 메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파격 행보를 잇고 있어서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데이터 요금제 혁신을 주도하더니 케이블TV 사업자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며 유료방송 개편의 핵으로 부상했다. LG유플러스 파격 행보의 정점은 해외 사업자들과의 제휴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중국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IPTV(인터넷TV) 서비스에 단독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생태계에 예사롭지 않은 해외 파트너라는 점이다. 미국 등 정
“와 정말 찾기 힘드네요. 제가 미혼모였으면 답답해서 지원 안 받고 만다고 할 것 같아요. 창구 일원화도 안 돼 있고 상담 연결도 너무 어렵고…” 미혼모 등 한부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던 후배 기자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시작은 ‘베이비박스’였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사연은 수없이 다양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는 사정은 같았다. 이들은 왜 정부의 한부모 지원을 놔두고 베이비박스와 같은 민간단체를 찾아갔을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몰라서 못 받았다.” 한부모 지원 정책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관련 부처 홈페이지를 뒤져 꼭꼭 숨겨진 정보를 찾았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위소득 60% 이하’가 대상이라는데, 그게 월 소득 얼마까지인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런 요건도 지원 내용마다 제각각이었다. 후배에게 손을 빌려달라고 SOS를 친 이유다. 후배는 한부모 상담 전화를 통해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