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하루하루가 껄끄럽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바라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심호흡 한 번 하기도 어렵다. 초미세먼지와 함께 생활하는 2019년 겨울의 얘기다. 연일 최악을 경신 중이다.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가동됐다.
말이 '비상'이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대책은 거의 없다. 수도권 행정·공공기관 차량 2부제, 서울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화력발전소 출력 제한(80%) 뿐이다.
다른 방편이 없는 건 아니다. 법안은 이미 준비돼 있다. 지난해 8월 미세먼지특별법(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미세먼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며 시끌시끌했던 국회 덕이다. 민간 차량 운행 제한과 비상저감조치 전국 확대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시행시기를 6개월 후로 정한 탓이다.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끝나는게 아니다. 공포 후 시행까지 대부분 기간을 둔다. 행정적 절차를 고려해 일반적으로 1년 정도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삶에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1년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미세먼지특별법의 본격 시행은 다음달 15일 부터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미세먼지가 올 때마다 마스크 속에서 숨쉬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안 통과'만 자랑하고 있다. 법안이 언제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선 고민을 하지 않았다.
국회의 관성 탓이다. 그저 "원래 그정도 하니까"라며 시행시기를 6개월 후로 정했다. 심지어 최초에 발의된 법안에서는 시행시기를 '1년 후'로 정했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하던 대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검토하는 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시행 시기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안병옥 당시 환경부 차관이 먼저 나서 "적용이 시급하다"며 6개월 단축을 제안했을 뿐이다.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즉시 시행'되는 법안도 있지만, 이런 의견을 제시한 이들은 없었다.
늘 민생을 외치지만 결정적인 순간 섬세함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모습이다. 아직도 국회가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이 한가득이다. 국민들은 관성이 아닌 시의성과 현실성을 바탕으로 법을 다루는 국회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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