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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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혹은 무엇에 대한 평가는 공보다 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렸던 고 김종필 총리가 이런 말을 남겼다. "열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물어뜯긴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세상 이치지만 당하는 입장일 땐 이만큼 억울한 게 또 없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 있다. 해외에선 매해 존경받는 기업 순위권에 들지만 국내에서의 이미지는 과(過)가 먼저다. 무노조, 경영권 승계 논란, 선단식 경영이 여전한 주홍글씨다. 이런 과오가 가볍지 않다는 것은 삼성도 안다. 일등기업에 대한 사회의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납득할 만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이 무시되는 것 역시 곤란하다. 과오 이상의 단죄를 당연시하는 것도 애석한 일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선(善)이라 믿었던 스티브 잡스식 기업관을 따르면 삼성은 애플 못지 않은 혹은 애플 이상 가는 착한 기업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0
수백여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라오스댐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올 초부터 동남아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고를 올리며 급부상한 SK건설이 시공한 현장이기에 위기대응을 눈여겨봤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건설사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수습 과정에서 SK건설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선 사고 원인을 초기부터 '붕괴'가 아닌 '유실·범람'으로 한정지어 발표한 점이 문제다. SK건설과 함께 공사를 수주한 서부발전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에 '댐 붕괴'를 언급한 점과 대조적으로, SK건설이 사고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부발전이 사고 사흘 전 이미 댐 중앙부에 침하가 발견돼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고 설명한 점도 석연치 않다. 국내 하청업체가 한 곳 뿐이었고 그마저도 국내로 철수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비용절감을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데 투자는 계속 하라네요. 정말 제대로 진퇴양난(進退兩難)입니다." 최근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올 2분기 실적을 보며 한 업계 관계자가 던진 푸념이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분기 20% 넘게 급감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전년동기 대비 다소 개선된 성적을 받았지만 주력인 무선사업의 수익은 급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무선 부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KT의 성적 또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통사 숨통을 트이게 해 줄 반등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는 아직 제대로 삽도 뜨지 않았다. 향후 3년 간 들어갈 투자 금액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외치며 이통사에게 이에 맞는 투자 계획 등을 요구
5000억원 규모의 토종사모펀드 플랫폼파트너스(이하 플랫폼)가 세계적인 맥쿼리자산운용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쯤 되는데 배경은 이렇다. 맥쿼리자산운용은 한국증시에 상장된 맥쿼리 인프라 펀드(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상장 인프라 펀드로 주주는 국내 기관 48%, 국내 개인 30%, 외국인 22% 등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이 펀드와 관련해 주가 및 배당이 늘어나면 성과보수를 받는다. 여기에 펀드 운영보수가 더해진다. 이 펀드가 상장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자산운용이 받아간 보수는 총 53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3.17%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등 주주들은 맥쿼리에 지급되는 보수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5일 “과도한 운용보수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공개서한을 보내 운용보수를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고 양측은 결국 8월 전후로 주총을 열
"아이고 안 그래도 더워서 힘든데 파리만 날리니 아주 죽겠습니다. 근처 홈플러스도 휴무라고 하는데 다들 어디서 장 보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지난 주말(22일) 찾은 망원시장은 연이은 폭염에 파리만 날렸다. 이날 시장에는 더위를 달래려 연신 부채질만 하는 상인들만 보였다. 이날은 근처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합정역점이 정기 휴무일이었다. 그럼에도 불볕더위 탓인지 쇼핑객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고 기온 35를 넘는 폭염에 달궈진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더해 체감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겼다.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가판에 늘어놓은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반면 대형마트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마트 왕십리점은 예상보다 많은 손님 탓에 카트가 동이 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마트 성수점은 7층 옥상 주차장까지 만차가 돼 할 수 없이 핸들을 돌리는 차량이 적지않았다. 그렇다고 돌아간 쇼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은 것도 불문가지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영결식이 진행된 27일 국회. 35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도 3000여명의 추모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엄숙한 분위기 속 추모객들의 흐느낌과 매미의 울음 소리만 들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100여명의 국회의원들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의 조사를 듣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 의원들은 “한국 정치의 큰 자산을 잃었다”며 “우리 정치사에 남긴 발자취와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5일간 진행된 국회장 기간에 정치자금법 얘길 가장 많이 꺼냈다. “노회찬도 피해갈 수 없었다”며 법 개정 얘기도 했다. 이를 접한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노 원내대표를 향한 추모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아서다. 제도를 운영하는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여론이었다. 정치자금법 개정 관련 기사엔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를 바꾼들 나아지겠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의원들은
“휴가 뒤 더 큰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최근 진행한 전면파업 이후 내놓은 입장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맏형인 현대중공업 노사는 20여 차례 교섭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도 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하투(夏鬪) 가능성이 잠복한 상황이다. 올해 조선업계 하투의 쟁점은 ‘임금인상’이다. 노조는 그동안 억제된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7만3737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 등을 요구한다. 애초 요구안은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이었다. 노조는 특히 하도급 업체 근로자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휴가·휴일, 학자금과 성과급 지급도 주장한다. 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기본급 4.11% 인상을 요구한다. 사측은 "일감 부족에도 임금을 더 달라는 노조"라며 맞서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2분기 실적발표를 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나
“검찰 압수수색이요? 그런 적 절대 없습니다” 이달 17일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 관련 정보를 허위·과장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구속된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이 지난달 11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압수수색을 한지 사흘이 지난 날이었지만, 단호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경영진도 모두 압수수색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다음 날 압수수색 보도가 나가고 나서야 이를 인정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이 회사 주가는 2만8000원에서 1만9600원으로 하한가를 맞았다. 하지만 라 회장은 당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음모를 꾸며 저지른 일은 결국 실패한다”며 “가짜가 진짜를 밝힐 수 없고 우리는 정직하고 투명하게 산다”고 강조했다. 네이처셀은 “압수수색 사실을 처음 보도한 기자의 정보취득 경위와 공매도 세력과의 관련성 등을 수사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검찰이 조인트스템 정보를 허위·과장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힌 뒤에
최근 모 증권사 여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미투(성폭력 사건 폭로·피해자 지지) 운동에 나서지 못한 이의 작은 외침이었다. 증권업계 성폭력 방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친다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연초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증권업계도 각 사별로 성희롱 및 성범죄 사전 예방 조치에 힘썼다. 한차례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은 모 증권사는 직급에 따라 차별적으로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올해는 이를 한층 강화해 연간 단위로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이 성희롱 관련 온·오프라인 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인사 시스템상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탓에 성희롱을 당했다는 고발은 여전하다. 본인을 모 증권사 계약직 여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아직도 회식자리에서 고충이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자정이 얼마남지 않은 늦은 시간 상사가 일대일 술자리를 요구한다거나 회식자리에서 무릎과 허벅지 등을 터치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쯤 계약 만료를
올 4월 삼성전자서비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노조) 간 직접고용 전환 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합의 후 석달이 지났지만 고용 전환 시기는 아직 가시화 전이다. 고용 범위, 처우 등 첨예한 쟁점이 있지만 협상이 더딘 데에는 상호 이해 부족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일례로 교섭 진행상황을 노조원에 공개하는 것이 노조활동에서 일반적임에도 사측은 합의 전 상황이 공개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노조에 이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노조와 별개로 협력사와도 계약해지에 대한 협상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협상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면이 있다. 협상이 더뎌지는 상황에서 외부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가령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첫 단추인 고용안정에 집중하면 임금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 노측 불만이 나올 수 있다. 회사는 대규모 고용전환이 부담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노조 측에도 솔직히
여권 내에서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지던 은산분리 장벽이 낮아져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10%(의결권 지분은 4%)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로 증자에 난항을 겪으면서 3차례나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며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은행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선에서만 대출 영업이 가능한데 자본이 제 때 충당되지 않으니 대출을 해줄 수가 없어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보유 지분이 너무 낮아 지난 1년간 인터넷전문은행이 보여준 혁신적인 성과가 한 차례 실험으로 끝날 우려가 높다는게 현장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터
“절박한 민생의 어려움을 느끼고 강남·북 격차를 고민하는 시간을 갖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오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입주 소감으로 한 말이다. 박 시장은 에어컨 없는 9평(30.24㎡) 규모의 공간에 ‘현장 시장실’을 마련하고 다음달 18일까지 이곳에서 출퇴근하며 지낼 예정이다. 관사를 두고 낡은 주택가에서 고행을 자처한 박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현장 중심 정책을 기대하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박 시장의 ‘두 집 생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11월 은평구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에 입주해 9일간 ‘현장 시장실’을 운영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내부구조 변경, 계약조건 개선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이듬해 1월 615가구 미분양 사태는 일단락됐다. 박 시장은 “현장에서 생활하면서 그 지역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시 은평구 주민들의 교통난 해결을 위한 숙원사업이었던 ‘은평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