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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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 산업혁명시대을 맞아 국제 표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기술의 표준을 선점해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은 자국 기준의 표준을 전세계에 적용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오는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총회는 한국이 전자·전기분야 국제표준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85개 회원국 3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석해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주요 전자·전기 시장의 기술 현안을 공유하고 향후 표준화 방향을 결정한다. 한국서 14년만에 열리는 총회를 준비하는 국가기술표준원, 한국표준협회 등은 부산 총회에서 ICT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국제표준을 선점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업체들과 치열하게 싸움을 벌여야 할 국내 업체들의 관심은 거의 없다. 총회 운영자금은 주로 개최국 기업들의 후원으로 충당되는데 6일까지
국회가 짦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았다. 여러 이슈가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여야의 8월 임시국회 처리 법안 협상이다. 법안을 통해 지켜야 할 사람들과 만들어야 할 규칙과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야는 민생경제법안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각자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나 협상 초기부터 이견이 적잖다. 특히 여당이 최우선 처리 법안 중 하나로 정한 '규제혁신 5법'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국회 때부터 제안해 온 '규제프리존법'은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쟁점법안이다. 자칫 협상 전체를 뒤흔들까 우려된다. 정치권은 보통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안'이나 '협상용으로 양보할 수 있는 법안' 등으로 전략을 짜 '주고받기식' 협상을 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전개가 예상된다. 그러나 여야가 이처럼 '협상의 기술'을 시전하는 사이 기존 법안들의 유통기한은 빠르게 앞당겨진다. 민생경제법안TF의 협상 테이
"지유(GU) 잘 될 것 같아요?" 요즘 패션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지유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으나 론칭 전부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인 건 분명하다. 유니클로 동생 브랜드격인 일본의 지유는 다음달 한국에 상륙한다. 지난 몇 년간 수차례 한국 진출설이 돌았던 만큼 기대감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국내 패션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유의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990엔(한화 약 9900원) 청바지로 일본 열도를 사로잡았던 지유는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1~2만원대 제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높은 경쟁력으로 평가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엔 그저 싸구려에 불과했다. 패션업체들은 짠듯이 고급화를 지향했다. 너도나도 '명품'이란 말을 갖다썼고 '럭셔리',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고 넘쳤다. 패션업계의 높은 콧대는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꺾였다. '싼 게 비지떡'인줄 알았는데 웬걸
"클라이언트 요구는 밤낮이 없어요. 회사의 정시퇴근은 구호에 불과합니다." IT(정보통신)기업에서 고객사 대응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한 달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그에 따르면 사내 공식적인 퇴근시간은 오후 5~6시다.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칼퇴'(정시퇴근)를 종용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고객사 담당자는 퇴근 이후에도 수시로 전화와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답변이나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추후 상급자를 통해 불만이 접수되고 심지어 계약해지로 이어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집으로의 퇴근을 '2차 출근'이라고 했다. 상급자 외에도 고객사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이원화된 지시체계는 평일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초과근무를 야기하지만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수당을 지급해야 할 회사가 근로자의 근로상황을 직접 파악하기 어려
“구글이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이제 AI(인공지능)하면 개발자들이 텐서플로를 떠올린다는 겁니다. 마치 모바일 시대 안드로이드처럼요.” 국내 한 개발자가 AI 분야 기술종속 현상을 설명하며 언급한 말이다. 텐서플로는 2015년 11월 구글이 공개한 딥러닝과 머신러닝용 SW(소프트웨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프로그램이다. 이 SW는 현재 머신러닝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개발도구로 자리잡았다. 구글의 전형적인 시장 전략이다. 모바일 구글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핵심 기반도 이같은 개방형 생태계 전략이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오픈 소스 기반 ‘안드로이드’를 무료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이를 활용토록 하면서 모바일 생태계를 키웠다. 이를 기반으로 구글은 전 세계에서 광고, 게임 플랫폼 등 각종 사업을 펼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텐서플로’도 마찬가지다. 당시만 해도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을 무료
“물적 조사를 거부한다 → 심각한 갈등이 지속되다가 외부 기관에 의해 자료가 강제로 공개된다 → 관련자 다수가 징계를 받고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상실된다.” 지난해 4월 2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보고서에 담긴 시나리오들 가운데 최악의 경우다.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을 담은 400여건의 문건이 공개되고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의 모습을 그들 스스로 예견했던 걸까. 이 보고서가 작성된 시점은 대법원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행정처 PC 등에 대한 물적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직후였다. 당시 행정처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혐의 PC에 대한 자료 복원 및 추가 물적조사 실시 → 문제가 될 자료의 미발견 → 진정국면’의 수순을 꼽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문제가 될 자료가 나왔고,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행정처는 물적조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누군가 혹은 무엇에 대한 평가는 공보다 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렸던 고 김종필 총리가 이런 말을 남겼다. "열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물어뜯긴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세상 이치지만 당하는 입장일 땐 이만큼 억울한 게 또 없다. 삼성의 고민도 여기 있다. 해외에선 매해 존경받는 기업 순위권에 들지만 국내에서의 이미지는 과(過)가 먼저다. 무노조, 경영권 승계 논란, 선단식 경영이 여전한 주홍글씨다. 이런 과오가 가볍지 않다는 것은 삼성도 안다. 일등기업에 대한 사회의 잣대가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납득할 만한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이 무시되는 것 역시 곤란하다. 과오 이상의 단죄를 당연시하는 것도 애석한 일이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선(善)이라 믿었던 스티브 잡스식 기업관을 따르면 삼성은 애플 못지 않은 혹은 애플 이상 가는 착한 기업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0
수백여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라오스댐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에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올 초부터 동남아 시장에서 연이어 수주고를 올리며 급부상한 SK건설이 시공한 현장이기에 위기대응을 눈여겨봤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건설사의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수습 과정에서 SK건설의 대응은 아쉬운 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선 사고 원인을 초기부터 '붕괴'가 아닌 '유실·범람'으로 한정지어 발표한 점이 문제다. SK건설과 함께 공사를 수주한 서부발전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에 '댐 붕괴'를 언급한 점과 대조적으로, SK건설이 사고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부발전이 사고 사흘 전 이미 댐 중앙부에 침하가 발견돼 복구 장비를 수배했다고 설명한 점도 석연치 않다. 국내 하청업체가 한 곳 뿐이었고 그마저도 국내로 철수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비용절감을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데 투자는 계속 하라네요. 정말 제대로 진퇴양난(進退兩難)입니다." 최근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올 2분기 실적을 보며 한 업계 관계자가 던진 푸념이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분기 20% 넘게 급감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전년동기 대비 다소 개선된 성적을 받았지만 주력인 무선사업의 수익은 급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무선 부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했다. 이번 주 발표되는 KT의 성적 또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통사 숨통을 트이게 해 줄 반등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내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진행 중인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는 아직 제대로 삽도 뜨지 않았다. 향후 3년 간 들어갈 투자 금액만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외치며 이통사에게 이에 맞는 투자 계획 등을 요구
5000억원 규모의 토종사모펀드 플랫폼파트너스(이하 플랫폼)가 세계적인 맥쿼리자산운용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쯤 되는데 배경은 이렇다. 맥쿼리자산운용은 한국증시에 상장된 맥쿼리 인프라 펀드(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상장 인프라 펀드로 주주는 국내 기관 48%, 국내 개인 30%, 외국인 22% 등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이 펀드와 관련해 주가 및 배당이 늘어나면 성과보수를 받는다. 여기에 펀드 운영보수가 더해진다. 이 펀드가 상장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자산운용이 받아간 보수는 총 53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3.17%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등 주주들은 맥쿼리에 지급되는 보수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5일 “과도한 운용보수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공개서한을 보내 운용보수를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중재는 이뤄지지 않았고 양측은 결국 8월 전후로 주총을 열
"아이고 안 그래도 더워서 힘든데 파리만 날리니 아주 죽겠습니다. 근처 홈플러스도 휴무라고 하는데 다들 어디서 장 보는지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지난 주말(22일) 찾은 망원시장은 연이은 폭염에 파리만 날렸다. 이날 시장에는 더위를 달래려 연신 부채질만 하는 상인들만 보였다. 이날은 근처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합정역점이 정기 휴무일이었다. 그럼에도 불볕더위 탓인지 쇼핑객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고 기온 35를 넘는 폭염에 달궈진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까지 더해 체감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겼다.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가판에 늘어놓은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반면 대형마트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마트 왕십리점은 예상보다 많은 손님 탓에 카트가 동이 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마트 성수점은 7층 옥상 주차장까지 만차가 돼 할 수 없이 핸들을 돌리는 차량이 적지않았다. 그렇다고 돌아간 쇼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은 것도 불문가지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영결식이 진행된 27일 국회. 35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도 3000여명의 추모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엄숙한 분위기 속 추모객들의 흐느낌과 매미의 울음 소리만 들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100여명의 국회의원들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의 조사를 듣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동료 의원들은 “한국 정치의 큰 자산을 잃었다”며 “우리 정치사에 남긴 발자취와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의원들은 5일간 진행된 국회장 기간에 정치자금법 얘길 가장 많이 꺼냈다. “노회찬도 피해갈 수 없었다”며 법 개정 얘기도 했다. 이를 접한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노 원내대표를 향한 추모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국회의원을 신뢰하지 않아서다. 제도를 운영하는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여론이었다. 정치자금법 개정 관련 기사엔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를 바꾼들 나아지겠냐”는 등의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의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