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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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권 파괴하는 상암 DMC 롯데복합쇼핑몰(이하 상암 롯데몰) 강행 즉각 중단하라'. 최근 상암 롯데몰 부지 인근 마포농수산물시장에는 이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도배 됐다. 큼지막하게 쓰인 문구 아래는 '마포농수산시장, 상인회, 번영회, 다농마트, 일동'이라고 적혀있다. 모두 부지 인근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암 롯데몰 입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이들 단체가 갑자기 반대로 돌아선 건 지난달 지도부가 바뀐 직후다. 상암 롯데몰의 지역상권 침해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롯데는 서울시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상암 롯데몰 계획을 공개했다. 공개한 계획에는 롯데마트도 포함됐다. 그러나 마포수산물시장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지역 상점들은 이에 반대했고, 롯데는 대형마트를 빼는 조건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번에 해묵은 갈등이 되살아난 셈이다. 상암 롯데몰 입점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은 이런 갈등에 지쳐 불매 운동까지 나섰다. 지역 주민의 편의를 고려하지
“난 솔직히 결혼 왜 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아이는 언젠가 낳고 싶어.” 결혼 생각이 없다는 한 친구가 말했다. 그 친구는 곧 “출산을 포기하고 결혼 안 할 생각”이라고 말을 끝냈다. 비슷한 또래들과 모임에서 이 얘기를 꺼내니 공감하는 친구들이 적잖았다. 이른바 ‘비혼주의자’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비혼’ 등을 언급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이들을 떠올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혼인하지 않은 여성의 출산까지도 배려하는 것을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발언을 보도한 후 한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을 더해왔다. 그는 “저출산은 양적인 지원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문화나 인식 차원에서도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혼인해도 아이를 하나 이상 잘 낳지 않고 비혼인 경우에는 혼인하지 않아 받는 차별이 너무 크니 견디기 어렵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결혼 안 한 여성의 출산이 금기시되는
지난 5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사내벤처 운영기업 간담회’ 보도자료를 갑작스레 취소했다. 보도계획과 다른 상황이 발생해 취소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그렇지 않고 보도 취소를 요청한 경우는 드물다. 기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중기부는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서도 “행사는 예정대로 열린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중기부가 이달부터 신청접수하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광고를 게재하면서다.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는 지난 3월 정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청년일자리 대책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홍보 첫날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견제를 받았다. 중기부에 따르면 선관위가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뒤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정책홍보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게 요지였다. 청년일자리 대책 다수가 여당을 비롯해 몇몇 정당후보
국내 웹툰 업계의 공적 ‘밤토끼’ 운영진이 드디어 경찰에 잡혔다. 밤토끼는 국내 웹툰 9만여편을 무단 게시한 불법 유통 사이트다. 경찰에 따르면 밤토끼 운영진은 지난 20개월 동안 도박 사이트 광고료로 9억5000여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웹툰을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고, 해외 서버와 도메인을 이용할 정도로 치밀했다. 하지만 경찰에 덜미가 잡히며 밤토끼 사이트는 문을 닫고 말았다. 업계에선 불법 복제물과의 전쟁은 그걸로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밤토끼처럼 웹툰을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가 70여개에 달한다. 웹툰 통계업체 웹툰가이드는 지난 4월 불법 복제 피해 규모를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대부분 의 불법 유통 서버가 해외에 있다보니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도 도메인을 바꾸면 그만이다. 운영진을 검거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이들은 주로 도박, 음란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 광고로 수익을 올린다. 불법 복제 근절을 위해선 적극적인 불법 사례 적발과 무거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는데 밑에서 휴대전화가 불쑥 나왔어요.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질렀더니 옆칸에서 사람이 급히 나가더라고요." 지난달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의 하소연이다. 7년 전 경주역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당할뻔한 그녀는 아직도 공공화장실에 못 들어간다. 혜화역에 모인 여성 1만여명은 두려워하느라 자유롭게 분노할 수도 없었다. 집회 현장을 지나가는 버스, 인근 건물 옥상 등 사방에서 계속되는 촬영에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준비해 온 집회 구호나 노래보다 "찍지마!"라는 외침이 더 많이 나왔다. 여성 집회 참가자에게 인터넷상에서 염산 테러를 예고한 남성이 진짜 나타날 까봐 우려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집회 현장 밖에서는 마스크를 벗는다"며 "집회 참가자로 보이면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는 현실이었다. 최근 혜화역과 청계천에서 두 차례 이어진 여성들의 규탄
“사전에 위험도 조사(대상)에 전혀 없었나.”(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저희 관리대상이 아니다. 위험을 인지했으면 조사를 했을 텐데 파악이 안 됐다.”(용산구청 관계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의 노후건물 붕괴현장을 찾은 박원순 후보와 용산구청 관계자의 대화다. 무너진 건물이 ‘관리 사각지대’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66년 건축된 이 건물은 용산 재개발5구역에 있었다. 이 지역은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구청의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도 수리나 철거 등 조치 없이 12년째 방치됐다. 지난달 초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자 주민들은 구청에 민원도 넣었지만 관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준공된 지 50년 넘은 건물이 지금껏 한 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고 관리대상조차 아니었다는 사실은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안전점검을 의무화한 ‘특정관리대상’ 시설물 규모는 판매시설의 경우 연면적 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가 60억원 규모의 공매도 결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시장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애초에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냈다가 이를 메꾸지 못했다는 의심이 불거지고 있다. 현행 법상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팔고 결제 시점에 주식을 빌리거나 재매수해 갚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는 금지된다.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대다수 국가에서 같은 이유로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올 들어 대형 무차입공매도 의혹 사건이 두 차례 일어났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건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무차입공매도를 증권사가 몰래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심을 일으켰다면, 골드만삭스 사례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의심에 확신을 심어주는 모양새다. 이날 청와대에 공
“국회 상임위가 공전하는 걸 보면 보편요금제가 제출되더라도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아니죠. 오히려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졸속으로 통과될까 봐 더 걱정입니다.” 보편요금제 도입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려스럽게 대답했다. 방송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장기 공전 중이다. 정치적 공방으로 파행이 반복되며 최근 6개월 사이에 전체회의 6번, 소위 회의 3번을 여는 데 그쳤다. 가뜩이나 지방선거까지 겹쳐 사실상 ‘휴업’ 상태다. 특히 주요 법안을 논의해야 할 법안소위는 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몇개월간 지리한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당장 논의를 서둘러야 할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이들의 안중에는 없는 듯 하다. 대표적인 예가 유료방송 합산규제다. 오는 27일 일몰을 앞두고 있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가입자 유치경쟁이 치열한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계열 그룹 합산
10여년전 미국 정부가 그랬듯 이젠 중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업체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자국의 IT 기업들이 D램 가격 상승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가격인하 압박을 하던 차였다. 이번엔 노골적으로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산하 반독점국을 동원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대 D램 업체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기업에 조사 인력을 파견한 것은 반독점국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선 D램 가격 상승이 경제의 기본 법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것이라는 걸 다 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 기기향 뿐 아니라 최근 데이터센터향 D램 수요가 급증해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두배 가량 올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10여 년 전 아픈 기억(?)으로 담합이 있을 수도,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는 반항 한번 못하고 숨죽이고 중국 동향을 지켜보는 중이다. 무엇보다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식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이 다음에 어떤 강수를 꺼
지난달 10일 저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 가장 목 좋은 자리에 반가운 제품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 계열인 매기(Maggi), 현지 최대 라면기업 마미(MAMEE) 제품도 많이 보였지만 진열 수량에서 불닭볶음면에 미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불닭볶음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다. 한국에서 삼양식품 상황은 어떨까. 회사의 주된 관심사는 매출이 아니다. '오너 리스크' 관리다. 전인장 회장·김정수 사장 부부는 지난 10년간 페이퍼컴퍼니와 직원들을 동원해 회사 자금 5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져 재판 중이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30억원가량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최고 경영진이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나비효과가 불닭볶음면에까지 미치지 말란 법이 없다. 회사 내부 위기감은 꽤 크다. 삼양식품 직원은 "열심히 일해 불닭볶음면을 히트시
"앞으로 재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공정하게 재판을 한들 국민들이 믿어주겠나. 그동안 어떤 비난에도 재판 하나만큼은 어떤 개입없이 공정하게 해왔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는데…."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재경 지법 한 판사의 말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나서서 정책이 비판적인 판사들의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정권과 재판을 두고 흥정을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각종 재판 거래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담긴 조사보고서를 공개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해 9월 임기를 마치고 서초동을 떠났던 양 전 대법원장이 카메라 앞에 서 "재판을 흥정거리 삼아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고 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대법원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을지도 모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묵묵
"혹시, 방탄소년단 좋아하세요?" 10대 소녀 입에서 나온 질문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조심스레 '아밍아웃'(아미(ARMY)+커밍아웃,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임을 드러내는 것)한 30~40대들이 유독 많아졌다. '요즘 인기 최고 아이돌그룹 아니냐' 정도로 아는 체 했다가 같은 세대로부터 '옛날 사람' 취급당했다. 유튜브 영상과 노래를 찾아 보고 들어보니 그제서야 단순히 인기 아이돌로 설명할 수 없는 소년들이란 걸 알았다.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노래한다지만 가사를 곱씹어 보면 사랑, 성공, 좌절, 희망 등 인류 보편적인 공감대에 관해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그들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피땀눈물 섞인 노력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더해지니 윗 세대는 물론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권의 팬들까지 매료된 것. 예사롭지 않은 7명의 소년들이 결국 일을 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1위, 그룹 최초로 빌보드 핫100 10위라는 기록으로 새 역사를 썼다. 국내외 미디어가 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