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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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인들은 재산을 날릴 수도 있죠. 서울시의 지원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직권해제된 옛 재개발 구역 조합원들의 부동산을 가압류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에서만 35개 사업장이 같은 시점에 무더기로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해당 구역 주민들은 졸지에 빚더미에 올랐다. 서울시도 난개발을 막으려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다. 당장 건설사들이 대여금 반환소송과 함께 연대보증인들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재산이 가압류된 옛 조합원은 부동산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졌다. 채무자인 가족의 사망으로 대신 빚을 갚아야 하는 주민도 있다. 서울시는 직권해제 구역에선 해제 사유에 따라 '인정된 사업비용의 70~100%'를 보전해준다. 해당 절차를 거쳐 집행될 서울시 지원금은 건설사에 대한 조합의 채무정리에 기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인정된' 사업비용이 얼마나 될진 미지수다. 일부 해제 구역에선 사업비의 반이라도 보전받으면 다행이란 얘기가 들
"조용하던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마치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이참에 진정한 환골탈태의 기회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재계 관계자) 경총은 올 들어 상반기 내내 회장과 상근부회장 선임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다. 결국 지난 12일 손경식 회장과 김용근 상근부회장 체제의 '뉴 경총'이 출범하게 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사실 그간 경총은 5대 경제단체 중에서도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는 축에 속했다. '노사 이슈'에 특화된 경제단체이다 보니 주로 경영계 입장을 대변해 노조와 대응하는 업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카운터파트도 주로 전체 노동자의 10%도 채 안되는 대기업 노조(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위주였다. 일반 대중들과 다소 거리가 느껴진 이유다. 하지만 노동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시대 정신도 많이 달라졌다. 노동 이슈는 우리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급격한 인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최저임금이나
축구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3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대회는 극적인 명승부, 새로운 스타 탄생 등 수많은 스토리를 쏟아냈다. 반면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하 VAR)은 대회 내내 논란이었다. VAR은 골, 페널티킥, 퇴장, 선수 오인 등 상황에서 녹화 영상 확인을 거쳐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명백한 반칙을 잡아내지 못했고 일부 국가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내놓은 첫 자율규제 심사결과도 VAR처럼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주로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 사이트들이다. 자발적인 산업규제를 통해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 취지는 공감할만하다. 그러나 그 자체가 외부 감시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명분이 되어선 안된다. 블록체인협회는 회원사 12곳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거래사이트가 자율규제 기준
"카드수수료나 임대료가 10%씩 변동되는 걸 봤나.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려놓으면 자영업자는 생존할 수 없다." "최저임금이 올라봐야 1인당 월 15만원 정도 오른다.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으로 돌리지 마라. 근로자도 먹고살아야 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10.9%(8350원) 인상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소상공인들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불복종(모라토리엄)' 선언을 예고했다. 노동계도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경영계가 다른 비용엔 소극적이면서 마치 최저임금이 모든 비용부담의 원인으로 치부한다고 비난한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500만명에(영향률 25%) 달하고 700만개 소상공인 업체 중 최저임금을 줄 여력이 없는 업체가 175만개(미만율 25%) 수준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한쪽의 주장이 엄살이라고 보기 어렵다. 경영계 최약자인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노동계의 최약자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모두 절박한 목소리다. 정부는 부랴부랴 수습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
노배우들의 배낭여행을 그린 ‘꽃보다 할배 리턴즈’(꽃할배)를 시청하다 놀랐다. 출연진 중 배우 이순재씨가 우리 나이로 무려 84세다. 초고령에도 그는 ‘다작’ 배우다. 상반기에만 영화 1편, 방송 3편, 연극 2편을 소화했다. 영화·연극·드라마에서 노인 역할을 맡을 배우가 필요하다. 배우들이 초고령에도 일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배우가 80대에 일할 기회를 얻진 못한다. 역량과 경륜은 물론 ‘열일’(열심히 일한다)하는 자세가 필수다. 이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최선을 다한다. 꽃할배에서도 부지런한 성격으로 가장 먼저 준비를 마치는 이씨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은행권 노동조합은 현재 정년인 만 60세, 임금피크에 진입하는 만 55세를 3년씩 늦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 대상자 중 다수는 연봉을 깎아 정년까지 일하는 대신 남은 보수에 위로금을 얹어 받고 희망퇴직하는 게 현실이다. 정년·임금피크 진입이 미뤄지면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사측이 정년연장을
'발암물질 함유 고혈압약'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00만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문의로 일선 병원과 약국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고혈압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와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의료진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형병원들은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약(발사르탄 함유제제)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고 알리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의약품을 관리하는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다른 약에서도 발암의심 물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가 된 중국산 발사르탄(제지앙화하이사 제조)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 NDMA는 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특정 화합물이 만나면 만들어 진다. 이는 해당 제조업체 이외에 다른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의약품에서도 NDMA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모든 요구사항을 쓸어담는 국정운영은 불가하다. 실패로 가는 첩경이다.” 지난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는 “시민단체의 조급성과 경직성 탓에 개혁이 실패할까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오랜 기간 시민단체에 몸 담으며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렸던 김 위원장의 전력을 감안하면 의외로 강도 높은 비판이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시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았던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대선 실패 원인을 분석하며 “문재인 후보 캠프의 정책팀은 시민단체의 요구들을 모두 쓸어 담아 열거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시민단체는 특성상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협소한 영역’의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면서 “전체를 바라보면서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능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순간 잘못된 과거의 관습에 빠져
"강대국 싸움이라 국가도 별 수가 없는데 업계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나요. 그저 비바람 그칠 때까지 인내하며 당분간 굶는 수밖에 없죠." 철강업계 행사에서 만난 경영자는 맥이 풀린 모습이었다. '미중 통상전쟁'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답했다. '회사의 해결방안'은 "정말로 어떤 소용이 없다"며 "정부가 대응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국내 철강 경영진들의 속내는 업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으로부터 연이은 통상 압박을 받아 한차례 다운됐고, 남북화해 무드로 그로기 상태를 버텨냈는데 연이어 미중 통상전쟁이 벌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철강 수출량을 지난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한 상태다. 또 쿼터제와 별도로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 상계관세 등 26개의 수입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포항시가 지역 철강업체 피해액을 2000억원 규모로 추정할 만큼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두려운 이
요즘 국회는 한산하다. 파행, 공전, 협상 결렬. 익숙한 단어들이 다시 들린다. 20대 하반기 원구성도 힘들다. 국회의장실도 한 달 넘게 불이 꺼져있다. '일 안하는 국회', 벌써 43일째다. 민생법안들엔 먼지만 쌓인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중소기업 지원 확대법안, 4·27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 모두 국회에 갇혀 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물론 영세·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같은 처지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도 국회가 멈춘 상태에선 '이론'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후반기 국회가 열리자마자 규제혁신 5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만 9730건에 달한다. 이런 와중에 국회 특수활동비가 공개됐다. 참여연대가 소송끝 받아낸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2011~2013년 특활비 240억원을 썼다. 단순히 계
"이 지경까지 됐는데 국민들이 가만히 있는 게 신기할 정도죠."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한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본인도 국민연금 CIO(기금운용본부장)에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단칼에 거절했다며, 우스갯소리지만 그냥 넘길 수 없는 뼈있는 말도 했다.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630조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장기 표류하고 있다. 본부를 이끌 수장 자리는 1년째 공석이고, 그럼에도 별로 영향이 없을 것 같았던 조직도 곳곳에서 누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CIO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달부터 실행하기로 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로 불똥이 옮겨붙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26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실행한다는
지난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디플로마 블록체인' 해외 교육과정에 참여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방문했다. 에스토니아는 전 세계 최초로 국적과 관계없는 '이-레지던시'(e-Residency)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다. 전자시민권은 온라인으로 신청한 후 100유로만 내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고 에스토니아에 머물지 않아도 모든 행정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을 포함한 154개국에서 3만여 명이 에스토니아의 전자시민권을 받았고 이중 5000여 명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시민권이 있으면 현지 은행의 계좌를 개설하고 법인도 설립할 수 있다. 특히 토종기업뿐만이 아니라 외국기업도 법인세율이 0%고 상속·증여세와 부동산 보유세가 없어 탈린은 스타트업의 성지로 등극했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선진국'이기도 하다. 2007년 러시아의 디도스 공격으로 에스토니아의 기간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후 범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서 2012년부터는 입법
국민연금은 2015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기금운용본부장 공모를 3번 냈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비어 있었던 기간은 32개월 중 15개월이다. 정상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지난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인사에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청와대의 해명을 종합하면, 장 실장은 기금운용본부장 유력 후보인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게 지원을 ‘권유’했다. 곽 전 대표는 인사권자인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만났다고 한다. 곽 전 대표의 내정설이 나오던 시점과 비슷한 때였다. 하지만 곽 전 대표는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서 최종 낙마했다. 결국 재공모가 결정됐다. 낙마 전 상황만 보면 전형적인 ‘낙하산 프레임’과 닮았다. 그렇다고 딱 들어맞진 않는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다. 낙하산을 꽂고 싶었다면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워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금운용본부장을 원하는 유력 후보가 많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