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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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7월1일 이후로 주 52시간 근로 못 하면 연락하세요" 13일 여당 원내대표로서 첫 기자간담회를 가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건넨 인사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그는 지난 2월 1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주역이다. 기자들도 대상이다. 300인 이상 언론사는 오는 7월1일부터 이 법을 지켜야 한다. 여야가 5년 동안 싸운 법이었다. 힘들게 처리한 만큼 '근로시간 단축법'은 홍 원내대표의 자랑 중 하나가 됐다. 원내대표 선거 출마선언문, 기자간담회에서 '주 52시간'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근로시간 단축법이 환노위 문턱을 넘은 정확한 시간은 지난 2월27일 새벽 3시. 당시 함께 밤을 샌 관계자들 사이에선 "근로시간을 줄이려는데 왜 우리는 밤을 새나"라는 자조가 오갔다. 그때 홍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같이 위원장실을 지켰다. 법안소위 테이블에 앉는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합의가 나오는대로 즉각 의사
“그게 사과입니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근무했던 A씨는 체념한 듯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지난 9일 대한항공 측에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과 폭행 등 18가지 의혹을 해명하는 입장문을 접하고 나서다. 이 이사장은 일부 폭행 사실만 인정하고 나머지 모든 의혹은 부인했다. 지난달 17일 본지의 ‘갑질’ 최초 보도 후 쏟아진 수십 건의 폭로 대부분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폭언과 욕설, 폭행이 아니라 ‘제언’과 ‘조언’이었다고도 표현했다. 이 이사장의 갑질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전직 수행기사, 자택 근무자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이었다. 용기를 내 갑질을 폭로한 후 잠시나마 이 이사장의 반성과 사과를 기대한 스스로를 한심스러워했다. 해명을 보면서 과거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분노하는 취재원도 있었다. 수행기사를 했던 B씨는 “청소할 때 청소기 잡는 법, 자세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언과 욕설을 해댔다”며 “오죽했으면 A4용지에 20여가지가 되는
지난달 18일 처음 열린 ‘규제해결 끝장캠프’ 토론회에는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8개 정부부처 관계자와 민간·학계 전문가 등 100여명이 자리했다. 중기부가 주재한 이 토론회는 한 가지 산업분야 규제를 모두 모아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보자는 자리로 ‘홍종학표 규제개혁 프로젝트’로 불린다. 부처 장관이 직접 규제개혁을 위해 민관 합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시도 자체가 처음이고 여러 부처가 한 자리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궁금증이 컸다. 첫 산업분야는 ‘스마트 e모빌리티’였다. 오프라인 토론회에 앞서 온라인 카페도 만들어졌다. 사전토론 과정을 거쳐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전동휠부터 장애인용 특수 전동차까지 전기동력을 쓰는 개인형 이동수단 전반에 걸친 규제 7개가 토론회 안건으로 뽑혔다. 홍 장관은 ‘100분토론’ 진행자처럼 직접 논의를 주도했다. 민간업계의 애로사항을 자세히 묻기도 하고 관련부처 담당자에게 날카롭게 따지기도 했다. 2
"피치 못할 변화라고 봐야 합니다" 최근 정유업계의 연이은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 관련,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9일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과 함께 신규 설비에 2조7000억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3달 전에는 GS칼텍스가 2조원 투자를 확정했다. 에쓰오일이 5조원을 쏟아부은 설비는 지난달 준공됐다. 정유업계 역사상 5년 단위로 석유화학 부문에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일제히 집행된 적이 없었다. 업계의 이 같은 투자는 정유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다. 업계에서 가장 발빠르게 화학 투자를 진행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이미 화학부문 영업이익이 정유부문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다른 정유사들도 빠른 속도로 화학부문 비중이 올라간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본업인 정유 이상으로 화학의 입지가 커지는 체질변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업계 자체 진단 대로 산업 구조 변화가 '피치 못할 변화'인 것은 맞다. 업계는 이미 지난 10년간 영입이익률 한자릿수대를 넘기지 못한 정통 정유 산
지난 1월 박근혜정부와 당시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여론조작 재판과 관련해 부적절한 교감을 나눴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추가로 조사하기 위해 사법부 내부 인사들로 꾸려진 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조사를 한 끝에 내놓은 결과다. 단 40페이지짜리 보고서 일부에 불과한 내용이었지만 파장은 컸다. 청와대가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상 원칙을 보란 듯이 무시했고,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는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집권 여당도 이에 가세했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건이었다. 25만명이 참여한 ‘정형식 판사 파면 청원’을 청와대 관계자가 대법원에 전화로 직접 전했다는 사실이 이달 초 알려지며 ‘현 정부도 대법원과 부적절한 접촉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울산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국가 시스템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휴대폰 팔려면 휴대폰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10년 동안 사문화한 규정을 뒤늦게 들고 나와 분양대행업체에 건설업 등록을 강요하자 이에 대해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국토부는 부실한 분양상담, 당첨자 임의변경 등과 같은 문제가 자격이 없는 분양대행업체 때문이라고 보고 건설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는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근거로 든 것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다. 규정에 따르면 분양대행 업무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한 건설업자여야 한다. 여기서 건설업자란 건축공사업이나 토목건축공사업을 하는 회사다. 청약자 서류접수나 당첨자 확인 등이 주 업무인 분양대행 업무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 조항은 2007년 8월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법이 만들어질 당시나 지금이나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분양대행 업무를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약 10년 동안 들
"김정은과 트럼프 둘 다 정신병자인줄 알았는데 계산도 빠르고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들 같다. 각자 원하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고, 서로 필요했던 것 같다." 지난 3월 초 문학대담에서 소설가 황석영이 했던 말이다. 황 작가뿐만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전쟁광, 로켓맨이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깨졌다. 올 초 김 위원장의 신년사 영상이 공개되자 '생각보다 정상적인' 모습에 한 번 놀랐고,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생중계에서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에 두 번 놀랐다.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지난달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남북관계 및 통일관련 서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뛰었다. 다른 장르 서적에 비해 절대적인 수량은 적지만 워낙 독자 반응이 없던 분야였던 터라 출판계도 적잖이 놀랐다. 과거 남북 대화 접점에 있었던 관계자들과 북한을 직접 취재했던 기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통계 수치를 기반으로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증명한 외국
얼마 전 '어벤져스3: 인피니티워'를 보기 위해 영화 티켓을 예매했다. 2명 좌석에 4만원. 아무리 아이맥스라지만 팝콘도 안샀는데 식사 한 끼를 훌쩍 뛰어넘는 비용이 들었다. 언제부터 영화 한 편이 이리 비쌌나. 그러고 보니 영화관을 가지 않은지 오래다. 웬만한 영화는 집에서 IPTV로 본다. 미국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영화관 발길을 뚝 끊은 대신 넷플릭스를 구독한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2012년~2015년 미국 18~24세 영화관람객은 870만명에서 570만명으로 줄었다. CGV는 지난달 영화관람료를 인상하면서 "국내 영화관람객 수는 정체상태인 반면 영화관은 수익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나 IPTV 같은 대체재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대체재가 많은 상황에서 가격까지 부담되면 관람객은 더 줄어들 것 아닌가. 미국에선 '무비패스(MoviePass)'라는 서비스가 인기다. 한달에 9.95달러(약 1만원)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스마트폰과 결합된 SNS는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들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10~2012년 ‘아랍의 봄’을 이끈 촉매제 역할을 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굵직한 변화를 이끌었다. SNS 생태계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아 급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모바일 시대의 아이콘 SNS가 흔들리고 있다. 느슨했던 개인정보 관리 체계가 자초한 위기다. 외부 애플리케이션의 무단 개인정보 유출로 곤경에 처한 페이스북에 이어 트위터에서도 사고가 터졌다. 트위터는 지난 3일 사용자 비밀번호가 암호화 작업 없이 저장되는 소프트웨어 버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비밀번호를 무작위 숫자와 문자로 대체하는 암호화 작업이 작동하지 않아 트위터 내부 시스템에 비밀번호 원본이 그대로 저장됐다.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비밀번호 원본이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 트위터 계정 도용, 로그인
연매출 4000억원대 교육기업 에스티유니타스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자회사 프린스턴리뷰(TPR·The Princeton Review)의 ‘베일’이 벗겨졌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최대 입시교육업체 TPR를 인수한 사실을 밝히면서도 인수금액 및 자금조달 방식, 실적 등은 보안유지 의무 등을 이유로 미공개했다. 인수자금 출처 및 상환 우려는 일부 씻어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1206억원 상당의 TPR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연 이자율 15%의 회사채 900억원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에스티유니타스의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101억원 늘었다. 그러나 올해 회사채 상환을 위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고금리 이자 부담에서 벗어났다. 문제는 TPR 인수 시 떠안은 773억원 규모의 영업권이다. 영업권은 피인수 회사의 브랜드가치 등을 인정해 건네는 ‘권리금’ 명목의 웃돈이다. 통상 인수회사엔 해마다 상각되는 무형자산이다
"토요일 점심 먹고 퇴근 준비할 때면 그만큼 뿌듯하고 설렐 때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사회생활을 했던 선배들의 회고다. '너희는 모르지? 우리 땐 말이야' 하던 의기양양한 표정들이 생생하다.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낯선 과거가 이만큼 생소했던 적이 없다. 고백하면 나 역시 후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나 땐 말이야"를 주문처럼 읊던 날들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야근을 무공훈장처럼 과시하고 은연중에 강요했던 그 자리를 후회한다. 토요 근무를 향수로 간직한 선배들을 낯설게 바라봤지만 지난했던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폼잡는 꼰대 기질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지난주 만난 삼성그룹 한 임원은 근무시간이 화제에 오르자 이런 일화를 꺼냈다. 선심 쓸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 2시 단체 외근 후 조기 퇴근하자는 얘기를 꺼냈더니 부서원들 표정이 이상하더란다. 고참급 직원이 넌지시 귀띔해준 말을 듣고서야 그는 아차 싶었다. "이달부터 자율출퇴근제와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가 나날이 늘고 있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1월 말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했고 현재는 12조1845억원으로 더 늘었다. 그러나 신용융자 이자율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조달금리는 낮아졌는데, 증권사가 받는 금리는 아직도 높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이 2016년 하반기 일이었는데, 당시 일부 증권사는 1~15일짜리 신용융자에 무려 12%(연간)에 가까운 고금리를 받았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이 이자율이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살펴보겠다고 나서자 지난해 7월 KTB투자증권을 시작으로 IBK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10여 개의 증권사가 연이어 이자율을 낮췄다. 이 결과 신용융자 최저금리는 기존 5.5%에서 4.5%로 낮아졌으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잖은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최고금리가 여전히 11.5%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 같은 조정이 금리인하로 호도되며 개인들의 신용거래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