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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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음……." 최근 기획기사 취재과정에서 만난 뷰티 크리에이터 김기수씨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친한 친구처럼 유쾌하게, 거침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에 무슨 얘기일까 싶어 긴장했다. 그가 이어간 말은 이랬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성 고정관념'이 불편해요. 그냥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남자가 메이크업을 해? 넌 틀렸어!'라고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더 나아가 남혐, 여혐을 멈춰야 해요."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였지만 오랜 세월 '오해와 편견'에 시달린 그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언급이었다. 그래도 김씨처럼 소신을 지켜온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가 많이 변했다. 몇 년 사이 '다른 세상'이 됐다는 데엔 그도 동의했다. 과거엔 화장을 비롯한 치장이 여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성별의 경계가 사라진지는 꽤 됐다. 화장법을 가르쳐주는 남성 뷰티 유튜버가 우후죽순 탄생한
"기업과 현장의 목소리, 아이디어나 규제 등을 포함해 많은 것을 듣겠습니다. 특히 무엇보다 기업들의 쓴소리와 아픈 말도 경청하겠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공동 운영하는 '혁신성장 옴부즈만' 출범식에서 이렇게 말하고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조속히 창출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재계 안팎에서는 2명의 옴부즈만이 정부와 재계를 수시로 잇는 일종의 '핫라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옴부즈만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초대 옴부즈만으로 위촉된 서울의 한 대학 교수가 불과 한 달 만에 스스로 물러난 이후 여태 후임이 확정되지 않는 등 기업인 1명만 선임된 채 반쪽짜리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당초 3년 동안 활동하기로 약속한 교수는 재직 중인 대학에서 '겸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사의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이 대학은 지난해 겸직금지를 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이 다음달로 다가왔다.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임박한 가운데 세계 최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관심이 집중된다. ISS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에 대해서도 ISS는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ISS와 글래스루이스 및 국내 의결권 자문 기관이 잇달아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주주총회를 취소해버렸다. 이후 현대차 측은 ISS의 의견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절대 권위에 대항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국민연금이나 기관 투자자가 '단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이라는 이유로 비판 의식 없이 ISS의 자문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대표는 "ISS 직원이
본지가 25일 보도한 '"강남 아파트 팔아야…" 고점 경고한 애널리스트'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의 인터뷰 기사는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서울 아파트값이 수년째 고공 행진하며 급등한 시점에서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집값 고점을 과감하게 경고해서다. 하지만 25일 당일 오후에 한 방송사 '멀티미디어팀'의 모 기자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본지 기사와 마찬가지로 포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다수의 부동산 카페에 복사돼 유통 및 확대 재생산됐다. 확인해본 결과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인터뷰 대상자인 애널리스트와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었다. 본지 기사를 표절한 것이다. 언론계 은어로 일명 '우라까이(베껴쓰기)'를 했다. 심지어 본지 기사에 없는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통계까지 집어넣어 기사를 짜깁기했다. 하지만 해당 애널리스트가 한 말과 주장의 논리적 전개, 사례로 든 내용은 똑같이 베꼈다. 해당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를 섭외한 것은 3주 전이다.
"도대체 이거 언제 끝나는 거죠?" 대법원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대법원 관계자가 되레 물었다.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태로 대법원이 겪고 있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난다. '사법부의 심장'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대법원이 압수수색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의혹 관련자들의 PC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요구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6일 하드디스크 실물이 아닌 410개의 파일과 과학수사 자료만 검찰에 제출했다. 처음엔 누구도 판이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시작은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였다. 법원행정처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행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3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법원 스스로 찾아낸 의혹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수사협조를 약속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냥
"건당 수수료 100원은 전혀 받아 들일 생각이 없다. 카드사의 영업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최근 만난 한 신용카드사 사장은 교육비 카드결제 수수료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교육비의 공공성은 인정한다. 낮은 수수료률 적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받으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초중고 교육비 카드 결제 문제로 수수료 문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교육비 결제건당 초등학교 100원, 중학교 130원, 고등학교 150원씩 받는 정액제 수수료를 주장하고 있다. 당초 내세웠던 '공짜(수수료 0%)' 주장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의 반발에 부딪히자 법제처로부터 유권해석을 얻어 새롭게 제시한 안이다. 법제처는 지난 4월 교육비가 여전법 감독규정상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경우"에 해당해 학교를 특수가맹점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일반가맹점과 달리 특수가맹점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관계는 독특하다. 거시경제 정책의 두 축이라는 점에서 업무상 공조할 일이 많다. 그렇지만 썩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불편한 역사 때문이다. 1997년까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은 재무부 장관이었다. 이 시기 한은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웠다. 이명박정부에선 기재부 차관들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했다. 한은법에 규정된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책 방향을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압박은 충분했다. 열석발언권은 사문화됐으나 지금도 금통위 회의엔 기재부 출신 참석자가 있다. 한은 감사다. 물론 정확히는 ‘옛’ 기재부 사람이다. 2000년 이후 임명된 6명의 감사는 모두 기재부 고위직 출신이다. 한은 감사는 기재부 장관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은 업무를 상시 감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부총재급으로 대우도 좋다. 연봉이 3억원이다. 기재부 장관 추천을 받지만 출신 기관에 제한은 없다. 그런데도 당연히 ‘기재부 몫’으로 여겨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게 이제 정말 없어져야 할 텐데요." 세간에 말이 많았던 포스코 CEO 교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포스코 계열사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밌는 것은 지난번 회장 선임에도 같을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포스코의 수장 선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포스코 사상 최초의 비(非)엔지니어, 20년 만의 비서울대 출신인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회장 후보로 결정됐다. 지난 4월 18일 임기 만료를 2년 앞두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후 60여 일은 논란의 시간이었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에 훈수를 뒀다. '밀실 논의' '청와대 실세 개입설' 등 실체 없는 소문을 확산시켰다. 포스코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논란을 오히려 키웠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2000년 민영화됐다. 정부 지분은 제로(0)다. 국민연금이 단일 최대주주일 뿐이다. 정권이나 정
시대는 때로 한 사람과 함께 태어나고 저물기도 한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그런 사람이다. 한국전쟁, 박정희정부, 산업화와 민주화, 충청도, 의원내각제…. 한 정치인이 이처럼 수많은 키워드를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그는 킹메이커의 시대를 열고 닫았다.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그가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은 인물이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3각 연대는 민주자유당을 낳았고 여기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당선됐다. 김대중 대통령(DJ)과는 DJP연합으로 공동정부를 탄생시켰다. 자신을 포함한 3김 중 두 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은퇴 후에도 JP는 이름값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현대 정치사에 수많은 '킹메이커'들이 있지만 JP가 독보적인 이유다. 킹메이커가 되지 못한 게 두 차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과 2017년 대선이다. 2002년은 JP 시대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때다
2013년 7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며 출범한 코넥스 시장은 올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코넥스는 그간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IPO(기업공개)와 관련한 사전경험 제공 등 다양한 성과를 올리긴 했으나 한편으론 시장 자체가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다행히 올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체면치레는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해 5개 기업이 이미 이전상장을 완료했고, 추가로 5개 기업이 도전에 나섰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코넥스 기업의 적정가치 평가 문제가 있다. 앞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이 모두 기존 거래가격을 인정받고 코스닥으로 넘어갔다. 현재 금융위원회 규정은 ‘최근 주가의 70% 이상(할인율 30% 이내)’에서 이전상장 가격을 정할 수 있도
“직장에서 익힌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창업하려는 40~60대도 많지만 시니어에게 맞는 정책지원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지난달 창업관련 행사자에서 만난 한 40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정부의 창업지원대책에서 시니어는 소외되는 것같아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일자리대책의 일환으로 창업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청년창업 중심의 지원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정부가 만39세 이하 청년창업을 위해 쏟아붓는 예산만 1조원에 육박한다. 청년창업펀드(6000억원) 청년창업사관학교(1022억원) 청년전용창업자금융자(15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창업기업은 창업 후 5년간 법인·소득세도 전액 면제(수도권은 50%)받는다. 청년 전용 외에도 창업지원대책의 상당수가 청년인지 아닌지를 따진다. 최대 70억원을 지원받는 기술창업 후속 프로그램인 ‘포스트 팁스’는 사업성·기술성 평가 외에 청년창업 평가항목이 따로 있다. 반대로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은 빈약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2018 머니투데이 창간기념 조찬강연회’에서 최근 불거진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을 두고 “컨트롤타워는 분명히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을 맡는 컨트롤타워가 3개 있다면 없는 것보다 못하다”며 “3개 축이 하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2년차를 맞은 현 정부의 각오”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팀은 ‘원팀 원 보이스’가 경제정책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온 지는 꽤 됐다. 지난달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 전부터였다. 지난해 8월 김 부총리 요청을 받고 언론 앞에서 “예 보스”라고 답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김 위원장이 최근 김 부총리가 주재한 회의에 두 번 연속 불참한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연이라고 여길 수 없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부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