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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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을 같은 분들끼리 하니까…매크로(Macro)만 보이는 겁니다”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 청문회에서 나온 한 의원의 지적이다. 금융통화위원들이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경제학자’로 동질적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정책이다. 금통위원으로 ‘매크로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리가 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중앙은행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모여 통화정책을 만든다. 더 다양한 시선으로 경제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금통위 격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총재 1명, 부총재 2명, 심의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심의위원들의 경력은 제각각이다. 교수, 민간 은행, 연구소 출신은 물론 토요타자동차 선임고문을 지냈던 인사도 있다. ‘다양한 금통위’를 꾸리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제도는 이미 잘 갖춰져 있다. 5명의 외부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서독 은행들을 동독에 보내 금융지원을 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동독 개발을 위해 돈을 빌려주고 담보를 잡는데 담보가치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동독 부동산은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았으니까요. 독일 정부는 담보가 대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은행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며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대해 정부와 금융권이 통독 사례를 연구해 금융지원 방안을 미리 고민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독일 통일 당시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인프라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단기간 내에 동독 경제 재건에 기여했다. 민간은행들은 동독 지역에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통합의 밑거름을 제공했다. 국내 금융권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되면 인프라 사업 활성화로 금융 주선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 수요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평양냉면'이 화제가 됐다. 서울 평양냉면집 대부분이 평소보다 30% 이상 손님이 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말한 게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많은 이들이 평양냉면을 찾은 건 북한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다. 11년만에 찾아온 남북 관계의 봄을 혀끝으로 체감한 이들의 감동은 배가 됐을 것이다. 붐비는 평양냉면집을 보면서 기대에 한껏 부푼 곳은 또 있다. 수년간 성장정체에 시달린 식품업계다. 남북 관계가 회복돼 문화 교류가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주고받는 분야는 아마도 식문화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 지원은 물론, 농업기술 전파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식품업계는 설레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성장 한계를 겪고 있다. 감소하는 영·유아인구, 위축된 소비심리에 탈 내수 움직임이 강화됐지만, 해외 진출도 녹록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평화’라는 이름을 갖고 30년을 살았다. 이름 덕(탓?)에 성격이 무던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평화’라는 단어가 심심했다. 의미 자체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5년여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취재원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얘깃거리가 되고 잘 기억될 수 있다는 작은 장점만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름의 ‘힘’이 느껴진다. 명함을 받은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나를 본다. 바야흐로 ‘평화의 시대’다. 남과 북의 정상이 평화를 언급하며 손을 맞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정치부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골칫거리’였다. 김 위원장이 시도 때도 없이 핵실험을 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자들의 시와 때도 사라졌다. 그런 김 위원장이 평화를 얘기한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2013년 4월26일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내려진 북한의 '개성공단 입경 차단' 조치에 '남측 근로자 전원 철수'로 맞불을 놨다.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냉전기를 맞게 된다. 개성공단 1차 폐쇄 이야기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이면서도 '남북 힘겨루기 단골메뉴'로 활용돼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2016년 2월10일 발표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도 그중 하나다. '중단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 받지 않도록 운영을 보장한다'는 2013년 8월 정상화 합의서는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남북이 개성공단을 테이블 삼아
지난 20일 예정됐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공청회가 5월 초로 연기됐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받을 수 있는 인증서로, REC 가중치가 높을수록 발전사업자 수익이 높아진다. 사업의 경제성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예상보다 인원이 너무 몰려 장소를 넓은 곳으로 옮기고,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미세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환경부가 고형연료(SRF)의 REC 가중치를 두고 힘겨루기를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SRF는 쓰레기 중 탈 수 있는 것들을 가공해 만든 연료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산업부는 SRF REC 가중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고, 환경부는 이를 다시 높이자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산업부는 SRF 가중치는 예정대로 줄일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SRF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환경부의 뒤바뀐 정책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SRF 제조·사용 시설은
“따릉이 늘리면 제 자전거 대리점 사업이 어려워집니다.” 최근 서울시에 접수된 한 민원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공공자전거 ‘따릉이’ 운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후 였다. 따릉이 사업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 일환이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공공자전거를 확대해 자전거 이용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사업 운영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지만 이 민원 내용은 사업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따릉이 이용자가 늘면 자신의 자전거 대리점 매출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빈약하지만 공동체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민원인의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시는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을 꾸준히 병행해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어 장기적으로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면 자전거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따릉이 정책 취지를 설명하는 정도로 서울시는 처리했지만 같은 서울 시민으로서
"주체107(2018)년 4월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것이다." 지난 21일 토요일 아침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들려온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정상회담 직전임을 감안해도 예상 수위를 넘어선 발표란 게 중론이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결정서에서 '비핵화'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전략노선 변경으로 비핵화 의지와 방향성을 드러냈단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각 당의 논평은 예상한대로였다. 한국당은 과거 북한의 합의 파기 사례를 들며 '위장 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자아분열'(?) 논평을 냈다. 이번 발표가 '핵실험 중단'이 아닌 '핵 폐기'였어야 하며, 핵보유국 선언을 한 것이 아닌지 경계하지만, 이번 발표가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 환영한다는 것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집 근처 동네 공원이 없어지고 ‘외부인 출입금지’ 팻말이 붙는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2년 뒤부터는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2020년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실효제’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도시공원 실효제는 1999년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 땅에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이를 장기간 집행하지 않으면 땅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도입됐다. 도시계획에 따라 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사유지라도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할 수 있었지만 헌재 판결로 이후 20년간 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지정 효력이 사라진다. 별도 보상이 없으면 소유주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울 시내 116개 도시공원 부지, 총 95.6㎢ 규모가 이 문제로 실효를 앞뒀다. 여의도 면적의 33배 크기다. 이 가운데 42%가 보상이 필요한 사유지다. 시민단체는 수년 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서울시와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난
“경찰이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수사권 조정으로 말이 많은데 사건을 가져올 수 있겠어요?” 왜 ‘드루킹’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검찰 간부는 이렇게 답했다. 온라인 기사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여당 국회의원과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건이다. 심지어 의원 보좌관과의 돈거래 정황까지 나왔다. 야3당이 특검법 공동발의까지 합의한 엄중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팔짱만 끼고 있다. 드루킹 사건은 더 이상 검찰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 이미 드루킹 일당 3명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적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는 검찰이 했고, 앞으로 공소유지도 검찰의 몫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얘기만 나오면 “경찰이 자료를 주지 않아 모른다”고 한다. 그동안 박근혜·이명박정부 시절 적폐사건에 두팔 걷어붙이던 검찰의 모습과 대조된다. 오히려 검찰이 경찰의 헛발질을 내심 즐기는 게 아닌가
“가긴 가야 하는데, 가는 과정이 쉬울 것 같지 않네요.” 우리나라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서 잇따라 개인정보 유출 및 도용이 드러나면서 국내 분위기도 덩달아 뒤숭숭하다.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자고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악재여서 더 그렇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 탓도 있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크다. 필자도 개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누리고 싶어 하면서도 내 정보가 허튼 곳에 쓰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보 공개를 꺼리는 소극적인 이용자다. 실제 ‘세계적인 기업도 개인정보 관리 실태가 저 모양인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죽하겠느냐’는 비판에 ‘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도 많지 않다. 사실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허점이 없어야 개인정보
이달 초 백화점 1층에서 낯선 광경과 맞닥뜨렸다. 평소 빈틈없는 메이크업과 똑 떨어지는 유니폼 차림이던 화장품 브랜드 판매사원들이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입고 고객 응대를 하는 모습이다. "저희는 쟁의행위 중입니다"라는 현수막도 매장에 걸렸다. 샤넬 노동조합의 첫 파업이었다. 파업 3주차에는 전국 70여곳 백화점 판매직원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화장품 업계, 특히 글로벌 뷰티 브랜드 판매직 노동자들의 고강도·저임금 노동의 현실에 대해 알게 됐다. 샤넬의 경우 10여차례 임금협상에도 1인당 '월평균 6000원' 수준의 임금인상폭 차이를 회사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노조는 말했다. 매니큐어, 헤어 컬러, 유니폼 등과 관련한 용모관리 규정과 이에 소요되는 노동시간은 위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다. 왜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왜 '샤넬 노동자'라는 표현이 그렇게 낯설었을까? 상대적으로 허술한 글로벌 기업 관리감독 체계와도 무관치 않다. 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