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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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7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소식에 따라 붙는 질문이다. 2011년 박원순 현 시장에게 야권 통합 서울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 한 지 7년 만이다. 당시 안철수는 "저보다 서울시장에 더 적합하다"며 박원순을 치켜세웠다. 이제 안철수 본인이 재선의 현직 서울시장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선거까지 남은 날은 70일이다. 여건은 달라졌다. 7년전엔 '안철수 신드롬’이 존재했다.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부터 전국 30여개 도시를 순회한 청춘 콘서트까지 국민들은 열광했다. 안철수는 정치인의 '메시지'를 던지기 전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새로운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은 '안풍'(安風)의 맴돌이를 전국적으로 키웠다. 당시 지지율은 50%를 육박했다. 그는 자연스레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바른미래당이 창당한 지난 2월부터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는 '모두가 알고, 모두가 모르는' 사실이
소위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종종 '영혼 없이 일한다'거나 '소신이 없다'는 말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발표가 그런 모양새였다. 국토교통부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혁신위를 통해 그동안 잘못됐던 국토교통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으레 하는 '영혼없는 반성문' 낭독처럼 보였다. 이날 혁신위가 지적한 개선권고안은 대출규제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같이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이명박정부의 대표사업 중 하나였던 경인 아라뱃길도 도마에 올랐다. 혁신위는 정책 결정 과정상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전 정부 '망신주기' 성격에 가까웠다. 혁신위 구성이 현 정부와 가까운 성향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말도 발표장 곳곳에서 나왔다. 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치캔에 참치뼈가 나왔다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국내 참치회사 A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한 20대 남성이 A사 참치캔을 먹다가 "참치뼈가 나왔다"며 막무가내로 피해보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참치캔에 간혹 뼈가 나올 수 있고 이를 주의하라는 안내 문구도 있다. 하지만 A사는 소란이 일 것을 우려해 참치캔 세트를 선물하고 무마했다. 알고 보니 해당 남성은 이미 다른 식품사에도 비슷한 피해보상을 요구한 전력이 있던 악성 민원인이었다. 비단 A사뿐만 아니다. 많은 식품회사들이 이 같은 블랙컨슈머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소비자가 모 식품회사의 햄 제품을 먹고 "배탈이 나서 일을 못 하니 일당과 병원비를 물어내라"며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결국 회사는 그의 손에 현금을 쥐어주며 돌려보내야 했다. 블랙컨슈머는 우리 식음료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지만 이를 대하는 기업들의
“꿀릴 것이 없는 협상판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레드라인을 지켰고, (철강 관세는) 우리가 가장 먼저 국가 면제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3일 한·미 FTA 개정협상 및 미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관세 면제 협상을 일괄타결한 직후 스스로 한 평가다. 미국에 자동차시장 일부를 양보했지만 연간 268만톤 철강 수출물량에 25% 관세를 면제받기로 했다. 관세율 53%를 적용하는 12개국에 이름이 올라갔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이라는 할 만 했다. 하지만 열흘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환율 이면합의 논란부터 북·미 정상회담과 한·미 FTA 개정 연계설까지 미국의 ‘흔들기’식 통상공세가 이어지면서다.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주말 내놓은 무역장벽보고서에서 ‘레드라인’인 사과·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가 이번 협상에서 ‘이익균형’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양측이 ‘윈-윈(win-win)’이라고 언급한
더불어민주당이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복당을 ‘불허’한 지난달 19일. 정 전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나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을 만나 "정 전 의원이 거짓말한 거냐?"고 물었다. 그는 기자에게 "언론 보도가 천차만별이라, 우리가 직접 언론사 수준 이상으로 팩트체크를 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만장일치로 복당을 거부했다"고 귀띔했다. 일주일 후. 민주당의 팩트체크는 확인됐다. 정 전 의원은 사건 당일 그 시간에 호텔에서 카드를 사용했다. 그는 사과하고 정계은퇴도 선언했다.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그는 지난 한달 간 자신을 둘러싼 가짜뉴스 양산에 일조하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모 지상파 방송은 정 전 의원이 제시한 증거 사진 780장을 공개하며, 정 전 의원을 감싸기도 했다. 미투 운동이 가짜뉴스 속으로 빠져든 대표 사례다. 미투운동이 가짜뉴스와 섞이면서 공직자가 목숨을 끊은 일도 있었다. 고 송경
기자는 지난 2010년 11월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특별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트렌드를 놓치기 싫었던 이유가 컸다. 최근 몇 년간은 스스로 올린 게시글이 전무한 소위 '장롱' 페이스북 이용자로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 넘겨받은 '페이스북 보관 개인정보 사본'은 기자를 섬뜩하게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프로필 사진과, 단순 저장차원에서 비공개로 올렸던 가족 사진, 7년여간 눌렀던 '좋아요' 목록,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까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메신저로 친구들과 나눈 대화와 공유된 이벤트 및 연동 앱(애플리케이션) 목록도 있었다. 누군가 이 정보를 봤다면 기자의 취향을 대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정치적인 성향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장롱' 이용자 치고는 방대한 정보가 나도 모르게 보관돼 있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이 유통한 개인정보로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 영향력을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Blue Bottle)은 한때 최악의 사업모델로 평가받았다. 주문하고 2~3분 내 커피를 내주는 스타벅스와 달리 한 잔을 만드는데 15~20분 걸렸다. 직접 개발한 커피추출법으로 시간을 들여 ‘완벽한 한 잔’을 만든다는 사업모델은 10여년이 지나서야 주목받았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투자받더니 지난해 네슬레에 약 4800억원에 인수됐다. 블루보틀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어땠을까. 요즘 같은 환경이라면 일찌감치 문을 닫았을지 모른다. 창업 초기기업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정부 지원이 도전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18년 기술창업 육성계획'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지원방식을 연구·개발 과제평가 중심에서 민간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정책지원 목표도 기술개발 성공에서 후속 투자유치나 인수·합병 같은 투자금 회수로 정했다. 정책지원 목표의 변화는 평가점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배점의 50%를 차지하던 기술성 관
"불필요하게 길어진 거래시간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이고 증권사 지점 직원, 운용사 펀드매니저, 본사 지원부서의 직원들까지 모두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거래시간을 30분 줄여달라. " 증시 거래시간을 30분 단축해 종전대로 오전 9시~오후 3시로 변경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해부터 네 차례 제기됐다. 2016년 8월 한국거래소가 증시 활성화 및 거래대금 증가를 위해 거래시간을 6시간에서 6시간 반으로 늘리자 증권업계 종사자의 업무 피로도가 급증해서다. 거래소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지만 2016년 8월부터 1년간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모두 뒷걸음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000에서 2450으로 급등했지만 증시 거래대금은 늘지 않았다.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대금 증가에 유의미한 변수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거래대금은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가시화된 2017년 하반기 들어서야 크게 늘었다.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는 거래 시간
"간호사가 됐을 때 환자 한 분, 한 분만 생각하며 돌볼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한창 꿈을 키워가야 할 시기의 간호학도 2학년생 정모씨(21)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막상 간호사가 돼도 만연한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교육을 빙자한 집단 괴롭힘)과 쉴 틈 없는 업무 때문에 환자를 대하는데 소홀할지 모른다는 고민이다. 간호계 실태를 파헤친 '간호사 떠난다, 한국을' 기획 기사를 취재하며 만난 간호학도들 상당수가 정씨처럼 혼란과 걱정에 빠져 있었다. 환자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치료하겠다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인공심장 박동기 삽입수술을 받은 할머니를 돌보며 간호사를 꿈꾸게 됐다는 홍모씨(20)도 "간호사를 꿈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환자와 관련된 걱정이 아니라 태움과 격무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환자를 우선으로 여기겠다는 이들의 다짐은 가혹한 현실 앞에 쉽게 바스러진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사건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 운동이 두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투 운동은 정치권과 문화예술계, 교육계로 퍼져나가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몰고왔다. 그러나 미투 열풍 속에서도 유독 조용한 곳이 변호사 업계다. 성추행 등 성폭력이 없는 청정지역이라서가 아니다. 여성 변호사 A씨는 첫 월급을 받는 날 대표 변호사가 방으로 부르더니 당당하게 손을 만지고 더 심한 접촉을 시도하는 통에 일을 그만뒀다. 이후 한동안 서초동에 가지 못했고, 양복 입은 남자만 봐도 온몸이 떨렸다고 한다. 결국 힘들게 딴 변호사 자격증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직업을 바꿔야만 했다. 로스쿨 졸업 후 필수 코스인 6개월 실무수습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는다. '첫사랑과 닮아서 뽑았다'며 어깨나 팔을 무리하게 만지는 등의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해 변호사들은 폭로는 언감생심, 꾹 참거나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다. 변호사들이
'막장' 드라마에는 비밀과 폭로, 배신 등이 공식처럼 나온다. 개연성 부족한 인물들의 등장까지 더해지면 막장은 절정을 달린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이 같은 막장 요소를 고루 갖췄다. 첫 번째 공식, 비밀과 폭로는 26일 KDB산업은행(산은)이 맡았다. 이동걸 회장은 23일 노조를 만나 해외매각에 구두 합의했지만 다음날 총파업을 계획한 노조의 체면을 고려해 비밀로 했는데, 노조가 다음날 '인수할 국내 기업이 있다'며 뒤집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공식, 배신은 노조의 몫이었다. 노조는 '합의한 적 없다'며 반박하면서 또 비밀을 흘렸다. 인수 기업에 대해 '유력 정치인에게 확인했다'면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연성 없는 인물도 이때 등장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선언했다. '국뽕'(과도한 민족주의와 애국심 고취)까지 얹으니 시청률은 치솟는다. 사실 금호타이어 막장 드라마는
세계 최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이 흔들리고 있다. 5000만개에 달하는 사용자 데이터가 무단 유출된 ‘데이터 스캔들’에 휘말리면서부터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정부는 정식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 의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북 CEO(최고경영자)가 출석해 직접 소명하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더 이상 페북을 사용하지 말자는 ‘페북 삭제’(#FacebookDelete) 운동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페북은 데이터 관리 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며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페북이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가 소셜로그인(페북 아이디와 외부 앱과 서비스를 연동하는 것)을 통해 외부로 무단 유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더군다나 페북은 2015년 무단 유출 사실을 파악하고도 실제 데이터 삭제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다. 현재 앱마켓에 등록된 앱은 500만개가 넘는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페북의 소셜로그인 기능을 활용한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단 유출 사례가 존재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