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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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4000억원대 교육기업 에스티유니타스의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자회사 프린스턴리뷰(TPR·The Princeton Review)의 ‘베일’이 벗겨졌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지난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최대 입시교육업체 TPR를 인수한 사실을 밝히면서도 인수금액 및 자금조달 방식, 실적 등은 보안유지 의무 등을 이유로 미공개했다. 인수자금 출처 및 상환 우려는 일부 씻어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1206억원 상당의 TPR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연 이자율 15%의 회사채 900억원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에스티유니타스의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101억원 늘었다. 그러나 올해 회사채 상환을 위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고금리 이자 부담에서 벗어났다. 문제는 TPR 인수 시 떠안은 773억원 규모의 영업권이다. 영업권은 피인수 회사의 브랜드가치 등을 인정해 건네는 ‘권리금’ 명목의 웃돈이다. 통상 인수회사엔 해마다 상각되는 무형자산이다
"토요일 점심 먹고 퇴근 준비할 때면 그만큼 뿌듯하고 설렐 때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사회생활을 했던 선배들의 회고다. '너희는 모르지? 우리 땐 말이야' 하던 의기양양한 표정들이 생생하다.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낯선 과거가 이만큼 생소했던 적이 없다. 고백하면 나 역시 후배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나 땐 말이야"를 주문처럼 읊던 날들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야근을 무공훈장처럼 과시하고 은연중에 강요했던 그 자리를 후회한다. 토요 근무를 향수로 간직한 선배들을 낯설게 바라봤지만 지난했던 과거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폼잡는 꼰대 기질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지난주 만난 삼성그룹 한 임원은 근무시간이 화제에 오르자 이런 일화를 꺼냈다. 선심 쓸 요량으로 금요일 오후 2시 단체 외근 후 조기 퇴근하자는 얘기를 꺼냈더니 부서원들 표정이 이상하더란다. 고참급 직원이 넌지시 귀띔해준 말을 듣고서야 그는 아차 싶었다. "이달부터 자율출퇴근제와 주 52시간 근무 때문에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가 나날이 늘고 있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1월 말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했고 현재는 12조1845억원으로 더 늘었다. 그러나 신용융자 이자율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조달금리는 낮아졌는데, 증권사가 받는 금리는 아직도 높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이 2016년 하반기 일이었는데, 당시 일부 증권사는 1~15일짜리 신용융자에 무려 12%(연간)에 가까운 고금리를 받았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이 이자율이 합리적으로 산정됐는지 살펴보겠다고 나서자 지난해 7월 KTB투자증권을 시작으로 IBK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10여 개의 증권사가 연이어 이자율을 낮췄다. 이 결과 신용융자 최저금리는 기존 5.5%에서 4.5%로 낮아졌으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적잖은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최고금리가 여전히 11.5%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 같은 조정이 금리인하로 호도되며 개인들의 신용거래 증
국내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사이트들이 매매 중개의 대가로 받는 거래수수료 외에 가상통화 거래 지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입출금수수료도 받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국내 4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가상통화 출금시 정액으로 출금수수료를 받고 있다. 가상통화는 다른 거래사이트로 옮기거나 개인 지갑으로 출금할 때 채굴자가 거래내역을 검증해야 하는데 출금수수료는 이 채굴자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이다. 채굴자는 보상으로 가상통화를 많이 주는 거래부터 승인한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거래사이트마다 출금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거래사이트가 받는 출금수수료가 채굴자에게 모두 보상으로 부여되는게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국내 거래사이트들은 가상통화 거래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말 서비스 지연을 막는다는 이유로 출금수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거래대금이 반토막 밑으로 급감한 현재도 상당수 거래사이트는 출금수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흑역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분식회계 연루 등의 이유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온 전례가 있는 자리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부실경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김갑중 전 CFO는 고재호 전 대표와 함께 5조 원대 '회계 사기'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김열중 전 CFO도 지난해 2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 제재 차원에서 해임 권고를 받았지만 3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서야 물러났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그간 수십조 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민 '혈세'가 투입돼 사실상 '공기업'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와중에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감시하고 조언해야 하는 CFO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눈먼 돈'은 허공에 흩어졌다. 정성립 대표의 연임과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새 CFO를 선임했다. 사모펀드 리버사이드컴퍼니의 이근모 한국 대표다. 전
“통화정책을 같은 분들끼리 하니까…매크로(Macro)만 보이는 겁니다” 지난 3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 청문회에서 나온 한 의원의 지적이다. 금융통화위원들이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경제학자’로 동질적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정책이다. 금통위원으로 ‘매크로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리가 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중앙은행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모여 통화정책을 만든다. 더 다양한 시선으로 경제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금통위 격인 일본은행 정책위원회는 총재 1명, 부총재 2명, 심의위원 6명으로 구성된다. 심의위원들의 경력은 제각각이다. 교수, 민간 은행, 연구소 출신은 물론 토요타자동차 선임고문을 지냈던 인사도 있다. ‘다양한 금통위’를 꾸리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제도는 이미 잘 갖춰져 있다. 5명의 외부 위원은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서독 은행들을 동독에 보내 금융지원을 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동독 개발을 위해 돈을 빌려주고 담보를 잡는데 담보가치 평가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동독 부동산은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았으니까요. 독일 정부는 담보가 대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은행장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며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데 대해 정부와 금융권이 통독 사례를 연구해 금융지원 방안을 미리 고민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독일 통일 당시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인프라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단기간 내에 동독 경제 재건에 기여했다. 민간은행들은 동독 지역에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적재적소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통합의 밑거름을 제공했다. 국내 금융권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되면 인프라 사업 활성화로 금융 주선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금융 수요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평양냉면'이 화제가 됐다. 서울 평양냉면집 대부분이 평소보다 30% 이상 손님이 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말한 게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많은 이들이 평양냉면을 찾은 건 북한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다. 11년만에 찾아온 남북 관계의 봄을 혀끝으로 체감한 이들의 감동은 배가 됐을 것이다. 붐비는 평양냉면집을 보면서 기대에 한껏 부푼 곳은 또 있다. 수년간 성장정체에 시달린 식품업계다. 남북 관계가 회복돼 문화 교류가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주고받는 분야는 아마도 식문화일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 지원은 물론, 농업기술 전파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식품업계는 설레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성장 한계를 겪고 있다. 감소하는 영·유아인구, 위축된 소비심리에 탈 내수 움직임이 강화됐지만, 해외 진출도 녹록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평화’라는 이름을 갖고 30년을 살았다. 이름 덕(탓?)에 성격이 무던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평화’라는 단어가 심심했다. 의미 자체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5년여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취재원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얘깃거리가 되고 잘 기억될 수 있다는 작은 장점만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름의 ‘힘’이 느껴진다. 명함을 받은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나를 본다. 바야흐로 ‘평화의 시대’다. 남과 북의 정상이 평화를 언급하며 손을 맞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정치부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골칫거리’였다. 김 위원장이 시도 때도 없이 핵실험을 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자들의 시와 때도 사라졌다. 그런 김 위원장이 평화를 얘기한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2013년 4월26일 우리 정부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내려진 북한의 '개성공단 입경 차단' 조치에 '남측 근로자 전원 철수'로 맞불을 놨다.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냉전기를 맞게 된다. 개성공단 1차 폐쇄 이야기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가 논의된다. 여기에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상징'이면서도 '남북 힘겨루기 단골메뉴'로 활용돼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2016년 2월10일 발표한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도 그중 하나다. '중단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 받지 않도록 운영을 보장한다'는 2013년 8월 정상화 합의서는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남북이 개성공단을 테이블 삼아
지난 20일 예정됐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공청회가 5월 초로 연기됐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면 받을 수 있는 인증서로, REC 가중치가 높을수록 발전사업자 수익이 높아진다. 사업의 경제성 여부를 결정하는 지표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초 예상보다 인원이 너무 몰려 장소를 넓은 곳으로 옮기고,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 미세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환경부가 고형연료(SRF)의 REC 가중치를 두고 힘겨루기를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SRF는 쓰레기 중 탈 수 있는 것들을 가공해 만든 연료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산업부는 SRF REC 가중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고, 환경부는 이를 다시 높이자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산업부는 SRF 가중치는 예정대로 줄일 것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SRF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환경부의 뒤바뀐 정책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SRF 제조·사용 시설은
“따릉이 늘리면 제 자전거 대리점 사업이 어려워집니다.” 최근 서울시에 접수된 한 민원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공공자전거 ‘따릉이’ 운영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후 였다. 따릉이 사업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 일환이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공공자전거를 확대해 자전거 이용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사업 운영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지만 이 민원 내용은 사업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따릉이 이용자가 늘면 자신의 자전거 대리점 매출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빈약하지만 공동체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민원인의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시는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을 꾸준히 병행해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어 장기적으로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면 자전거 산업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따릉이 정책 취지를 설명하는 정도로 서울시는 처리했지만 같은 서울 시민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