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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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삼성이 2008년 조준웅 특검 이후 쇄신안을 발표한 지 10년이 된다. 삼성은 외형상 성장했을지 모르나 여론만 놓고 보면 제자리거나 후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고위 임원이 재판을 받은 지난 한 해는 삼성의 속살이 드러난 시기다.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의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 그들이 누구를 만났고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어떤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많은 사례보다 그 저변에 깔린 삼성의 문화에 눈길이 갔다. 안되는(혹은 시간이 걸릴) 일을 되게 했던 삼성의 완전무결주의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선 독이 됐다. 각자 부풀려 윗선에 보고하던 공치사 관습도 부메랑이 됐다. 미래전략실은 60개 계열사를 조정하는 훌륭한 컨트롤타워 기능도 했지만 상명하복 분위기를 조장키도 했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관련 시장에 여러 추측이 제기될 때 왜 더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지 않았나, 안타까웠다. 일방적 알림이나 소수에 흘려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게 소통
"그래도 저쪽에 비해서는 낫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 등 여권 관계자들로부터 사석에서 수차례 들어온 말이다. '저쪽'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만든 자유한국당 등을 의미한다. 그만큼 이번 정권이 인사 검증을 철저히 했다는 강조이자 '보수 정권'에 비해 '촛불 정권'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에선 이같은 인식을 아예 공식화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제19~20대 국회 시절 피감기관 16곳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65차례, 한국당이 94차례 '김기식 케이스'로 출장을 갔다고 설명했다. 국회에 일반적인 경우라는 것을 밝히면서도 한국당의 사례가 더 많음을 지적한 것이다. '도덕성의 비교우위'가 사석에서 브리핑으로 올라온 것은 분명 청와대가 변한 부분이다. 지난해 5월 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고개를 숙이며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
"매번 추행당하면서 다음날 남자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여자의 심리는 뭘까요?" 직장 내 강제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한 여성 검사가 남성 수사관에게 받은 질문이다. 이 검사는 "'싫으면 문제 제기했겠지'라는 생각으로 물어본 것 아니겠냐"며 "여자의 심리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 덕에 오히려 권력형 성폭력을 바라보는 '남자의 심리'를 알게 됐다"며 기자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4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힌 김지은 전 정무비서에게도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오정희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계속 제기된 의문점 중 하나가 '왜 처음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문이 계속되는 이유는 범행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최초 사건 때 거부하지 않았으니 계속된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가해행위의 반복성은 권력형 성폭력의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는
4월이 되면 으레 기다려지는 게 벚꽃축제다. 구만리 떨어진 미국 워싱턴D.C.에서도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미국의 벚꽃축제인데 보도는 미국 언론이 아닌 일본 언론에서 더 많이 나온다. 사실 일본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벚꽃축제는 1912년 일본이 미국에 3000여 그루의 왕벚나무를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이를 통해 미·일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홍보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벚꽃은 일본과 미국의 유대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미국 부부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 벚꽃축제에선 일본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우리나라 벚꽃축제도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은 일제 시대이다. 1920년대 문화통치로 노선을 바꾼 일본은 창경궁에 벚나무를 심고 1924년부터 벚꽃놀이를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벚꽃축제의 시초다. 의도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함이다. 우리야 이런 유래를 알기 때문에 의미를 되짚어보며 벚꽃축제를 즐기지만
소상공인들 사이에 ‘백종원 열풍’이 불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이어 ‘백종원의 골목식당’까지 방송을 한 번 탔다 하면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방송에 출연한 가게뿐 아니라 이웃 가게들까지 낙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백종원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만난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중기부도 백종원처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긴 것이다. 여기엔 그 나름 고심해서 정책사업을 내놓는데 소상공인들이 이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푸념도 섞여 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정부의 정책사업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정부가 전통시장 활력 제고를 위해 전국 14개 지역에 127억원을 들여 조성한 청년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청년몰의 평균 폐업률은 15.3%에 달했다. 특히 이대앞스타트업상점가 청년몰
“만약 상피법(相避法)이 없었다면 (…) 중인 이하는 반드시 공정하지 못한 데 빠지기가 쉬우니 상피하는 법을 잘 참작하고 절충해 아뢰라.”(세종실록 47권, 1430년 2월23일) 가까운 사람이 많은 곳에 벼슬을 내리지 않고 지인과 관련된 송사를 막는 게 상피제다. 고려 시대부터 있어 왔지만 세종 때 와서 정립됐다. 공직자의 외부 유착을 통한 부정부패를 막고 권력기관에 대한 백성의 신뢰가 깨지는 일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였다. 공직자가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가까운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대부분이 몇년 주기로 보직을 순환하거나 근무 지역을 바꾸는 건 그래서다. 2003년 도입된 지역법관제도(향판제도)가 시행 11년 만에 역사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역법관제도는 원하는 판사에 한해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한 제도였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판사가 ‘좋은 재판’을 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원래 판사들은 2~3년 단위로 지역을
지난 9일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수상 소식을 쏟아냈다. 12년 연속 단 한 번도 안 놓치고 이 상을 받은 기업은 예사고, 심지어 어떤 회사는 21개 제품이 무더기 수상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단순히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만 상을 받은 것은 아니다. 국내 한 아이돌 그룹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도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연차보고서와 면세점 전용서체(글씨체)까지 상을 받을 정도로 수상 부분(34개)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상을 받은 기업조차도 정확하게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상을 받았는지, 전체 상이 몇 개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마디로 "솔직히 상(賞) 장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상이 남발됐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출품비용을 건당으로 받는다. 출품비용 자체는 수십만 원 수준으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보통 수십개의
“한 동만 따로 남겨두면 아파트단지 전체가 말끔하게 신축되는 것보다 경관이 지저분해 보일 것입니다. 환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원은 ‘아파트 한 동의 흔적’을 보존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소위원회의 요구를 듣고 이같이 한탄했다. 조합은 한강변 잠실대교 남단 근처에 있는 523동(총 15층) 중 4층가량을 보존키로 했다. 도계위는 지난해 잠실주공5단지에 있는 굴뚝을 남기라는 요구도 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나 강남구 개포주공1·4단지도 재건축을 위해선 일부 동을 보존해야 한다. 아파트 재건축 시 일부 동을 보존해 후대 유산으로 물려주자는 계획은 도계위의 권고사안이기에 조합은 재건축계획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위원들은 어쩌다 한번 낡은 단지를 찾은 외지인의 시각으로 건물을 바라보고 이색적인 흥취를 느꼈는지 모르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특정 동이 중
국내 3대 투자·배급사 쇼박스가 영화에 직접 투자하는 책임투자비율을 상향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쇼박스는 평균 30%대를 유지한 책임투자비율을 최근 50%대로 높였다. 책임투자비율 논란은 2017년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에서 시작했다. ‘택시운전사’가 올린 958억원의 매출과 비교해 쇼박스의 이익이 적다며 모회사인 오리온그룹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결정은 쇼박스가 티켓파워가 있는 스타감독과 배우 중심 영화에 집중투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간 투자예산이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대작 투자비중은 커지고 중저예산영화 투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조3200억원 규모의 한국영화 시장은 양극화가 심각하다. 상영 영화 중 단 3편이 전국 극장의 60%를 차지하는 구조와 대작영화 쏠림현상이 심해서다. 개봉영화 10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은 3편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모태펀드를 활용한다. 민간자본과 모태
‘페이스북을 고치겠습니다(fix Facebook).’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겸 CEO(최고경영자)가 2018년 새해 다짐으로 한 말이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학대와 증오로부터 우리 커뮤니티를 보호하고 있는지, 국가의 간섭을 막아내고 있는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저커버그의 말은 탈중앙시스템인 블록체인 개발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동시에 페이스북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기에 최근 일련의 상황을 겪으며 다시금 곱씹어보게 된다.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되는 페이스북.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장인 저커버그를 비롯해 페이스북의 임원들은 진짜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페이스북의 대처는 실망의 연속이다. 사과에는 인색했고 시스템 보완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보호 관리 체계 개선은 안일하다. 저커버그는 지난 5일 컨퍼런스콜을 열고 투자자 및 이용자에게 자신의 잘못
"단속이 심해져서 안내 포스터 붙여 놓고 비닐봉투 값을 받고 있는데 욕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괜히 공짜로 비닐봉투를 줬다가 단속에 걸리면 수십만원 과태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라 참 갑갑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주) 최근 중국발 '폐비닐 대란'에 서울시가 편의점을 대상으로 비닐봉투 무료 제공 단속을 강화하면서 비닐봉투 값 실랑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일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폐비닐 처치가 곤란해지자 단속에 나선 것. 사실 비닐봉투 유료 판매가 법으로 시행된 건 한참됐다. 2001년 정부는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일회용 비닐봉투를 돈받고 판매하도록 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17년 간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이 없어 편의점 공짜 비닐봉지는 관행처럼 굳었다. 실제로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편의점에선 비닐봉투 사용 빈도가 높다. 대형마트의 경우 2010년 환경부와의 협약으로 비닐봉투가 매장에서 사라졌고, 백화점은 비닐봉투를 판매하고 있지만, 종이봉투는 무료로 제공하고
“어떻게든 오는 6월 지방선거 전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선거 이후에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의 추가 규제안이 나올 것 같거든요.” 최근 만난 한 블록체인업체 임원이 정부가 올초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핵심으로 하는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후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으며 한 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한 달에도 몇 개씩 신규 가상통화가 생겨나고 거래 실명제 이후 은행들이 신규 가상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는데도 문을 열고 영업에 나서는 거래사이트들도 있다. 이들 신규 거래사이트는 금융당국이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법인계좌 형태의 입출금계좌로 돈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에는 법인계좌로 투자자들의 돈을 관리하던 코인네스트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다. 이 업체는 가상통화가 없는데도 가상통화가 있는 것처럼 모니터상으로 속여 투자자들끼리 거래를 하게 만들었고 투자자들이 가상통화를 매입하려 거래사이트가 제시한 법인계좌에 입금한 돈을 대표나 임원 개인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