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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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취재 중 만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가 비트코인 사용법을 알려준다며 내 계정으로 전자지갑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 게 도와줬다. 간단한 몇 단계를 거치자 전자지갑에는 0.00073484 비트코인(약 500원어치)이 들어왔다. 가상통화가 얼마나 빨리 일상 속에 자리 잡을지 의문이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공인인증서 등 각종 인증 절차 없이 사용이 정말 간편했다는 점이다. 이후 잊고 살았던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다시 떠올린 건 최근 가상통화 ‘투기 광풍’을 취재하면서다. 문득 ‘나도 있었지’하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을 때 500원이 아닌 약 1만5000원이 들어 있었다. 1년 반 만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30배 가량 뛴 결과였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500원이 아니라 500만원을 사뒀더라면 1억5000만원이 됐을텐데’, ‘지금이라도 살까?’ 후회 섞인 아쉬움이었다. 가상통화 투기현상을 지적한 기사를 썼으면서도 ‘나도 한 번
"기업규제가 계속 강화되면 향후 해외이전(오프쇼어링)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 만난 한 대기업 오너 3세의 말이다. 국회에선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법인세 인상 등 본격적인 세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었다. 이 오너 3세는 법인세 인상 문제를 주로 거론했지만 고조되고 있는 반기업정서는 물론 최저임금 인상, 파리바게트에서 촉발된 파견법 위반 제재 등에 대한 걱정도 얘기했다. 이런 규제와 정책들이 앞으로 기업을 더욱 옥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할아버지 때는 애국하는 마음에 '사업보국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었지만, 저는 조금 실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최대 목표라고 보면 그들 입장에선 '농사짓기 힘든 땅'보다는 '비옥한 토지'를 찾아 떠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 재계 오너 3세들은 해외 유학파가 특히 많다. 글로벌 기업에서 수년씩 경험을 쌓고 오기도 한다. 그들이 배운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에 더
올해 초 서울시가 재개발을 직권 해제한 종로구 소재 한 부지를 매입한 A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매입한 부지를 측량했는데 이웃한 건물이 지적도 상의 경계를 침범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고 도로 폭은 비좁다. 경계를 침범하거나 도로를 무단 점유한 건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런 곳에선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주택을 수리할 때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경계 문제로 주민 간 마찰이 발생하거나 개별적인 주택 철거 과정에서 주변 건물 일부가 훼손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계획대로 재개발이 시행됐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문제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면 기존 건물들이 철거되면서 주택이나 건물 소유자가 개별적으로 수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 4월까지 주거환경관리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주택 수선 등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 모든 개발행위를 제한했다. 주거환경 개선의 청사진이 나오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난개발 가능성을 차단
“가격 폭락도 문제지만 그 전에 도둑맞지 않을까부터 걱정해야 할 판국입니다.” 가상화폐 투자 과열 현상을 지켜보며 보안업계의 인사가 한 말이다. 최근 국내 보안 전문기업들이 모여 내년도 보안 전망을 하는 자리에서도 가상화폐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의 해킹이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걱정스러운 점은 일반 은행이 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력이다. 우선 가상화폐 거래소를 노리는 해커들은 은행 강도와 달리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스템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강도가 은행 지점에 있는 현금을 탈취해 가는데 그쳤다면 해커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 이상의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고객 계좌정보를 관리하는 직원들을 표적으로 삼아 악성메일을 보낸 뒤 직원이 첨부파일을 열어 컴퓨터를 감염시키면 어렵지 않게 다수 개인들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
"'엘사게이트'로 인해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까 걱정입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등 유명 캐릭터를 성적인 대상으로 묘사해 대량 배포하는 '엘사게이트'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뽀로로', '핑크퐁 상어가족'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제2의 도약을 앞둔 상황에서 '엘사게이트'의 유탄을 맞을까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엘사게이트'의 온상으로 알려진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유튜브키즈'가 국내 IPTV(인터넷방송) 플랫폼에 탑재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됐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없는 아이들도 해당 IPTV를 통해 유해 콘텐츠에 접근 가능해진 것. 실제로 유튜브키즈에서 '디즈니 공주'를 검색한 결과, '디즈니 공주들의 충격적인 비밀 TOP7' 등 선정적인 콘텐츠를 다수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엄마 카드로 편의점 딱지 몽땅 털기', '섹시한 짜장면 먹방' 등 유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 10월16일 발언을 끝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더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판부 만류에도 사선 변호인단은 전원 사임했다.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5명을 선임해 재판을 재개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세 번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는 판사의 말로 시작됐다. 누구보다도 ‘법치(法治)’를 강조하던 그다. 재임 중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라도 열리면 “대한민국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요구하고,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밝히라”는 요구에는 ‘명예훼손’을 언급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던 그다. 그렇게 ‘법치’를 강조하던 그가 본인 사건으로 법정에 서자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본인 재판에 나오질 않는다. 누구보다도 ‘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아직 어느 쪽으로도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기해 방중한 가운데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와 관련해 여전히 양국이 입장차가 크다는 분위기가 감돌아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중순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킨 이후 9개월간 '한한령'(限韓令)을 이어오다 지난달 말 일부 지역에 한해 단체 관광을 정상화한다고 통보했다. 롯데를 협력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크루즈, 전세기도 허용되지 않는 등 형식적인 수준이었지만 정상회담을 기해 본격적으로 한한령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었다. 면세점들이 중국 여행사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하며 논의를 진행했던 것도 잠시,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아 당장 내년초 마케팅, 고객 유치 계획 등에 있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면세업계 종사자들의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부당한 측면이 있다. 공권력은 큰 길을 가야 한다.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는 언젠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비단 한 사람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특검 측의 잇단 공소장 변경과 수사방식을 두고 한 한 변호사의 말이다. 특검 측이 '0차 독대설'을 들고 나왔다.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간 1차 독대(2014년 9월)에 앞선 독대가 더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기존 공소장에 없던 내용으로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아 구속 기소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의 진술을 통해 확보된 내용이라고 한다. 0차 독대설이 등장한 것을 두고 애초 특검 측이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다르다'고 본 정황 중 하나, 즉 1차 약 5분간의 만남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을 것이란 의혹의 입증이 부족했기 때문 아니겠냐는 의견들이 나왔다. '나올 때까
“친환경차 의무판매제가 도입되면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돼 전기차 보급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전기차리더스포럼’에서 한 말이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팔도록 하는 것이다. 매년 의무 판매비율을 정하고, 연간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판매자에게 과징금을 매긴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10개 주에서 시행하는 ‘무공해차 판매의무제’를 본 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물어 친환경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도 2019년 이내에 시행방안과 시기를 확정하기로 했다. 당초 2021년 이후까지 시행 유예키로 한 것을 뒤집었다. 이 역시 프랑스가 소형차 중심의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것을 베낀 것이다. 친환경차가 세계적인 추세인 건 맞다.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프랑스 등은 2040년 내연기관 자동차를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물러난 거죠. 대체 선거로 뽑는 협회장 자리까지 정부에서 좌지우지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연임이 유력했던 황 회장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최 위원장이 황 회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에 느꼈던 불안감이 현실이 되자 금투협은 물론 증권업계 곳곳에서 불만이 감지된다. 지난달 말 최 위원장은 금융권 협회장 인사에 대해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이 출신 회사의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사례가 또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최 위원장 발언이 삼성그룹 출신인 황 회장을 겨냥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 위원장 발언이 나온지 며칠 뒤 황 회장은 "현 정부와 결이 다르다"며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가 금융위원장 말 한마디에 물러난 것이다. 증권업계는 황 회장 불출마 과
지난 8일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에서는 기업 구조조정 방안이 핵심 의제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재무적 관점에서 단순히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적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꼭 1년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산경장 회의 직후 정부 입장과는 정반대다. 당시 정부는 “산업 자체를 위해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당장 중소형 조선업체는 숨통이 트였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최근 채권단 경영 실사 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산경장 회의를 전후로 외부 컨설팅을 받은 뒤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채권단은 “컨설팅에 2~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곧바로 내년 6월 총선을 떠올렸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여야의 격전지인
2017년 정기국회 마지막날 본회의가 열린 지난 8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의 표정은 시종 굳어 있었다. 새해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여러 법안을 처리, 성과를 거뒀음에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20대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날까지 처리한 법률안은 2598건. 19대 국회의 같은 기간(1492건)보다 74.1% 늘었다. 정 의장의 얼굴빛이 좋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날 저녁 정 의장 측근에게 이유를 들었다. "의장님은 개헌특위(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정기국회때 성과를 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개헌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있으니…" 말 끝을 흐린 그는 곧바로 "(개헌특위가) 개헌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올해 초 웃으며 사진도 찍었는데, 이쯤되면 국민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고위관계자 역시 "여야 모두 국민보다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다보니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거의 협의하지 못했다"며 "이런 분위기면 내년 지방선거때 개헌 추진은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