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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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 했잖아요. 17대 국회 사개추위(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때부터 현안이었는데…."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지난 1일 폐지됐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뒤늦게 법무부에 전화를 걸었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법 조항이 어쩌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법무부는 이미 알릴 만큼 알리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국회도 같은 반응이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 원칙을 폐지할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가 어떤 논의를 주고받았는지 설명하면서 충분히 공론화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설명에 '국민'은 빠져있었다.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은 벌금·과료 등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더 엄한 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 누구든 자유롭게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법원과 검찰은 이 원칙을 삭제하고 징역
야당의 중진 A 의원은 지난 6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18년도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을 두둑이 챙겼다. A 의원의 '영업 비밀'은 이미 진행 중인 '계속사업' 위주로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증액을 요청한 것이었다. 기재부 입장에서 계속 사업은 신규 사업보다 예산을 배정하기 쉽다. 신규사업은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라면 예비타당성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계속사업은 이미 타당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예산 증액에 정부 동의만 얻으면 된다. 정부로서는 의원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딱히 거부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의원들의 증액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자칫 전체 예산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정부의 '영업비밀'을 엿볼 수 있다. 처음 예산안을 편성할 때부터 국고채 이자상환액을 넉넉하게 책정하는 게 한 예다.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을 삭감하고 그만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면 예산 총액에는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
내년도 예산안이 어렵사리 국회 합의에 다다른 4일 밤, 정확히는 5일 새벽이었다.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차분한 성격의 관료인데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지금 의원회관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시트(세부예산표) 마무리 작업을 안 하시고 웬 회관이냐” 묻자 “잠자고 있는 A의원을 깨우러 간다”고 했다. 사정은 이랬다. 예산안 논의를 잠정적으로 마무리지은 각 정당이 기획재정부와 개별적으로 만나 최종적으로 예산 증액을 논의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간사인 A의원이 갑자기 예산안을 못 받겠다며 논의를 중단시켰다는거다. 문을 닫아 건 A의원을 만나러 여당 간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몰리면서 A의원 사무실은 새벽부터 북적였다. 예결위의 다른 야당 간사 B의원도 사라졌다. 정부 관계자들이 그를 찾으러 동분서주했다. 심야 숨바꼭질의 대가는 며칠 후 확인됐다. A의원실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호남 예산 확보해 내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저희와 같은 사정에 처한 피해 중소기업이 많습니다.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억울함만이라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미생물 전문업체 비제이씨 최용설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한 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현대자동차와 일하다 기술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2곳의 대표가 정부 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최 대표는 “현대차는 탈취한 기술자료와 미생물 3종 등을 이용해 유사기술을 만들어 특허를 출원하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비제이씨는 현대차와 경북대가 공동특허를 받은 기술에 대해 소송을 진행, 지난달 21일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결을 받았다. 현대차는 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다른 업체도 억울한 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제조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오엔씨엔지니어링의 박재국 대표는 "현대차가 부품 생산을 요청한 뒤 샘플을 받아 다른 제조업체에 넘기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두 업체에 이어 이번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봐도 최용갑 경찰관의 폭로에 신빙성이 있고 상을 줄 만하다고 판단했어요."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내부 고발자' 최용갑 경찰관(현 서울 마포경찰서 근무)이 이달 8일 시민단체 한국투명성기구(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로부터 제17회 투명사회상을 받는다. 심사위원장인 민경한 변호사(연수원 19기·전 대한변협 인권위원장)는 "내가 직접 최 경찰관을 추천했고 심사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시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경찰관은 올해 10월 말 본지를 통해 "수년 전 '철거왕 이금열' 사건 당시 경찰 내부의 마피아 조직(비호세력)이 수사기록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 등을 봐줬다"고 폭로했다. 며칠 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박남춘 의원, 이재정 의원 등이 최 경찰관의 폭로와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최 경찰관이 받을 상패에는 "귀하는 상사의 계속된 수사방해에도 불구하고 거악을 척결하기
코스피 사상 최고점 경신과 코스닥 800선 탈환. 국내 양대 증시는 올해 적게는 2년, 길게는 6년 가까이 상단을 짓누르던 지붕을 뚫고 상승했다. 동시에 투자자에겐 달갑지 않은 '손님'도 찾아왔다. 신고점을 향할 때마다 나오는 '거품'(버블) 논란이다. 11월 중순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는 반도체 업황 버블 논란에, 코스닥은 바이오 버블 논란으로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증시 대세 상승장 국면에 나타난 버블 논란 재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과거 몇 차례 지수를 끌어내린 '닷컴 버블', '바이오 버블' 경험을 떠올리면 지수가 움츠러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버블을 그렇게만 보면 안 되는데, 어느 산업이든 성장하기 전엔 증시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어요." 이번 버블 논란에 대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버블=나쁜 것'이라는 평면적 개념에 대한 토로다. 그동안 버블의 끝이 지수 하락으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이면에 자리 잡은 실
최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고용 사태와 관련 협력사 소속인 제빵기사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는 합작사 설립을 비난하며 연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불법파견'의 모든 책임이 파리바게뜨에 있는 만큼 직접고용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파리바게뜨 문제가 민간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시금석이자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처럼 파리바게뜨 사태가 간단 명료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은 이번 사태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이들 주장대로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제빵기사 직접 고용에 나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일단 파리바게뜨는 한해 수익규모 600억원에 버금가는 액수를 인건비로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이같은 인건비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최근 수년새 영업 부진에 허덕이는 가맹점주들로선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관련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6·19대책, 8·2대책, 8·2대책 후속, 9월 가계부채종합대책,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에 이어 이달에는 임대차시장 투명성·안정성 강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공간’이라는 정책 기조에 따라 투자 수요에 대한 억제와 경고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부동산시장은 심리적인 요인이 다른 어느 곳보다 크다. ‘불확실성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장을 상대로 지속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방향을 전달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청약제도부터 세금, 금융 제도 등 전 분야를 망라한 정책들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시장의 혼란도 만만치 않다. 세부 사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거나 시행 시점과 소급 적용 여부 등이 번복돼 혼선을 빚는 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책의 시행 시점과 적용 대상이 다르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돼 투자수요뿐 아니라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나’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포털 규제안을 두고 업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이다. 지난주에는 포털 규제론을 두고 국회 토론회까지 진행됐다.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이 커진 대형 포털에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무를 실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방법 면에서는 걱정되는 게 많아서다. 현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의로 논의되고 있는 규제안은 통신사와 마찬가지로 포털 역시 시장 경쟁상황을 평가받고 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의무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 허가산업인 통신 사업자 수준의 시장 규제와 기금분담 의무를 지우겠다는 발상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포털 사업자들은 통신사나 방송사만큼 규모가 커졌으니 그에 따른 공정한 경쟁과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한다는 취지지만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다는 게 문제다. 통신이나 방송의 경우 주파수 등 공공재산인 주파수를 이용하고 대부분 내수 기업 중심의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시장은 국
요즘 연말을 맞아 수입차 업계 고위 경영자들을 만나면 으레 내년 전망을 물어본다. 그러면 가장 많이 들려오는 관심사가 바로 '아우디·폭스바겐의 귀환'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는 지금 당장은 존재감 '제로'지만, 불과 2년 전 만해도 수입차 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복귀 시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수입차 선도 브랜드 그룹인 '빅4' 안에 아우디·폭스바겐 두 브랜드가 늘 올라있었다. 둘을 합치면 위력은 더 컸다. 국산차와 가격 차가 크게 안나는 폭스바겐의 경우 한때 현대·기아차까지 따라잡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그런데 2015년 말 '디젤 게이트'가 판도를 완전히 흔들었다. 정부 조사 이후 지난해 7월 서류 인증 위조 등의 혐의로 대한민국 환경부로부터 판매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개점휴업 상태가 1년 반 이어지는 동안 수입차 3위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투톱'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동급 아우디의 수요층을 흡수하며
도서 가격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서정가제'가 지난달 시행 3년을 맞았다. 이 법은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8월 출판·서점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오는 2020년 11월까지 연장될 방침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서정가제가 무분별한 할인경쟁을 막아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동네 중소형 서점, 독립서점들이 살아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점의 성장과 존립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자들의 도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생각하니 도서 구매가 줄고, 이는 다시 전체적으로 서점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출판인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 물가에 비해 도서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의 비율은 59.2%로 나타났다. '보통'(37.3%), '약간 싼 편'(2.9%), '아주 싸다'(0.5%) 등 응답 비율에 비해
모처럼 국내 패션업계에 활기가 돈다. 지난해 겨울부터 '롱패딩' 인기가 높아지더니 올해 '평창 롱패딩'이 기폭제가 돼 그야말로 '열풍'이다. 기존에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중심이었지만 이젠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아동복·여성복에서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수량의 차이는 있지만 브랜드마다 '완판' 소식도 잇따라 들린다. 무작정 유행을 좇는 소비 현상에 쓴소리가 나온다. 수년 전 고가 다운점퍼가 유행할 때를 떠올리며 '제2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다운점퍼 물량을 늘렸다가 유행이 식자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아웃도어 전철을 밟을 것이라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비판 이전에 패션산업만의 특수성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패션에 대한 소비자 취향은 빨리 변한다. 취향을 정확히 예측하거나 정량적 데이터로 산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스타가 입으면 하루아침에 '대세 아이템'이 되는 게 현실이다. 학계에서는 유행 현상 특성에 따라 '패드'(fads), '패션'(f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