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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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I(인공지능)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을사오적'이 될 수 있다." 을사년인 올해 관가에선 이같은 말이 나온다. AI산업 투자 적기를 놓쳤다고 대한제국 외교권 박탈의 주범인 을사오적에 비유하는 건 과하다. 그러나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이 자주국의 지위를 상실했듯 AI 패권시대 골든타임을 놓치면 AI G3(3강)은 고사하고 AI 독립국도 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은 공감할 만하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도 딥시크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중국에선 벌써 제2 딥시크인 '마누스'가 등장했다. 오픈AI는 '지브리'풍 이미지를 완벽 재현하는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한다.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하루가 멀다 하고 글로벌 AI 경쟁은 속도전을 벌이는데 우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개 구매를 앞당기겠다는 계획마저 공전하고 있으니 하소연이 나올 법도 하다. AI 정책을 두고 "한국의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걸 실감한다"는 우려도 제
알뜰폰(MVNO)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지난 30일 일몰되면서 '사후규제'로 전환됐다. 망을 제공하는 이동통신사(MNO)가 알뜰폰사업자에 부과하는 도매대가를 이제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매년 도매대가 상한선을 정해 알뜰폰사업자가 요금부담 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소 알뜰폰사업자의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고 통신비 절감에 기여한다는 취지였다. 겉으로는 '자율경쟁 확대'라는 명분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실질적 수혜자는 이통사일 가능성이 높다. 사후규제로 전환되면 이통사가 도매대가를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불리한 조건을 강요받을 수 있다. 물론 불공정한 협상 및 거래발생시 정부가 '사후' 개입하는 만큼 당장 도매대가가 인상되진 않겠지만 '불공정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고 시정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과 행정력이 필요하다. 결국 시간·자원·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버티지 못한 알뜰폰사업자들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관세가 실현되면 현대자동차·기아에만 1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긴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도체 다음으로 큰 만큼 관세로 인한 타격도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재계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가장 먼저 미국으로 달려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허가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와라"고 답했을 정도니 '위기를 기회로'라는 정 회장의 철학이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먹혀들었다. 늦었지만 정부에서도 자동차 업계에 힘을 주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4월 중으로 자동차 산업 비상대책을 마련해 업계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로 인한 피해를 상쇄할 지원책을 마련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이처럼
"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내용의 일부다.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의 한 달 전 평가가 이랬다.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게 벌써 4개월이 다 돼간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석달이 지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금처럼 길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민간소비 선행지표로 꼽히는 소비심리는 아직도 냉랭하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 대비 하락 전환했다. 계엄 여파로 100대에서 80대로 급락한 소비심리지수는 올들어 점차 회복하는 듯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주저앉았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마찬가지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줄곧 90대를 유지하다 12월 계엄 여파에 80대로 떨어졌는데, 지금까지
"정치인이 못하는 일을 기업인이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모두 놀랐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유창한 영어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여론은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투자 계획을 발표한 최초의 한국 기업인이 됐다. 연출도 매끄러웠다. 정의선 회장은 향후 4년간 210억달러(약 31조원)의 투자계획과 함께 현대차그룹이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따금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소와 추임새로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위대한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한국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이다. 관세 전쟁,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강화. 글로벌 교역 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는 계엄·탄핵 사태로 인해 반으로 찢어졌다. 광장은 진영논리로 갈렸다. 관계 부처가 동분서주했지만
"전략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어." (더불어민주당 3선 의원) "유불리를 떠나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됩니다." (민주당 재선 의원) 지난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이어진 민주당 의원총회.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 여부를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최 부총리 탄핵에 반대하는 '전략파'는 "실익이 없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폈다. 이들은 최 부총리를 탄핵하더라도 대통령 대행직을 이어받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줄탄핵'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정의구현파'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헌재가 인용한 후에도 최 부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의구현파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1일 188명 의원 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한 것이 맞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약 사흘 뒤 DOE가 실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추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감국가 지정보다 외교부의 안일함이 더 큰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 시절 DOE는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우리 정부는 약 두 달 간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권교체기와 국내의 정치적 혼란기가 맞물리면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가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한 외교 전문가는 "미국 현지에 있는 파견 공무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었다면 이런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조 장관은 국회에서 "내부 비밀문서였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적인 검사와 조사에 착수했다. TF에는 불공정거래조사반·검사반·회계감리반·금융안정지원반 등 4개반에서 조사·법률·회계·IT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홈플러스 채권 사기발행부터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국민연금 등 LP(기관투자자) 이익침해,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까지 들여다본다. 위법행위를 모두 살펴본다는 의미로, 그야말로 전방위 조사다. 이미 TF를 구성하자마자 킥오프 회의를 개최하고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발행·판매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도 개시했다. 지난 20일에는 회계처리기준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회계심사에도 나섰다.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 2개사에 대한 검사는 지난 13일부터 진행 중이다. 전방위 조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부터 MBK파트너스는 요주의 대상이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슬라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반대 시위 표적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테슬라 전기차를 시승하고 구매에 나선 것. 자국 기업이 위기에 직면하면 대통령과 정부는 상황에 따라 정책적 지원 의사를 내비칠 수 있다. 하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직접 기업 제품을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직접 구매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해당 기업과 대통령 간 친분 과시에 국민들이 비판을 가하고 이것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현지 언론 역시 "윤리적 제약 때문에 고위 공무원이,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 한 기업의 제품을 그렇게 명확하게 지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테슬라에 날을 세우는 국민들을 '테러범' 등으로 비판하고, 머스크와의 브로맨스를 더 강조하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는 테슬라 매
"사정은 알지만, 각자 힘들다 보니 복잡하죠." 최근 만난 한 철강업계 관계자가 정부의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둘러싼 업계 분위기에 대해 한 말이다. 일본·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열연강판에 생산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구매해 가공하는 제강사들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남의 사정을 생각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서 열연강판 조사에 대한 철강업체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각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이어서다. 제소는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했다. 국산 대비 10~20% 저렴한 일본·중국산 제품에 당해낼 도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열연강판 전체 수입량 중 일본·중국산은 무려 98%였다. 피해는 확실히 보이지만 제강사들이 관세 부과에 선뜻 찬성하기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려 그간 저렴한 일본·중국산을 써 와서다. 특히 중국은 열연강판에 단순 도금만 해 컬러강판으로 우회 수
최근 글로벌 이슈는 관세, 통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통상당국은 쏟아지는 이슈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지난달말 미국을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이번주중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지난번 방미 때는 관세, 에너지 등 5개 주요 현안에 대해 미국과 소통할 수 있는 실무협의체를 개설하는 성과를 냈다. 이번엔 에너지 분야 협력 논의와 함께 현안인 '민감국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통상 분야 책임자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13~14일 방미길에 올랐다. 정 본부장은 미국측에 우리나라를 상호관세 등 조치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한미간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박종원 통상차관보가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에 대해 협의해기 위해 미국을 다녀왔다. 이와 별개로 미국 통상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간담회와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정부는 지난달 관
K뷰티가 전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해외 이커머스(전자 상거래)들도 앞다퉈 국내 화장품 브랜드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미국 아마존이, 올해는 일본 큐텐재팬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뷰티 박람회를 열었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첫 대규모 뷰티 행사를 기획한 건 국내 브랜드를 단순 유치하기 위한게 아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내산 화장품 브랜드에 직접 투자해 함께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한동안 이어질 K뷰티 열풍에 올라타야 플랫폼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K뷰티의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우리나라가 최대 화장품 수입국에 등극하는 등 K뷰티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플랫폼들이 K뷰티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K뷰티의 선전은 어찌보면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국내 1등 기술력을 갖춘 화장품 제조업체(ODM)들이 20여년 전부터 독자 기술을 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