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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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현수막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외부세력은 없습니다.” 지난 3일 학교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문명고국정교과서연구학교지정철회대책위원회(이하 문명고 대책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김태동 교장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문명고 사태를 일명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규정하고 나서자 학부모들이 선을 그은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교원·시민단체들이 이번 사태에 함께 두 팔 걷어붙이고 피켓시위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문명고 반대집회의 주체가 ‘내부세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연구학교를 신청한 우리가 급진(急進)” “국정교과서 오류는 7건”이라고 주장한 김 교장의 ‘황당 훈화’를 녹음해 본보에 알린 것도, 반대 교사의 보직을 해임한 학교 측의 불이익 조치를 기자에게 제보한 것도 모두 문명고 구성원이었다. 반대 집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명고 대책위는 학생들의 학업이 방해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집
현대차가 최근 간담회에서 자사의 '아이오닉' 전기차 고객 활용 사례 동영상을 보여줬다. 매우 만족해하는 사례 속 주인공은 경기 판교 단독주택에 사는 한 주부였다. 차고에 별도 충전기를 설치해 밤새 충전을 한 뒤 다음날 여유롭게 활용했다. 정작 이 영상을 본 취재진들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과연 저 사례 속 주인공처럼 마음 놓고 충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회의적 반응이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대다수가 주차할 자리를 찾기도 벅찬 현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오는 15일 국내 첫 매장을 열고, 중국 전기차 판매 1위 비야디(BYD)까지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조만간 다가올 '전기차 쇼크'에 분주히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전기차 민간공모 신청에는 밤새 줄이 이어질 정도다. 그렇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은행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예금을 받겠다고 하지 않듯이 은행도 자산운용은 건드리지 말아라."(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경기하라는 것이 전업주의다.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하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최근 '운동장론'으로 설전을 펼친 황 회장과 하 회장은 닮은 점이 많다. 서울대 무역학과 1년 선후배인데다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스타 CEO(최고경영자)'들이다. 황 회장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2곳과 우리금융, KB금융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CEO를 지냈고, 하 회장은 옛 한미은행장으로 출발해 한국씨티은행장을 역임했다. '야인(野人)'이던 두 사람의 현업 복귀 무대 역시 금융 관련 협회장이었다. 황 회장과 하 회장 모두 강한 카리스마와 대내외를 가리지 않는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해 온 탓에 각 업권에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데 최적
"이제부터는 언론이 잘 감시해 줄 때입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약속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요."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가 공식화될 때쯤 만난 한 미전실 소속 직원 말이다. 그룹의 한 치 앞은 물론, 대기발령 상태로 자신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 한 직원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냉정하게 들렸지만 울림이 컸다. 원망도, 호소도 아닌 감시라니. 삼성은 익숙한 모든 것들과 빠르게 결별 중이다. 58년 역사의 미전실은 물론 사장단회의, 대관조직 등 그룹 차원의 업무를 폐지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당분간 기존 체제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삼성은 더 과감한 길을 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신의 구속'이 약속의 빠른 이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랐을 거라는 내부 해석도 나온다. 삼성은 아픈 수술을 진행 중이지만 대중은 '반신반의'다. 미전실 해체 기사에는 이름만 바꾼 같은 조직이 탄생할 것이라는 냉소적 댓글들이 달렸다. 삼성이 숙제로 삼은 '
"예전엔 '쪽지' 들어와서 이거 처리하는 게 일이었는데 이번엔 전화도 한통 안 왔습니다. 이런 적은 처음이네요." 얼마 전 외부인이 주로 오는 자리의 인사를 마무리한 모 금융공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에는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하다 곤란했던 적도 몇차례 있었지만 이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인지 인사 청탁이 일절 없었다고 한다. 덕분에 자리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수월하게 뽑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슷한 얘기는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들린다. 정권과 연이 있던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차지하던 자리가 공모를 통한 정식 인선 과정이나 내부 승진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최순실 사태로 인사 청탁에 대한 여론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매서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인사가 정상화된 지금 상황을 생경해하면서도 환영한다. 동시에 "대선이 끝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대선 캠프 출신이나 정권 창출에 기여한 유력 인사가 또
“경제상황 인식이 정부보다 낙관적이다” 최근의 한국은행 행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했다.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한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은의 시각변화는 얼마 전 발표된 생활물가 점검 보고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보고서는 달걀, 채소 등 밥상물가 주요 품목 가격이 단기간 50~100% 크게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그러나 마트에서 고물가를 체감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은 이런 한은 분석을 받아 들이기보다 공허한 ‘뒷북치기’로 볼 공산이 크다. 한은의 첫 번째 책무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보고서 발표 시점이나 분석 내용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한은이 그동안 정부보다 중립적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총액 1300조원을 돌파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모호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전기레인지는 국내 주방문화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는 대표 생활가전이다. 실내 공기오염을 최소화해 건강에 이롭다는 전기레인지의 마케팅 콘셉트는 '웰빙'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빠르게 세를 확대해나간 전기레인지는 국내 조리기기 시장의 독보적 존재였던 가스레인지를 위협하는 경쟁제품으로 훌쩍 컸다. 시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초기 시장 규모를 함께 키워나가던 '어제의 동지'는 어느 순간 '오늘의 적'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개선 노력으로 업계 발전을 고민하기보다 순위 경쟁에 골몰하며 상대를 헐뜯고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구역의 최고는 바로 나'라며 서로가 시장점유율 1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집계한 수치가 그 나름의 증거였다. 업계 선두 자리를 놓고 최근 치열한, 동시에 치사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생활가전기업 SK매직과 쿠첸의 얘기다. 동종 업체들간 이같은 신경전은 비단 생활가전업계만의 사례는
"대통령이 수사의 주요 대상으로 사실상 돼 있는 사건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이라 생각되고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16일 '최순실 특검법' 논의가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이 법안은 발의 때부터 수사대상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잉태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특검후보추천권'의 중립성 여부와 '특검팀 규모'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승인을 거부한 ‘수사 기간’은 관심 밖에 있었다. '수사기간 연장 승인의 주체'에 대해선 논의조차 없었다. 국회의원 209명 명의로 발의된 이 법안은 그렇게 단 이틀만에 통과됐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도 있는 근거법을 만들면서 꼼꼼히 챙기기는커녕 정치적 명분만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애초부터 논란의 씨앗이 배태돼 있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가 최순실 특
하창우(63)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7일 열리는 ‘2017년도 변협 정기총회’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하 협회장이 이끈 집행부는 검사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사법시험 존치추진과 소통 부재로 변호사업계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검사평가제’는 새로운 실험이다.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해야겠지만 새로운 시도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검사평가가 오히려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작용은 풀어야 할 문제다. 부정적 평가를 당한 검사가 의뢰인과 변호사에게 사실상 보복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 협회장은 사시 존치 문제로 임기 내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갈등을 빚어 변호사끼리 다투는 내전양상을 격화시켰다. 사시 존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그는 취임 이후 올인했다고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사시 존치 태스크포스(TF)’ 문건 사건에서 드러났듯 정치권에 도가 지나친 로비를 했다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 1970년대 지어진 탓에 벽에 금이 간 곳도 있다. 하지만 ‘올 수리(전부 수리) 전세 매물 구함’ 글귀가 인근 중개업소에 계속 나붙는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조합이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며 세입자를 찾는다. 이 아파트는 수도관이 오래돼 녹물마저 나온다. 하지만 학군 수요가 많은 곳이라서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강남지역에선 일부 집주인이 ‘어린 아이가 있는 세입자’ 입주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임대인은 집을 수리한 다음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곳도 재건축설이 나도는 40년쯤 된 낡은 단지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서라도 전세를 얻으려는 이가 끊임없이 몰려든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서울시의 층수 제한(주거지역 기준 35층)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더 높이 짓겠다는 단지도 강남에만 있다. 초고층 재건축이 대박을 내려면 학군 등 주변 여건이 탁월해야 한
“중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한국도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입니다.” 얼마 전 만난 중국 M&A(인수·합병)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후 중국 정부의 한국 투자 승인이 까다로워졌지만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교육분야를 꼽았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투자는 사실상 금지됐지만 교육업체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하려면 중국 상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교육업체는 온라인 콘텐츠나 오프라인 놀이학교 등 유아콘텐츠로, 이미 물밑작업 중인 업체도 여럿 있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국내 교육업체들도 중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공들인 콘텐츠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 중소 교육업체들의 기업가치 눈높
이달 초 한 백화점 매장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는데 점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결제 내역이 적힌 주문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증을 보고 얼굴과 이름을 확인한 점원은 자연스럽게 면허증을 스캔했다. 주민번호가 고스란히 적힌 면허증 사본을 매장 PC에 저장했다. 화들짝 놀라 주민번호를 가리지 않은 신분증 사본이 왜 필요하냐고 따져묻자 “다 그렇게 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안 장치도 제대로 없는 매장PC 속 정보를 누군가 가져간다면.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법령 근거 없이 주민번호 수집·저장을 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 지도 3년이 되어 가지만 현실은 이렇다. 비단 백화점 매장뿐일까. 이른바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가 세워지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2014년 초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사회적으로 안일했던 개인정보보호 의식에 파장을 일으켰던 일이다. 지난주 서울남부지법에서 그 사건과 관련 롯데카드가 고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