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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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얼마 전 폐막한 CES 2025의 통합한국관. 전시관 한쪽면의 기다란 전광판에 이런 메시지가 송출됐다. 통합한국관 로고 자리지만 '귀빈'이 방문할 땐 재빠르게 기관의 명칭이 담긴 환영 인사가 나왔다. 환영 인사는 기업들의 로고보다 더 크고 밝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사를 받은 주인공들은 대부분 통합한국관을 지원해준 국내 공공기관이었다. 기업들이 기다리던 해외 바이어들과 벤처캐피탈(VC)들은 핵심 임직원만 소수로 방문해 환영 인사를 받지 못했다. 어차피 해외 참관객은 이런 의전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다른 나라 전시관에도 귀빈 환영 인사는 없었다. 이처럼 CES 한국 전시관들에서는 주인공을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관 내 기업 배치부터도 그랬다. 다른 나라 전시관들은 1열 '헬스케어', 2열 '로봇' 등 산업별로 기업을 배치했다. 특정 산업에 관심 있는 참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모든 기업을 볼 수 있도록 한 배치다. 반면
"한국 정치가 불안해서 국책 에너지 사업이 추진될 수 있을지…" 한국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비상 계엄·탄핵 정국 속 국내 정치·경제 상황을 지켜보는 해외의 시선엔 작은 기대와 큰 우려가 공존한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선뜻 믿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는데 외국 기업 입장에선 확인해야 할 돌다리가 더 생겼다. 정부 입장에선 돌다리는 튼튼하다고 확인해주고 더 늘어날 돌다리는 없다는 믿음까지 줘야 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는 또다른 변수다. '에너지 정책'의 경우 더 그렇다. 해상풍력, 태양광, 원전 등 에너지 정책은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한 데 정부와 국회의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대표적이다. 첨단 산업 육성, 기간 산업 경쟁력 유지, 확대 추세의 국민 전기사용량을 고려해 정부가 마련한 전기본에 대해 국회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비상 계엄·탄핵 등 혼란 때문이 아니다. 원전을
"당내에서 '길게 봐라. 조금만 버티면 (더불어)민주당이 사고 칠 것이고,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말들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비상계엄·탄핵 정국에서도 이 당의 쇄신과 변화가 요원한 이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굳이 힘들게 뼈를 깎는 쇄신과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경쟁상대인 민주당이 큰 실책을 범하면 그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인식이 여당에 팽배하단 얘기다. 얼마 후 민주당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터졌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전용기 의원은 10일 "커뮤니티,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것은 충분히 내란 선전으로 처벌받는다"며 "단순히 일반인이어도 내란 선동이나 가짜뉴스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사적 대화를 검열하느냐는 비판이 빗발치자 민주당은 "카카오톡상으로 퍼지는 내란 선동과 가짜뉴스 제보를 통해 접수받고 이를 토대로 문제 여부를 검토하겠단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내란 선전
한국은 병에 걸리면 누구나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다. 중증·응급·지역 환자는 예외가 점점 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의료개혁'이 나왔다. 정작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책임질 의사는 부족하다는데 국민 다수가 동의했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에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필수의료라는 것을 단어 하나로 간단히 정의하기엔 모호한 면이 있다. 우선 경증은 필수가 아니고 중증은 필수라고 무 자르듯 자를 수 없다. 뇌졸중은 필수의료인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고혈압·당뇨병 관리나 금연 치료는 '필수'가 아니라 할 수 있나. 비필수의료의 '대명사'인 미용·성형도 당사자에겐 삶의 의지를 꺾거나 살리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진료과별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신경외과는 뇌를 다루는 동시에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도 수술한다. 멈춘 심장을 뛰게 하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대부분 개원가로 나와 다리 혈관이 막힌 하지정맥류 환자를 본다. 지금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유통가의 화두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식재료값과 생활 소비재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도 부담없는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한 벌을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유통가는 가성비와 함께 프리미엄도 놓칠 수 없는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기에 다른 브랜드보다 더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게 중저가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를 판매하는 유통업계의 생존 전략이 돼버렸다. 그런데 최근 중저가 패딩을 중심으로 번진 충전재 혼용 비율 허위 논란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겼다. 제품 안에 표기된 상품 정보가 실제와 다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격만 보고 제품을 구매해서는 안된다는 불신감이 퍼진 것이다. 정말 해당 충전재가 구스다운(거위 솜털)인지, 소재가 캐시미어인지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악화되는 모양새다. 결국 패딩
#1. 2024년 10월1일 저녁 8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식탁에 앉아 있었다. 곧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들고 나왔다. 식사와 함께 여야 정치인 등 시국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계엄 필요성이 논의됐다. 검찰이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장관의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이들을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사령관 등이 지난 3월부터 계엄 전까지 만난 횟수만 최소 7차례. 대통령 관저, 국방장관 공관, 삼청동 안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전 '반국가세력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 '나라가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수시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시대착오적 인식은 결국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
'이슈 메이커' 일론 머스크가 이번엔 유럽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놨다.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을 남발하고 반이민과 규제 완화 등 자신과 노선이 비슷한 극우 세력엔 힘을 실어주면서다. 영국은 머스크가 제대로 꽂힌 나라다. 머스크는 새해 첫날부터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를 향해 사임을 요구하는가 하면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과는 정치자금 기부를 논의할 정도로 지원에 진심이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는 돌연 척을 졌지만. 2월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를 두고 "무능한 멍청이"라며 비판 여론을 부추겼다. 반면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공식 지지했다. 9일엔 AfD 총리 후보와 대담도 예고했다. 문제는 머스크의 행동을 특유의 '관종' 행위로 넘길 수 없다는 데 있다. 그가 '넘사벽' 세계 부호 1위인 것은 둘째치고 트럼프 집권 2기 실세 중의 실세
벤처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초기 스타트업들이 겪는 투자유치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이들 스타트업의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는 AC(액셀러레이터) 업계의 위기도 심상치 않다.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AC 등록 말소 건수는 3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등록 말소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AC 업계가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특히 등록 말소 AC 중 3분의 1 이상(12곳)은 2022~2023년 라이선스를 취득한 신생 AC였다. 올해 문을 닫는 AC는 더욱 많을 전망이다. 2016년 11월 AC 제도가 본격 도입된 후 AC들이 속속 결성한 투자 펀드의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인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엑싯(투자금 회수) 실적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AC 업계도 혹한기와 맞물려 한동안 거센 구조조정의 바람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 지원금에 기대 보육 사업을 중심으로 연명하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AC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도수치료 50만원 vs 8000원, 체외충격파 45만원 vs 2만원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병원들의 5대 비급여 진료의 가격을 조사해 상·하위 현황을 6일 발표한 결과다. 도수치료는 병원급에서 최대가와 최소가가 62.5배나 차이가 났다.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술은 최고가(380만원)와 최저가(20만원) 간 가격 차가 360만원에 달했다. 병원별로 비급여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도수치료는 의사가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물리치료사가 한다. 체외충격파도 의사가 아닌 간호사 등이 기계를 이용해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의사별로 시술 실력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의료기관별로 비급여 진료의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난다. 경피적 경막외강신경술의 경우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의 가격이 275만8300원으로 병원급인 오케이참병원 380만원보다 27.4% 낮다. 국민들은 비급여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고 본다. 경실련이 이날 발표한 성인 1030명의 설문조사에선 84%가 비급여
북한이 지난 2023년 북핵 고도화 목적의 탄도미사일 시험 소식을 선전했을 때 기자가 예상 피해규모를 분석했던 적이 있다. 핵타격 피해 예측에 쓰이는 프로그램 누크맵에 따르면 용산 상공 800m에서 전술핵탄두가 터질 경우 52만명이 죽거나 다친다. 군과 민간을 통틀어 다양한 시설이 피해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걱정과 달리 최근 자본시장은 북한의 도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023년 3월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전술핵 모의 공중폭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직후 코스피 지수는 0.69% 하락했으나, 다음 날 0.38% 상승하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미치광이 전략은 자본시장에서 변수가 아닌 그저그런 상수가 됐다. 반면 12·3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했고, 여진은 이어지는 중이다. 계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에 코스피지수는 거센 외국인 매도세에 1.44% 떨어졌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2017년 9월 4일 1.19
얼마 전 한 중진의원과의 식사 자리에서다. 이 의원은 "제가 꼰대 같아 보일 지도 모르겠는데"라며 운을 뗐다. "초선은 물론이고, 재선 의원들까지도 상대 정당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봐요. 그게 지금의 국회라니까요." 그는 왜 초·재선 의원이라고 콕 집어 얘기했을까. 이유를 묻자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연이어 압승을 거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쪽의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굳이 상대방과 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초·재선 대부분이 상대 정당과 치열하게 협상해본 경험이 없어요" 그러자 한 동석자가 말을 보탰다. "생각해보니 재선 의원들은 코로나19 시절 처음 국회에 들어와 처음에 사람을 만나며 의정활동하는 게 어려웠겠네요." '협치 실종'은 더 이상 여의도에서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젠 협치가 없는 게 '뉴노멀'(새로운 질서)이란 말까지 나온다. 여야 간 소통 단절은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2024년 국내 바이오산업은 또 한 발 나아갔다. 의약품 수출 회복 속 기술수출 중심인 플랫폼 기업들은 빅파마와의 협업 확대로 수준을 끌어올렸다. 2개의 국산신약이 추가된 가운데 유한양행 폐암신약 '렉라자'는 국산 항암신약 최초의 미국 허가라는 새 역사를 썼다. 과거엔 연간 매출 1조원만 넘어도 업계 선두권을 넘볼 정도로 영세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연 매출 4조원을 넘기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줄곧 국가 신성장동력 유력 후보로 꼽히던 바이오가 잠재력이 아닌 눈에 보이는 성과로 그 가치를 증명한 의미있는 한 해였단 평가가 나온다. 반면 과거의 병폐를 답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연말연시 연휴를 앞두고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올빼미 공시'는 여전했다.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임상·허가 실패 등 상대적으로 시장 관심이 낮아지는 시기를 노린 업계 대표적 꼼수다. 국내 산업이 글로벌 성과를 내놓는 다는 건 전세계가 국내 업계는 물론, 그 생태계를